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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비극'이 만들어낸 '편지 임종'

ⓒShutterstock / Bhakpong

갑작스러운 메르스 사태로 곳곳에서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중앙일보'가 전한 60대 여성 A씨의 사연을 들여다보자.

A씨는 지난 4일 이 병원에 뇌경색 증상으로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갑자기 '면회인 출입'이 금지되고 만다.

게다가 남편과 자녀 등 가족 3명이 A씨를 간호하다 갑자기 '자가격리' 리스트에 올랐고, 결국 A씨의 '임종'을 직접 지켜보지도 못하게 됐다.

그래서 가족들이 생각해 낸 것이 '편지'.

'중앙일보'에 따르면, 남편과 자녀는 A씨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를 간호사들이 대신 낭독했다. 간호사들이 낭독하는 사이, A씨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고 약 5시간 뒤 A씨는 세상을 떠났다.

남편의 편지

“남편이 OO 엄마에게 전합니다. OO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에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간호사님이) 당신의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 38년 동고동락 남편 XXX.”

아들의 편지

“엄마의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 …얼굴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 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 이제 앞으로는 맘속에서 계속 함께 있는 거예요.”

딸의 편지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암환자였던 남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50대 여성도 있다.

권씨 남편은 9일 오후 숨졌고, 이후 권씨는 메르스 음성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권씨에게 남편이 숨진 사실을 알린 뒤 마스크, 고글 등을 쓰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연합뉴스 6월 10일)

한편, '메르스 환자 사망 시 시체처리 지침'에 따르면 메르스로 사망한 이들은 염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24시간 내에 화장해야 하며 화장장에서도 이들을 반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격리병실에서 환자가 사망하면 시체는 즉시 비닐로 감싸진다. 외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비닐로 감싼 시체는 누출방지(leak-proof) 시체백에 이중으로 담겨 봉인된다. 염이나 방부처리는 할 수 없다. 시신을 담은 시체백에는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된 정맥관, 기관지 내관만이 담긴다.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대응조치’에 따르면 시신은 병원 영안실로 이송하게 돼 있지만 장례식장 안치실에 있는 다른 시신들이 감염될 우려가 있어 시신은 병실에서 보관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염 위험 때문에 장례식도 치를 수 없다. (한국일보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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