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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에서 생사 엇갈린 산악인들의 사연

  • 허완
  • 입력 2015.04.27 12:54

끝내 돌아오지 못한 딸, 사망자로 알려졌다가 극적으로 연락해온 아들, 2년 연속 눈사태를 겪은 남편….

네팔 강진과 그 여파로 발생한 에베레스트 눈사태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과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사연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은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지진과 눈사태를 만난 이들의 엇갈린 운명을 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출신의 여성 애슐리 스텀러는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

25일 규모 7.9의 첫 번째 강진이 일어났을 당시 그의 일행은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에서 4시간가량 떨어진 지점의 에베레스트 경사면을 오르고 있었다. 불과 이틀 전에 묵었던 베이스캠프는 완전히 파괴됐다.

페이스타임으로 부모에게 무사하다고 알린 스텀러는 "땅이 흔들리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고산병으로 몸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는데 가이드가 지진이라고 알려줬다"고 당시 순간을 전했다.

모두가 스텀러처럼 운이 좋지는 못했다.

구글 임원 댄 프레딘버그는 다른 구글 직원 3명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섰다가 눈사태를 만났다. 트위터 등에 네팔 여행 관련 글을 활발하게 올리던 그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결국 숨졌다.

미국 등산서비스 업체 매디슨 마운티니어링 소속 의사인 머리사 이브 지라웡도 베이스캠프에 있다가 눈사태에 휩쓸려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영국 레스터 대학에서 산악 의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지진이 나기 불과 몇 시간 전 그의 페이스북에 "28일째 고된 여정. 눈은 오고 내 식탐은 최고조"라며 농담 섞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가족들은 페이스북에 "이브는 그가 가장 사랑하던 일, 다른 이를 돕는 일을 하다 떠났다"는 글을 올려 슬픔을 달랬다.

비극의 가운데에도 기적은 있었다.

시애틀 출신 이매뉴얼 오캐인은 몇몇 보도에서 실종자 명단에 올라있었다. 오캐인은 인도를 거쳐 3주 전 네팔로 갔고 가족들은 그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어머니 메리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했고, 27일 새벽 아들로부터 "여진이 엄청났지만 무사하다. 모두가 친절하게 우리를 돌봐준다"는 메일을 받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에베레스트에서 두 차례나 눈사태를 겪고도 살아남은 이도 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존 레이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눈사태를 만났다.

7대륙 최고봉 가운데 에베레스트만 오르지 못한 그는 2013년 첫 도전 때는 몸이 좋지 않아 포기했고 두 번째 등반을 시도한 지난해 4월에는 셰르파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눈사태를 만나 발길을 돌렸다.

레이터는 세 번째인 올해 도전에서 강진으로 또 눈사태를 겪었지만 다시 살아남았다. 당시 베이스캠프에 있던 그는 "엄청난 규모의 눈사태였다. 눈이 마치 구름처럼 몰려와 텐트 수백채를 삼켜버렸다"고 증언했다.

끔찍한 재난을 두 번이나 겪은 만큼 등정을 포기할 법도 하지만 레이터씨의 부인 수전은 "남편은 또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다시 에베레스트에 가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말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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