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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전문] 최씨 "GOP때 더 죽이고 자살할 걸..."

ⓒ연합뉴스

13일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최아무개(23)씨의 주머니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최씨는 유서에서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죽고 싶다.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으로 되어 간다… (현역 시절) GOP(근무) 때 다 죽여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걸 기회를 놓친 게 너무 후회된다…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고 썼다.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하기 전부터 총기 난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의도한 ‘계획된 사건’이었던 셈이다.

유서를 본 전문가들은 최씨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었고, 이것이 우울증 증세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홍성열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이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내용에 비춰 보면 대인관계에서 비롯한 우울증으로 추측된다. 또 군에 있을 때 상급자 등으로부터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 교수는 “신경증의 일종인데, (최씨는)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거기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다 결국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수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형중 부산외대 법경찰학부 교수는 “‘인생이 허무하다’는 내용이 범죄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자존감이 다른 사람들과 전혀 어우러지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유서에 ‘75발 수류탄’ 등의 내용이 나오는데 자칫 더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했다.

최씨는 2013년 10월 제대했다. 국방부는 “최씨가 군에 있을 때 ‘보호·관심병사’(B등급)였다”고 밝혔다. 당시 A등급은 특별관리, B등급은 중점관리, C등급은 기본관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국방부는 “복무중 부대에서 밀착관리를 했다고 한다. 최씨에게 우울증 등이 있었는지 확인중”이라고 했다.

최씨의 예비군 훈련장 입소는 이번이 두번째다. 최씨는 자신이 쏜 이들과 현역 때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최씨와 피해자들은 전날 예비군 훈련소에 입소해 같은 7중대에 배속됐다.

최씨의 형은 사고 직후 예비군 훈련소로 와 동생의 주검을 확인했다. 국방부는 “형은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 형제와 가족은 비교적 화목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입대한 뒤 가족들은 여러 차례 편지를 통해 “엄마, 이모, 형, 누나 다들 너를 사랑한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부대 생활의 어려움을 걱정하며 “고참들이 괴롭히더라도 ‘깡다구’ 있게 행동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편 최씨가 한살 때 작고한 그의 아버지는 교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해온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고 한다. 여호와의 증인 쪽은 “최씨는 우리 신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최씨가 쏜 총에 맞은 이들은 군 응급차량과 119구급차량으로 근처 병원들로 이송됐다. 오른쪽 뒷머리에 총상을 입은 박아무개(24)씨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숨졌다. 같은 병원으로 옮겨진 윤아무개(24)씨도 오른쪽 목 부분을 관통한 총알이 폐 윗부분까지 뚫고 들어갔는데, 이날 밤 결국 숨졌다. 윤씨의 형(25)은 “대학 1학년 때 입대한 동생은 이번에 2년차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자동차학과에 다니는 동생이 자기 차보다 좋은 내 차를 타고 싶어했는데, 차를 빌려주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전혀 실감이 안 된다”고 했다.

아래는 육군 공보과에서 밝힌 유서 전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지만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수 없이 내 머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살아있으니깐 살아가는 것 같다. 하기 싫고 힘들고 그럴 때 잠이라는 수면을 하면 아무 생각도 안나고 너무 편하다 깨어있는게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인다. 내 자아감, 자존감, 나의 외적인 것들, 내적인 것들 모두 싫고 낮은 느낌이 밀여오고 그렇게 생각한다.

죽고 싶다. 영원히 잠들고 싶다.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으로 되어간다. 나는 늙어가는 내 모습 이 너무 싫고 나의 현재 진행형도 싫다. 그래서 후회감이 밀려오는게 GOP때 다 죽여버릴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걸 기회를 놓친게 너무 아쉬운 것을 놓친게 후회 된다. 아쉽다. 75발 수류탄 한 정 총 그런 것들이 과거에 했었으면 후회감이 든다. 내일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

내가 죽으면 화장 말고 매장했으면 좋것다. 그런 다음 완전히 백골화가 되면 가루를 뿌리던가 계속 매장하던가 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인생 살면서 수많은 신체의 고통이 있었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화상당하였을 때와 화생방했을 때 죽어가는과정이란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여 죽는게 두렵다. 그게 가장 두렵다. 그래서 죽어있으면 화장하게 되는데 죽으면 아무것도 아에 없지만 화장이란 과정자체는 훼손 및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모든 상황이 싫다. 먼저가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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