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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여성이 모바일 IPTV로 제일 많이 보는 영화는 '19금'

  • 허완
  • 입력 2015.06.01 16:13
  • 수정 2015.06.01 16:14

옛날 옛적에 집안 식구들이 거실에 모여 리모컨 전쟁을 벌이던 때가 있었다. 아빠는 스포츠를, 엄마는 드라마를 보려 다퉜다. 아이들은? 방에 들어가 공부해! 그러나 이제는 집에 텔레비전을 두대 두는 단계를 지나, 스마트폰으로 식구들이 각각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대세다. 실제 올레티브이(tv) 모바일 등 이동통신 3사의 모바일 인터넷티브이(IPTV)와 씨제이헬로비전에 2000~5000원의 월 이용료를 내는 사람이 1천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포털 등이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를 제외한 수치다.

그런데 식구 가운데 누가 봤는지 알기 힘든 일반 유료방송과 달리, 모바일 아이피티브이는 가입자가 곧 시청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가 무슨 영화를 봤는지 곧바로 드러나기에, 우리 식구들의 ‘티브이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다.

■ 20~40대 여성들, 19금 에로영화를

모바일 기기로 어떤 영화를 봤는지 연령별·성별로 뜯어보니, 여성 이용자 쪽에 먼저 눈길이 간다. 올레티브이 모바일 가입자 가운데 30대 여성이 지난 석달(2~4월) 동안 가장 많이 본 영화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감독 샘 테일러존슨)로 집계됐다(매출액 기준). 완벽한 남성과 성애에 빠진다는 설정이 여성 취향의 판타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매출 기준 2~5위도 모두 19금의 야한 영화라는 점이다. 1985년 이보희가 주연한 ‘전통의 에로물’의 리메이크작 <어우동: 주인 없는 꽃>(2015)이 2위에 올랐다. 공공연히 ‘19금 사극’임을 내세웠던 <순수의 시대>, 영화 포스터에 “하루 종일 이것만 하고 싶어”라고 돼 있는 <정사>(2014), 조여정과 클라라가 주연한 19금 코미디 <워킹걸> 무삭제판이 3~5위를 휩쓸었다. 서울로 유학 온 대학 새내기가 육감적인 하숙집 아주머니 등과 얽힌다는 <하숙집>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경향은 40대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레이의 …>, <어우동>, <정사>, <하숙집> 등이 1~3, 5위를 기록했다. 20대 여성들의 경우도 <그레이의 …>가 1위로 집계됐고, <어우동>과 <하숙집>, <정사> 등이 각각 3, 5, 7위를 기록했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우리나라 30~40대 여성들은 성적으로 가장 소외돼 있다. 미혼이거나 ‘돌싱’인 경우도 흔해졌고, 섹스리스 부부가 의외로 많다. 그런데 여성들이 과거와 같이 순결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지 않다 보니, 성적 욕구를 달래려 남몰래 혼자 19금 영화를 찾아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한국성과학연구소가 기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한국인 성의식 실태’를 보면, 성관계를 전혀 갖지 않거나 월 1회인 사람 은 35.1%에 이르렀다. 여기에 따로 애인을 두려면 말 그대로 돈이 들기 때문에 영화로 대리만족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적어도 한 달에 200만원 정도의 개인 용돈이 있어야 ‘애인과 밀애’를 즐길 수 있는데, 보통 월 60만~70만원을 쓰는 여성으로선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모바일 기기로 19금 영화를 즐기는 것은 다른 ‘출구’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성들의 경우 컴퓨터로 어둠의 경로를 통해 야동(포르노)을 찾아보지만, 여성들은 ‘새로운 매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관람이라는 익숙한 통로를 통해 19금의 세계에 접근한다는 얘기다.

실제 올레티브이 모바일의 영화 순위에서 30대 남성들의 경우 10위권 안에 에로물이 단 한 편도 올라 있지 않다. 30대 남성이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인터스텔라>였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테이큰3>이 2, 3위로 뒤를 이었다. 20대 남성도 9위에 오른 <순수의 시대>가 10위권 안에 든 유일한 야한 영화였다. 올레티브이 관계자는 “남성들의 경우 수위가 더 높은 성인물을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모바일 아이피티브이로는 만족을 못하는 것 같다”며 “남자들은 주로 출퇴근 시간 등에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본다는 점도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 아빠는 어린이영화

30~40대 남성들이 에스에프나 액션물만 보는 건 아니다. 30대 남성들이 모바일 아이피티브이로 보는 영화에는 어린이영화가 의외로 많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12살 이상 관람인 <더 라스트: 나루토 더 무비>와 <명탐정 코난: 코난 실종 사건>이 각각 4위와 10위에 올라 있다. 30대 여성들의 경우 <명탐정 코난>은 8위를 기록했다. 어릴 적부터 봐왔던 영화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더 라스트>는 20대 남성의 경우 1위 자리에 당당히 올라섰다.

30대 남성들은 ‘뽀로로 수준’의 영화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의 동물친구들을 지킨다는 내용으로 <교육방송>(EBS) 만화영화인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새로운 악당의 습격>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각각 7위, 9위를 차지한 것이다. 30대 여성들의 경우 10위권 안에 <마다가스카의 펭귄>만이 가까스로 10위에 올랐을 뿐이다. 30대 남녀의 10위권 내 매출 비중이 남성은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8.8%, <마다가스카…> 5.5%로 14.3%에 이르지만 여성은 <마다가스카…> 4.7%에 불과하다. 이런 영화는 엄마 아빠가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걸 고려할 때, 아빠가 아이한테 좀 더 많이 보여준다는 얘기다. 장근영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빠는 아이와 같이한 경험이 적어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등을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쉬운 해결책으로 스마트폰 만화영화를 아이들에게 더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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