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중단하겠다"

  • 김병철
  • 입력 2015.07.16 13:43
  • 수정 2015.07.16 13:45
ⓒshutterstock

탄저균 샘플이 오산 미 공군기지에 배달된 사건과 관련해, 주한미군이 당분간 ‘탄저균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정부에 통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험 잠정 중단 같은 단기 대응으로는 사태 재발 가능성을 잠재울 수 없는 만큼, 검역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을 개정하는 등 한층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책 마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15일 <한겨레>에 “최근 미국 쪽이 탄저균이 죽지 않은 채 배송된 원인이 규명되고 재발방지책이 마련될 때까지 탄저균 배송 실험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정부에 설명해왔다”며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쯤 미국 본토에서 공식발표될 조사 결과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한국 내에서 진행해온 ‘주피터 프로그램’(JUPITR·연합 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 인식)도 중단될 전망이다. 미 육군 화생방합동관리국은 세계 미군 화생방 전략의 한 부분이자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주한미군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주한미군은 탄저균의 배송 전 조처인 ‘불활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돌연변이’가 생겼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탄저균을 배송할 때는 원래 방사선 처리를 통해 불활화시키는 게 일반적인데, 지난 4월 배송된 탄저균은 방사선 처리를 거쳤는데도 일부가 살아 있었다는 게 주한미군의 설명”이라며 “미국 쪽은 탄저균이 방사선 처리에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쪽은 방사선 처리 뒤 살아남은 탄저균 포자가 1억개당 300~400개 정도인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산 기지에 배송된 탄저균 샘플이 실제로 살아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한미군이 “미 국방부가 폐기 조치를 내리자마자, 활성화 여부를 확인 않고 즉각 폐기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에야 발족한 한-미 합동실무단이 주한미군의 설명을 검증할 예정이지만, 기초적 사실관계 확인부터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15일 외교부에서 열린 소파 합동위원회에서는 탄저균 사건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소파 개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쪽 위원장인 테런스 오쇼너시 주한미군 부사령관은 사실관계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지만, 따로 유감을 밝히진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조사 결과를 본 뒤, 미국도 우리도 (소파 운영 개선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저균 불법반입·실험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는 이날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지난 5월 말 드러난 탄저균 배달사고에 한정하여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주피터 프로그램 실험을 해온 것이 확인된 이상 주한미군이 그동안 진행한 탄저균 반입과 실험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 #탄저균 #정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