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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의 최규석 작가, '무리수'를 '묘수'로 바꾸다

  • 강병진
  • 입력 2015.06.30 06:28
  • 수정 2015.06.30 06:29

웹툰 <송곳>이 드라마로 옮겨진다. 이 흥분되는 프로젝트에 초대받은 이들 역시 화려하다. 원작자 최규석, JTBC 김석윤 PD의 만남은 그 자체로 기대를 모은다. 드라마는 올 하반기 공개된다. 글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대중성을 우선으로 꼽는 만화에 삐딱한 시선을 담아내고, 그러면서도 대중성까지 확보한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무리수’를 ‘묘수’로 둔갑시키며 호평을 끌어내고 있는 이가 있다. 웹툰 <송곳>의 작가 최규석(38)이다. 젊은 층에 어필하는 작품이 주를 이루는 네이버에 노동운동을 소재로 삼은 흑백톤의 웹툰을 연재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그 안에서 재미를 끌어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노동운동을 전면에 부각시킨 만화로 대중성까지 인정받았다는 의미뿐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와 대사로 폭넓은 연령대에 두루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웹툰의 영상화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는 추세에 맞춰 <송곳> 역시 드라마화가 결정됐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의 시트콤에 이어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의 영화까지 훌륭하게 연출해 능력을 인정받은 JTBC 김석윤PD가 연출자로나섰다. 올 하반기 전파를타게될 드라마<송곳>의 원작자 최규석 작가와 티타임을 가지며 속깊은 대화를 나눴다.

<송곳>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 또는 기대가 있었나?

그보다 ‘희망’하고 있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웃음) 나름대로는 이 작품을 시작할 때 ‘당당하게 사회적 발언을 하면서 대중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일반적인 논리로 생각해보자. 노동운동을 다룬 만화를 두고 대중성을 점치는 경우는 드물 거다. 작품이 탄탄하고 완성도 있게 나올 경우 의도와 주제의식등에 높은 점수를 주긴 하겠지. 그리고 흥행에 실패해도 ‘원래 흥행을 기대한 건 아니었잖아’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거다. 이 행보는 너무 뻔하지않나. 기왕 큰 맘 먹고 어려운 소재를 택했다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게,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또, 기본적으로 노동운동이라는 소재는 드라마적으로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 온갖 갈등과 희로애락이 이 안에서 드러난다.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나오면서 그저 ‘의미’를 인정받는 정도에 만족한다는 게 아쉬워 ‘좀 더 나아가보자’라는 욕심을 가지게 됐다.

웹툰은 처음인 데다 어려운 소재를 택했다.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맞다.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막막하더라.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의미와 대중성 중 어느 한쪽을 잃어서 실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첫 장편이라는 사실 등 중압감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많았다.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야 하는데 ‘실패한 작품’으로 낙인찍히면 어떻게 연재를 이어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연재 초반에 인기 순위가 떨어져 심장이 철렁하기도 했다. 공황장애를 앓는 웹툰 작가들의 마음을 알 것 같더라.

가만히 보면 데뷔 당시부터 사회를 보는 시선이 남달랐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인기 캐릭터 둘리의 성장 후 처참한 현실을 그렸다.

그 작품 본 후 충격받았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죄송하다(웃음). 일단, 내 작품을 보신 분들이 주제의식이나 사회를 보는 일관된 관점이 있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솔직히 단편 작업을 하던 초창기에는 학생다운 도전의식 때문에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에 치중했다. 둘리를 그렇게 묘사한 것도 마찬가지다. 아기공룡 둘리라는 귀여운 캐릭터를 확연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존의 관점을 공격해본 거다. 사회적인 시선이 작품 속에 가미되기 시작한 건 시간이 좀 흐른 뒤다.

웹툰치고는 드물게 흑백을 택했다. 작품의 주제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건가?

최근 10년 동안 컬러가 대세로 떠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원래 우리나라 만화는 흑백 기반에서 발전했다. 웹툰 독자들에게는 컬러가 익숙하지만 흑백톤에 크게 거부감을 느낄 것 같진 않았다. 또 말씀하신대로 작품의 내용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또 어차피 소재가 가진 한계 때문에 인기 1위로 올라가진 못할 게 뻔하니 내 마음대로 한번 해보자 싶었다.

이 작품을 드라마화하는 김석윤 PD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솔직히 잘 알진 못했다. 처음 김석윤PD와 연락이 닿았을 때는 이미 영화사와 판권계약이 돼 있던 상태라 ‘어렵지 않을까’라는 대답을 했다. 그런데 이분이 영화사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자신이 계약관계를 정리해보겠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에 대해 잘 몰라 당황했는데, 어쨌든 결국엔 김석윤 PD가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 연출력뿐 아니라 추진력도 대단한 분이더라.

드라마에서 꼭 살려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웹툰에서 일일이 살려내지 못한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게을러서 주변 인물들을 충분히 부각하지 못한 것 같다. 다행히 드라마 대본에는 고구신의 상담소 이야기나 마트 안에 있는 아줌마들과 총각들의 이야기도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더라. 웹툰이 진행형이라 드라마의 결말 부분은 함께 상의하며 만들어보고 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과 <송곳>을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열심히 묻어가려고 한다. 이미 <미생>은 거대한 작품이 됐다. 괜히 <미생>을 이기려고 나섰다간 <송곳>만 찌그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사 분위기가 좋을 땐 <미생>을, 상황이 악화되면 <송곳>을 봐달라. <미생>의 부록 정도로 생각해줘도 나는 괜찮다. 하하.

웹툰 <송곳>의 연재는 언제 재개할 건가?

이미 재개했어야 하는데 단행본 작업을 하느라 조금 늦어졌다. 이제 단행본 3권을 내놨으니 연재를 다시 시작해야지. 일단 지금 이어지고 있는 <송곳>의 투쟁이야기는 내년 봄 쯤이면 끝나지 않을까 싶다. 애초 이 내용을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해보려 생각했다. <송곳>은 앞으로 나올 이야기들의 예습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후의 계획을 실현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일단 <송곳>이 드라마로도 만들어지니 이런 시도가 성공을 거둬야 후속 작업도 탄력을 받지 않을까. 원소스멀티유스 또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등으로 설명되는 콘텐츠의 산업화에 관한 이야기들, 그 속에 이 작품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기분 좋다. 그리고 잘될 것 같다. 잘되고 나면, 준비하고 있었던 또 다른 ‛송곳’을 끄집어낼 거다.

*이 컨텐츠는 JTBC가 발행하는 '톡'(TOC) 매거진의 기사입니다. JTBC와의 협의에 따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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