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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LGBT 앱을 허용하지 않는다

  • 김병철
  • 입력 2015.07.20 12:42
  • 수정 2015.07.20 12:54
ⓒGetty Images

삼성전자가 삼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아래 앱) 스토어에서 LGBT 앱을 제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관습과 법에 어긋난다"는 게 차단 이유다.

삼성의 앱 스토어의 이름은 삼성앱스(Samsung Apps)다. 삼성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지만, 대부분 이용자가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다운로드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지는 않다.

미국의 '게이 데이팅 앱'인 호넷(Hornet) 개발사는 삼성이 보낸 '앱 심사 결과' 문서를 최근 버즈피드에 공개했다. 2013년 발송된 이 문서엔 "LGBT 콘텐츠는 해당 국가의 도덕적 가치와 법에 따라 허가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삼성이 밝힌 해당 국가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요르단 등 무슬림 국가와 더불어 한국,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도 포함되어 있다.

심사 기준을 묻기 위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미국 언론을 상대하는 삼성전자의 대변인 Kelly Yeo는 버즈피드에 "해당 국가의 '도덕적 가치와 법'이 아니라 '법과 관습'에 따라 LGBT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심사 기준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호넷에 보낸 문서에서 삼성은 앱이 불법 내용을 포함할 경우 차단할 수 있다고 했지만, LGBT 앱은 불법이 아니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박지환 변호사는 "간통죄 폐지 후 애슐리 메디슨(기혼자 데이팅 앱)도 차단할 근거가 없어서 그대로 있다"며 "동성은 법이 처벌할 수 없는 행위이며, 그 사람들이 채팅하는 데 불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이 내세울 수 있는 기준은 한국의 '관습'과 배치된다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소수 LGBT 앱이 삼성앱스에 올라가 있어, 삼성이 자신의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중국의 한 개발사가 삼성앱스에 올린 앱의 이름은 'Cherries Lesbian and Gay dating chat'이다.

또한 삼성의 이 기준은 나라 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호넷 CEO는 4년 간의 줄다리기를 통해, 미국과 일부 국가의 삼성앱스에 호넷을 등록했다. 그러나 한국, 아일랜드, 시리아 등에선 아직도 호넷은 차단 대상이다. 특이한 건 2010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아르헨티나에서도 호넷이 아직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삼성앱스 검색에도 손을 써놨다. 한글로 섹스, 게이를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없지만, 영어로 Sex, Gay로 검색하면 관련 앱이 나온다. 섹스, 게이 등 일부 단어는 검색결과를 막아둔 것으로 보인다. 검색이 안되니 설령 심사를 통과해 등록을 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한편 구글도 한국에서 유명 LGBT 앱을 차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 세계 5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게이 데이팅 앱' 잭디(Jack’d)는 한국 구글플레이에서 차단당했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저희가 개별 앱에 대해서는 왜 차단이 됐다는 코멘트를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른 LGBT 앱은 문제 없이 등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LGBT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해당 앱이 구글코리아의 심사 기준과 배치된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사실 삼성과 구글 등이 나라 별로 특정 앱을 막아놓더라도 실효성은 없다. 다른 나라의 IP로 바꿔주는 VPN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쉽게 미국 등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이렇게 잭디를 이용하는 한국 이용자가 50만명이나 된다.

그것도 귀찮다면 네이버에서 '잭디' 등을 검색하면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바로 설치할 수 있는 apk 파일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런 파일엔 국정원(해킹팀)의 스파이웨어가 심어져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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