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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전용 카톡' 무용지물 사건의 전말

  • 허완
  • 입력 2015.05.27 12:07
  • 수정 2015.05.27 12:40

정부가 도입한 ‘공무원 전용 카카오톡’을 쓰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속출하게 생겼다.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공무원이 써야 한다는 바로 그 메신저다. 이 웃지 못 할 사연의 전말은 이렇다.

발단 : 카카오톡에 정부 기밀이 둥둥 떠다닌다!

2014년 초, 카카오톡에 정부의 핵심 자료와 고위 공무원들의 대화 내용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핵심 자료와 고위 간부들의 대화내용이 민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에 무방비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 공무원들이 일명 ‘카톡 대화방’을 새로운 회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다.

(중략)

자료 내용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통째로 올려 놓은 것도 부지기수였다. 고위 간부들의 ‘정무적 판단’이 담긴 대화내용도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누군가 이들 대화방을 해킹할 경우 정부의 1급 자료뿐만 아니라 고위 공무원의 대화내용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내밀한 정보가 통째로 유출될 수 있는 구조다. (한국경제 2014년 1월3일)

전개 : 공무원 전용 카톡을 만들겠습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나름의 대책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기반의 공무원 전용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기로 한 것. 이 메신저의 이름은 ‘바로톡’이다.

우선 정부는 스마트폰 기반의 공무원 전용 모바일 메신저 '바로톡' 개발을 최근 완료하고 내달 5개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 들어간다. 내년 중에는 전부처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략)

정부 관계자는 "모바일 업무환경 활성화와 보안상의 이유로 바로톡을 개발, 도입하게 됐다"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본인 스마트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더라도 정부조직도 상에서 공무원 리스트를 바로 불러와 대화를 나누고 자료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민간메신저와 차별화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2014년 11월24일)

절정 : 개발 완료! 철통보안! 카톡 금지!

정부는 바로톡에 다양한 보안 장치를 집어넣었다. 애초 정부가 바로톡 개발 이유로 ‘보안상 이유’를 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게 바로 바로톡이다...

명분대로 행자부는 바로톡에 보안 기능을 강화했다. 바로톡에 모바일뱅킹에 활용되는 공인인증서 기술(PKI)을 쓰고, 통신구간 및 서버 암호화를 통해 정보가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지디넷코리아 1월2일)

지금까지는 민간기업의 메신저를 통해 업무자료를 주고받을 경우 정보 유출 등 보안사고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에 보안성이 있는 공무원 전용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어 이러한 걱정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바로톡서비스 이용자들의 정보보안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행정전자서명(GPKI) 인증서를 통해 공무원만 이용토록 하는 한편, 통신구간과 서버 암호화로 개인정보와 대화내용이 철저히 보호될 수 있게 하였으며, 또한 스마트폰 분실시에는 인터넷PC에서 바로톡 회원가입을 탈퇴하면 모든 대화내용이 삭제되어 정보유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행정자치부 보도자료 2014년 12월28일)

정부는 올해 초 바로톡 시범서비스에 돌입하면서 ‘계도기간’이 끝나면 공무원들이 업무에 민간 메신저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전 : 만들긴 다 만들었는데...

그런데 문제가 불거졌다. 바로톡이 안드로이드용으로만 개발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이폰을 쓰는 공무원들은 아예 바로톡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아래는 ‘전 부처 확대’ 추진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나온 연합뉴스 보도다.

아이오에스(iOS)용 바로톡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지 못한 것은 정부전산망의 보안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원의 정책 때문이다.

국정원은 악성코드의 침입을 막는 모바일 백신 등 추가 보안 수단이 없는 아이폰에 공무원 업무용 메신저 앱을 설치,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애플 또한 자사 모바일 기기의 보안이 우수하기 때문에 외부의 보안체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아 정부가 바로톡 전면 확대를 코앞에 두고도 아이폰용 앱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다. (연합뉴스 5월27일)

저건 혹시 아이폰....?

반전2 : 바로톡에는 기밀 아닌 내용만 쓰기로...?

그러자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보안상 민감한 내용은 바로톡에 쓰지 말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행자부는 결국 바로톡은 일상적인 업무용으로 한정하고, 보안 필요성이 높은 자료나 업무에는 쓰지 않겠다며 국정원을 설득하고 있다.

당초 민간 메신저보다 보안을 강화하겠다며 바로톡을 도입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은 바로톡을 일상적인 업무연락용으로만 쓰는 것을 전제로 아이폰용 개발에 동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정원과 협의를 마치면 내년 예산에 아이폰용 바로톡 개발비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5월27일)

결말 : ??????

투표 : 바로톡의 미래는?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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