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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려도 페이스북은 사진 속 당신을 알아본다

  • 허완
  • 입력 2015.06.30 03:41
ⓒshutterstock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지나치게 되면 굳이 쫓아가서 정확히 얼굴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대개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채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평소 즐겨 입는 옷이나 헤어스타일, 몸의 형태, 걷는 자세나 행동거지 등에서 특징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 눈과 뇌는 이를 종합적으로 잡아내 특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컴퓨터는 그렇지 않다. 단적인 예가 사진 공유 누리집 ‘플리커’에서 진행중인 ‘공원 또는 새?’(Park or Bird?)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사용자가 누리집의 제출 영역에 아무 사진이나 끌어다 놓으면 그 사진이 공원인지, 그리고 새의 사진인지를 판별해주는 내용이다. 판별은 거의 즉시 이뤄지는데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한다. 사람이 본다면 공원인지, 새 사진인지를 7살 아이도 금세 맞힐 수 있는 지극히 쉬운 문제다. 하지만 컴퓨터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첫째 공원인지 여부는 간단하다. 문제의 사진 파일에서 위도와 경도 등의 지리정보 값을 가져다가 지도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위치에 공원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데이터의 비교는 컴퓨터가 인간과 비교도 안 되게 빠르고 정확한 분야다. 하지만 새의 사진인지 판단은 차원이 다른 어려운 문제다. 어떻게 찍히느냐에 따라서 사진 속 새의 모양과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컴퓨터가 이를 판별하려면 일단 색의 차이 등을 수치화해서 사진의 배경과 새를 분리해내야 하고(이 과정에서 새만 분리하는 것도 어렵다) 이렇게 분리한 모양 중에서 새의 형태인 것이 있는지 미리 규칙을 알고리즘으로 짜서 판별해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쌓인 인지 방식과 약간의 경험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컴퓨터한테는 어려운 이유다.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22일(현지시각)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페이스북의 최신 얼굴 인식 기술이 도달한 경지를 소개했다. 이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연구팀은 사진 속에 얼굴이 보이지 않거나 장애물에 가려 있더라도 그 사람을 정확히 맞혀내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즉 지나치듯 보고도 친구를 대략 구분할 수 있는 인간의 영역에 컴퓨터가 한발 더 다가간 셈이다. 페이스북 연구진 역시 관련 보고서를 공개해 이를 공식화했다.

기존의 알고리즘은 명확히 얼굴이 드러났을 때에야 그 사람을 구분해 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을 때 별다른 입력 없이도 프로그램이 친구의 이름을 정확히 알아내 태그를 권한 일을 겪은 경험담들이 있는데, 이런 알고리즘이 구분해 낸 경우다. 기존의 이런 알고리즘에 대해 알려진 바는 얼굴에서 눈썹, 코, 인중, 턱 등 주요 부분을 단순화하여 수치화하고, 기존에 얼굴 사진들을 저장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여 같은 값을 지닌 사람을 찾아내는 식이었다. 페이스북이 밝힌 바를 보면 이 경우 정확도는 사람의 지각능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97%를 넘는다. 발전된 알고리즘은 이를 다양한 방면으로 더욱 정교화한 셈이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부서장인 얀 르쿤은 이에 대해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양한 신호들을 이용한다. 사람들은 심지어 뒤쪽에서 보더라도 성격적인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알아내기 매우 쉬운데, 늘 회색 티셔츠를 입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83%라고 한다.

얼굴 인식은 그 강력한 기능 때문에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들의 핵심 타깃이 되어 왔다. 설상가상으로 더 강력한 기술의 등장은 논쟁의 불길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앞서 시민단체와 정보기술 기업 사이에선 얼굴 인식에 대한 사회적 규약을 도출하기 위한 회의가 진행중이었는데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19일 이 회의가 무산되었다고 전했다. 둘 사이 건널 수 없는 마지노선은 ‘당신이 (공개되어 있는) 거리를 걸을 때 기업이 당신의 허락 없이 당신을 인식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란 질문에서 그어졌다. 기업은 얼굴 인식을 포함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시민단체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지구상을 빈틈없이 뻗어가는 네트워크의 확산과 정교화하는 컴퓨터의 인지 능력은 이에 대항하는 기술 개발도 북돋고 있다. ‘시브이 대즐’(CV Dazzle)이라는 누리집을 운영하는 애덤 하비는 저항군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시브이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대즐은 전투함을 가리는 위장을 뜻하는데, 하비는 얼굴 화장과 헤어스타일 등 예술적 요소를 통해 컴퓨터의 눈에 포착되지 않는 기술들을 고안해 공유하고 있다. 그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새 기술은 훨씬 복잡하다. …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보안기술 기업 에이브이지(AVG)는 적외선을 사진기 초점을 향해 쏘아서, 찍힌 사진의 얼굴 인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투명 안경’을 공개하기도 했다. <와이어드>는 기계의 눈에 갇힌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자주 옷과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다른 사진을 대조해서 사람을 인식하는 만큼 계속 모습을 바꾸는 게 쉬운 해결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컴퓨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을 수시로 바꾸는 게 온당한 해결책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데이터를 모으려는 이들과 벗어나려는 이들의 숨바꼭질은 점점 더 많은 국내외 관심을 끌 전망이다. 전세계 10억명의 활동 사용자와 국내 최대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을 비롯해 갈수록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정보기술 기업들 가운데 다수가 술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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