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브란젤리나의 전설 :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로부터 10년, 세기의 로맨스

  • 김도훈
  • 입력 2015.06.09 10:42
  • 수정 2015.06.09 10:44

브래트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촬영장에서 사랑에 빠졌다. 그들이 결혼했고 졸리가 헐리우드의 성인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그들의 러브 스토리의 과장된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10년 전에는 타블로이드 팬 픽션에 나올 일이었다.

졸리가 자신의 이미지를 ‘페미니스트 대지’라 할 만한 이미지로 바꾼 것을 생각하면 2005년에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을 둘러쌌던 루머는 아련한 기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때 졸리는 빌리 밥 손튼의 피를 병에 넣어 가지고 다니고 오스카 레드 카펫에서 오빠와 키스한 것으로 유명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제작 중이던 2004년, 그녀는 반항적이고 섹시하고 쇼킹했고, 그건 의도한 바였다. 그 이미지와 영화의 플롯(말도 안 될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의 암살자들이 결혼한다)이 섞여, 졸리가 피트와 함께 캐스팅되자마자 루머가 돌았다.

당시 피트는 커리어의 정점에 돌입할 때였다. 그는 강인하지만 다가가기 쉬운 이미지를 쌓아서 ‘파이트 클럽’ 같은 비주류 영화를 박스 오피스에서 비교적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고, ‘피플’에서 뽑는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에 두 번(1995년, 2000년) 선정되었다. 또 그와 레이첼 그린, 즉 제니퍼 애니스톤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커플이기도 했다.

‘프렌즈’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방영된 것이 2004년 5월이었으니,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촬영이끝날 무렵 애니스톤의 인기는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그녀는 2005년 1월에 피트와 이혼했다고 발표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개봉 5개월 전이었고, 졸리가 촬영 중에 피트에게 반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 1년 반 전이었다.

“내 생각엔, 정말, 촬영이 끝날 때가 되어서야 우리가 믿으려 했던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일일지 모르겠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둘 다 그 현실을 알고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죠.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일요.” 졸리가 2007년 1월에 ‘보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 1순위로 고려한 여배우가 졸리가 아니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삼류 잡지에서 10년 이상 질질 끌어온 제니퍼 애니스톤이 안됐다는 내러티브 상에서만 그럴지는 몰라도 말이다. 사실 촬영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졸리는 캐스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피트는 처음에 더그 라이만 감독에게 대본을 주며 미세스 스미스 역으로 니콜 키드먼을 생각하고 있었다. 프랭크 오즈가 리메이크한 ‘스텝포드 와이프’ 작업이 일정을 넘기자 라이만은 졸리에게 연락했지만 졸리는 ‘알렉산더’를 찍느라 바빴다(그리고 그녀가 콜린 파렐을 ‘간절히 원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캐스팅 디렉터 미셸 거츠에 의하면, 피트가 ‘트로이’를 마무리하다 발목을 다쳐서 일정이 연기되어서 졸리가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 생겼다고 한다. 그 기간에 캐서린 제타 존스와 케이트 블란쳇도 물망에 올랐다. “우린 선택의 폭이 아주 넓었어요. 심지어 그웬 스테파니도 와서 대본을 읽었어요.” 거츠가 허핑턴 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라이만은 솔직히 졸리 외에 다른 사람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는 정말 강한 여성 스타가 필요했어요…… 나는 정말 폭력적으로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라이만이 허핑턴 포스트와의 다른 인터뷰에서 말했다. “서로 죽일 듯이 때려야 했죠. 그래서 스타가 필요했어요. 너무 생생하면 구타가 되니까요. 안젤리나 졸리 말곤 적당한 사람이 없었어요. 졸리를 찾지 못했다면 아마 아직도 이 영화를 만들려고 기다리고 있었을 걸요.”

라이만은 졸리와 피트가 나오는 첫 장면을 찍는 순간 영화를 한 단계 올려줄 화학작용을 느꼈다. “그들은 함께 나오는 첫 장면부터 끝내줬어요. 리허설도 없이, 첫 날에 부부 카운셀링을 받는 오프닝 장면부터. 이건 지어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화면에 함께 나온 그들은 자석처럼 끌어당겼어요,”

프로듀서 아키바 골즈먼은 허핑턴 포스트와 나눴던 다른 대화에서 비슷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화면에서 아주 근사한 짝을 이뤘어요. 의문의 여지가 없었죠. 둘 다 엄청나게 지적이고, 아름답고 재능이 있어요. 그걸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어요?”

촬영장에서의 졸리와 피트의 화학작용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물론 화학작용은 연기의 일부이고 반드시 로맨틱하란 법은 없다(심지어 화면 상에서도 그렇다). “’스윙어즈’(라이만 감독의 1996년작)를 보면 존 파브로와 빈스 본 사이에도 화학작용이 있어요. 나는 늘 화학작용이 좋은 커플을 캐스팅하지만, 그들이 늘 사랑에 빠지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촬영이 끝난 지 1년 가까이 지나고, 이 둘이 만나고 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루머는 계속 돌았다. 2005년 4월에 ‘US 위클리’는 당시는 공식 커플이 아니던 두 사람이 졸리가 입양한 아들 매덕스와 함꼐 해변에서 놀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들의) 로맨스는 다들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사진 한 장이 나타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US 위클리’는 올해 그 사진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들이 처음 사귈 때의 어처구니없는 폭풍을 생각하면 ‘추측’은 지나치게 예의바른 단어다. 둘이 촬영장에서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2004년 2월에 공개되었을 때 근거없는 소문이 1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곧 촬영장에 출퇴근하는 두 사람을 파파라치들이 쫓기 시작했다. “브래드를 따라다니는 헬리콥터 소리 때문에 브래드가 언제 촬영장에 도착할지 늘 알 수 있었죠.” 라이만의 말이다.

