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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협상, 막판 대혼란

ⓒAP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이 막판 대혼란을 겪으면서 유로존의 분열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결국 12일(현지시간)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취소되고 유로존 정상들만 모여 '끝장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유로존 정상회의는 오후4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11시)부터 결론을 낼 때까지 개최한다"며 협상을 결론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그리스에 또 지원할 수 없다는 독일과 그리스를 도와 유로존에 남겨야 한다는 프랑스가 격렬하게 충돌해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롤러코스터 협상, 독일 '5년 그렉시트' 문건에 대혼란

이번 협상은 지난 9일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고자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거의 수용한 개혁안을 내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인 '그렉시트'(Grexit) 대신 협상 타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채권단인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의 실무진이 개혁안을 검토한 결과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의 기반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타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전날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강경한 입장을 밝히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유로그룹 회의는 그렉시트로 밀어 부치는 독일, 핀란드와 유로존에 잔류시키려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남북 유럽 간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유로그룹은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의를 속개했지만 장관급에서는 결론을 짓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페테르 카지미르 슬로바키아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오늘 회의에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론이 난다면 유로존 정상회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좌)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우)

채권단 실무진이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한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할 근거가 있다고 평가한 그리스의 개혁안이 장관급 회의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ESM의 최대 지분국인 독일의 그렉시트 제안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일 일요판 신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존탁스차이퉁(FAS)이 '최소 5년 그렉시트'를 언급한 독일 재무부 자료를 보도하자 파문은 더욱 커졌다.

영어로 쓴 10일자로 작성된 '최근 그리스 제안에 대한 논평'이라는 이 문서는 그리스에 500억 유로(약 62조8천어권) 규모의 국유자산을 팔아서 빚을 줄이는 방안과 채무 경감을 하려면 최소 5년간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방안 중 택일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그리스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의원들은 독일의 제안은 시리자 정권 교체를 요구하고 그리스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스가 이 요구를 충족하려면 주요 관광지인 크레타 섬, 로도스 섬, 아크로폴리스 등을 팔아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축출(eviction)하는 '그레빅션'(Greviction, Greece+eviction)이라는 반발도 나왔다.

그리스 협상은 지금까지 '그리스 대 나머지 유로존 18개국'의 대결 구도였으나 전날 유로그룹 회의를 계기로 '독일(북유럽) 대 프랑스(남유럽)' 충돌 구도로 확전됐다.

프랑스는 그리스의 개혁안 작성을 지원하기 위한 '구원투수팀'을 보내는 등 유로존에 남기려고 총력을 기울인 반면 독일은 사실상 그렉시트 요구로 각을 세웠다.

유로존 소식통은 전날 유로그룹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키프로스, EU 집행위'와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가 대립하는 구도라고 전했다.

◇유로존 정상만 '끝장 협상'…메르켈-올랑드, 대격돌 예고

이처럼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자 투스크 의장은 이날 EU 정상회의를 취소하고 유로존 정상들만 "결론을 낼 때까지" 회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스크 의장은 지난 7일 긴급 유로존 정상회의를 마치고 12일 오후 3시에 유로존 정상회의, 오후 5시에 EU 정상회의를 각각 개최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2시간 안에 담판을 짓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EU 정상회의를 취소했다.

따라서 이날 EU 정상회의 취소는 유로존 정상들이 결론을 내지 못할 만큼 대립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비관론과 어떻게든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낙관론이 뒤섞인 반응이 나왔다.

아울러 EU 정상회의는 그렉시트로 결론이 날 경우 그리스에 인도적 지원을 논의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점에서 투스크 의장의 EU 정상회의 취소는 그렉시트는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투스크 의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협상 결렬은 우리 모두가 패자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그렉시트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모든 유럽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지금까지 시한을 언급하기를 거부했지만 오늘은 크고 분명하게 최종 시한은 이번 주말이라고 말한다"며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스크 의장의 이런 해결 의지에도 독일과 프랑스가 격돌하고 있어 이날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FAS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뒤늦게 프랑스 재무부의 그리스 지원 사실을 접하고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에 '분노의 전화'를 했다고 보도하는 등 이날 회의가 양국 정상의 정치생명까지 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부위원장 겸 유로화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유로그룹 회의장에 들어가면서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이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설 것이란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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