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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사망 전날 밤 리베라호텔 들렀다"

ⓒ한겨레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날 분주한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그날 밤 집 근처 리베라호텔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새로운 목격담도 나왔다. 이곳은 성 전 회장의 ‘메모’에 적힌 ‘허태열 7억’과 관련된 장소다. 하지만 아직 규명되지 않은 일정도 있어, 검찰이 이를 어떻게 복원해내느냐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나 드러나지 않은 로비 대상 등 수사의 중요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마지막 행적’ 재구성해보니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는 숨지기 전날(8일)에도 다음날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죽음을 결심했다고 볼 만한 행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이날 밤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아무개 전 경남기업 상무와 경남기업 비서실 이아무개 부장을 서울시내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나 ‘대책회의’를 했다고 한다. 박 전 상무는 <한겨레>와 만나 “사망 전날 회동은 다음날 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하는 자리였다. 30분 동안 영장실질심사와 관련해 얘기했고, 앞의 한 시간은 (성 전 회장이) 손님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이날 저녁 8시30분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급히 연락해 늦은 저녁을 냉면으로 먹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성 전 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세상이 야박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다음날 있을 영장실질심사를 변호사와 차분하게 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김 의원과 만나기 직전에 성 전 회장이 누군가를 만났다”고 했지만,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밤 성 전 회장이 집에서 300m가량 떨어진 리베라호텔에 들렀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이 호텔 직원은 19일 <한겨레>와 만나 “성 회장이 죽기 전날 밤 짧게 들렀다 갔다. 늘 같이 오던 비서와 운전기사가 있었다”고 했다. 이 직원은 “성 전 회장은 일요일 빼고 거의 매일 저녁에 와서 사우나에 들렀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차를 주차장에 넣지 않고 1층 현관 근처에 주차시켰다는데, 호텔에서 누굴 만나 무엇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 직원은 “나올 때 누군가 배웅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 호텔은 성 전 회장이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인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곳이다.

■ 왜 갑자기 극단적 선택?

성 전 회장은 변호인들과도 잇따라 통화했다. 성 전 회장은 검찰 고위직 출신인 서아무개 변호사의 충정로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한 뒤 저녁 8시께 사무실을 나섰다. 밤 11시께 다시 서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영장실질심사에서 잘 준비해서 말하면 기각될 수 있다’는 말에 “그래요? 그럴 수도 있는 건가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앞서 밤 10시30분께도 또다른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와 통화했다. 오 변호사는 최근 <교통방송>에 나와 “변론서를 완성해 보좌관에게 이메일을 전송하고, 밤 10시30분쯤 전화했다. 성 전 회장 목소리가 전보다 좀 침울했다”고 전했다.

종합해 보면, 성 전 회장은 오후에 수사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저녁과 밤 시간대에 서울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는 등 매우 분주하게 움직였다. 변호사들과 밤늦게까지 영장실질심사 대책을 논의한 그가 이튿날 새벽 집을 나서 곧바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겹쳐 보면 석연치 않다.

자살 직전 정확한 동선과 행로도 규명돼야 할 대상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자살 추정 시간을 오전 9시30분~10시라고 했다가, 오전 7~10시로 바꿨다. 성 전 회장 측근인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숨진 날 오전 6시50분에 전화를 걸어왔는데 받지 못했다. 그러자 (비서인) 이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향신문> 쪽에 변론요지서를 전달해주라고 했다고 한다. 오전 7시15분에 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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