떠돌던 이야기들은 서로 내용이 아주 달랐고, 졸리를 애니스톤에게서 피트를 빼앗으려고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교활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뉴욕 포스트’가 2005년에 썼던 품위 넘치시는 기사에는 이런 대목도 있었다. ‘헐리우드에는 한때 안젤리나가 (섹스 장면을 촬영할 때) 브래드를 놀라게 해주려고 속옷을 벗었다는 재미있는 루머도 돌았다.’

촬영이 끝날 무렵에는 호기심이 워낙 부풀어 올라, 뉴 리전시 측에서는 시사회를 통해 청중 테스트를 하는 전통적인 절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 영화 때문에 타블로이드 계가 워낙 달아올라 시사회를 하는 게 너무 위험해졌어요. 완성되고 나서 개봉 한 달쯤 전에 딱 한 번 시사한 게 다였어요.” 라이만의 말이다.

매체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두 사람 사이엔 촬영장 안팎에서 특별한 연결이 있었다는 것 뿐이다.

“두 사람이 친하다는 게 보였어요. 노골적인 애정 표현은 없었지만, 나중에 밝혀지고 나자 다들 ‘아, 그렇구나.’ 했어요.” 스티븐 P. 델 프레테 조감독의 말이다.

보잔 바젤리 촬영감독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나중에 편집실에서 신들을 이어서 볼 때까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아요. 촬영이 막바지로 향해 가면서, 크루들은 둘 사이에 뭔가 자라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지만 그게 진짜였다는 게 확실해질 때까지는 한참 걸렸어요.”

델 프레테는 어느 날 밤 사막에서 촬영하고 나서 졸리와 피트가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캠프파이어를 피우고 트레일러에서 밤을 보냈던 걸 기억한다. “같이 일하는 관계보다는 조금 더 나아간 일이었죠. 서로 추파를 던지는 건 본 적 없어요.”

거츠도 둘 사이의 명백한 우정을 보았다. “서로 오가는 게 분명 있었어요…… 같이 오래 있어보지 않은 사람들끼리 편하게 지내는, 그전 거였죠. 장면 하나하나를 해부하는 크루가 150명이 있는데도 둘이서 즐겁게 동지애를 갖고,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였어요.”

졸리는 피트와 애니스톤이 헤어지기 전까지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내 아버지가 내 어머니를 두고 바람을 피웠는데, 내가 유부남과 친밀한 관계를 갖는다는 건 나로선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랬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내 얼굴을 볼 수가 없었을 거예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촬영이 끝나고 나서 ‘피플’과 인터뷰를 했을 때 졸리는 말했다. 애니스톤이 1월에 이혼을 발표하며 ‘헐리우드 리포터’에 “아무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출연진과 크루도 이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둘 사이에는 총천연색 관계가 있는 것 같았지만, 촬영장에서는 프로 의식 밖에 없었어요.” 바젤리의 말이다.

“그들은 정말이지 그냥 함께 출연한 배우들일 뿐이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동안엔 정말 그랬어요. 언제부턴가 서로에게 반했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요.” 골즈먼도 동의한다.

그러나 육체적 관계가 없었다는 이 모든 증언에도 불구하고, 피트와 졸리가 촬영장에서 만난 것과 피트와 애니스톤의 이혼이 서로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엔 거의 불가능하다. 우연히 시기가 겹친 것이라 해도 말이다.

피트와 애니스톤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이전에 불화를 겪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앞서 언급한 ‘보그’에서 졸리는 ‘’브래드의 가장 좋은 친구는 브래드 자신이라는 게 명확했다’고 까지 말했다.

우리는 대중 문화의 이 세 인물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개봉 10주년(6월 7일)이 지난 지금, 이 영화가 애니스톤, 피트, 졸리의 인생을 영영 바꿔놓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의 관계는 빨리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결국 진행되고 나니 진정 독특한 관계라는 게 분명해요. 흔치 않은 관계죠. 그들의 스타 파워 때문이 아니에요. 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고 서로를 아껴요.” 바젤리의 말이다.

피트는 2008년에 ‘롤링 스톤’ 인터뷰에서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회상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졸리가 나온 영화 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저, 음…… 아이가 여섯이에요. 내가 사랑에 빠졌으니까.”

시끄러웠던 타블로이드를 다시 들춰보면, 요란한 스캔들은 없었다. 브란젤리나의 전설 너머에는 평범한 로맨스, 어쩌다보니 대스타가 된 두 사람 사이의 진정한 연결이 있다. 세월이 지났지만 피트와 졸리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그들의 관계가 우리가 봐온 것 중 (거의) 현실로 이뤄진 헐리우드 판타지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골즈먼은 이렇게 말한다. “바람이 충족되는 이야기였죠. 삶과 예술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세상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거죠. 영화는 사실이 아니지만 관음증이 존재해요.”

허핑턴포스트US의 'The Legend Of Brangelina'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에서 허핑턴포스트 팔로우하기 |

트위터에서 허핑턴포스트 팔로우하기 |

허핑턴포스트에 문의하기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