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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대해 당신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

  • 허완
  • 입력 2015.04.17 10:51
  • 수정 2015.04.17 11:01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드론 어떻게 시작할까

최근 6개월새 폭발적으로 늘어난 드론 동호인들…1가구 1드론 시대 올까

4월4일 인천 크리켓경기장 옆 잔디밭에서 ‘드론플레이’ 회원들이 ‘팬텀 2’ 등의 드론을 날리고 있다. ⓒ한겨레

“헉, 이게 뭐지?” 지난 11일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변 청석공원의 널찍한 잔디밭. 늘어놓은 10여대의 크고 작은 드론을 발견하고 나들이객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드론 인터넷 카페인 ‘팬텀프로’ 광주지회 회원 10여명의 주말 번개모임 자리다.

“우와!” 경력 9개월째인 김종헌(43)씨의 무게 2.93㎏짜리 드론 ‘인스파이어 1’이 네개의 프로펠러를 맹렬히 회전시키며 서서히 떠오르자 구경꾼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을 더 놀라게 한 건, 드론 조종기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헬리캠의 항공촬영 영상이었다. 화면은, 하늘에서 ‘새의 눈’으로 내려다본 공원 풍경과 모니터를 보고 신기해하는 자신들의 모습까지, 실시간 영상을 각도를 달리해가며 보여줬다. 셀카봉 영상 기능의 무한 확장인 셈이다.

한 회원이 고글을 쓰고, 드론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전방을 관찰하며 골목이나 숲속을 구석구석 비행하며 실력을 겨루는 ‘레이싱 드론’의 원리를 설명해주자 셀카봉을 들고 있던 20대 청년이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헐, 언제 이런 세상이 왔지?”

지난 10일, 서울 용산의 한 ‘아르시(RC·라디오 컨트롤) 헬기’ 매장. 본디 아르시 헬기·비행기·자동차 등을 팔던 이곳은 지난 몇달 사이 ‘드론 전문매장’이 되다시피 했다. 이 매장 직원은 “1~2년 전만 해도 드론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드론이 전체 판매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고 했다. 개인·기업의 드론 구입 문의전화만 하루 50여통에 이른다고 한다. 이날 20만원대 중국산 연습용 드론 ‘갤럭시 비지터 6’을 구입한 20대 남성은 “건담 프라모델에 빠져 있었는데, 방송에서 드론 날리는 걸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서 사러 왔다”고 말했다.

이륙하는 ‘인스파이어 1’.

인기 폭발 드론, 최근 6개월 새 동호인 급증

무선조종 무인 비행장치(비행체) ‘드론’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수직 상승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드론 이름을 내건 인터넷 카페 수십개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온·오프 매장 할 것 없이 드론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온라인 해외직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엔 사단법인 한국드론협회가 만들어지고, 드론 입문 강좌와 드론교육지도사 강좌도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일부 동호회와 기업체가 주최하는 드론 경기대회도 조만간 선보일 전망이다.

일부 대학과 직업학교에선 ‘드론 커뮤니케이션’ 정규 과목 개설, 드론학과 설치도 추진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서울현대직업전문학교 권정구 입학처장은 “올가을 모집을 거쳐 내년 1학기부터 2년제 드론학과를 개설할 계획”이라며 “급증하는 관심을 반영해 드론제작·드론활용론 등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두가 최근 6개월~1년 사이에 벌어지거나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다. “취미활동이든 상업적 활용이든 드론의 세상은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초등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이미 영상촬영, 레이싱, 배틀 등 드론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는 사람이 많아요.”(이승경 한국드론협회 교육원장)

이 원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 레저 분야 드론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관련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집계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드론(drone)은 무선조종 비행장치를 말한다. 무선조종 장난감 헬기도, 폭격용 군사용 무인항공기도 ‘벌이 웅웅거린다’는 뜻을 가진 ‘드론’으로 불린다. 흔히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조종 비행장치를 드론이라 통칭하지만, 프로펠러를 여러개 가진 비행체란 뜻에서 멀티콥터라고도 부른다. 무인항공기는 애초 20세기 초 군사용으로 개발된 이래, 미국 등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실제 전투에도 활용되고 있다. 드론이 일반인의 관심을 끈 건 2000년대 들어 항공촬영 등 전문 분야와 상업적 용도에 활용되면서부터다.

최근엔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드론 개발이나 상업적 활용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이나 도미노피자 등이 이미 미국 내에서 택배 서비스 시범 활용에 성공했고, 페이스북은 드론을 띄워 무선인터넷 중계기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 알리바바가 지난 2월 베이징 등 도심지역에서 생강차 등의 드론 택배 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만 드론이 항공기로 분류되는데다 추락 위험 등 안전성 문제,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 등으로 상업적 활용엔 아직 수많은 걸림돌이 놓여 있다.

하지만 레저활동이나 일상생활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방송에선 드론을 이용한 역동적이면서도 색다른 시각의 영상이 넘쳐나고, 일부 리조트·펜션, 웨딩업체들은 고객들에게 드론을 띄워 찍은 기념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부동산업체·여행업체들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더 정확하고 더 감동적인 영상으로 고객을 끌어모은다.

드론을 재난사고·환경감시 등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드론 카페 동호회 ‘팬텀프로’의 이정훈 운영자는 “경기도경이 긴급상황 때 수색이나 구조에 드론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동호회원들도 긴급상황 시 자원봉사 차원에서 적극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11일 경기도 광주 청석공원에 모인 ‘팬텀프로’ 회원들. ‘인스파이어 1’의 카메라로 내려다보며 찍은 영상이다.

남녀노소 매력에 푹 ‘1가구 1드론’ 예측도

지난 4일 인천 크리켓경기장 옆 널찍한 잔디밭에서 만난 인터넷 카페 ‘드론플레이’ 회원 12명 중 10명은 최근 6개월 사이에 드론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드론을 접했다는 이들이 절반을 넘었다. 대개 무선조종 항공기·자동차 등을 몇년씩 갖고 놀다 “다루기 쉽고 촬영까지 할 수 있는 드론의 매력” 때문에 갈아탄 이들이다. 회원들은 이날 작은 상자에 드론 착륙시키기 경기를 하며 주말 한나절을 즐겼다.

‘드론플레이’는 3개월 전 문을 열어 100일 만에 회원이 1600여명에 이른 초보자 중심의 인터넷 드론 카페다.

드론을 가지고 노는 방식은 취향에 따라 대체로 세가지로 나뉜다. 드론을 날리고 사진도 찍으며 야외활동을 즐기는 이들, 스틸 컷이든 동영상이든 항공사진 찍는 재미에 빠진 이들, 부품을 주문해 드론 ‘자작’(자체 제작)을 즐기는 이들이다. 대개 처음엔 완구류 드론으로 연습한 뒤 카메라와 짐벌(진동방지장치)을 장착한 고성능 드론으로 옮겨가며 영상촬영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자작’을 즐기는 이들 중엔 관련 분야에 일정한 식견을 가진, 전자 분야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많다. ‘자작’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표 카페는 ‘멀티로터연구소’다. 회원이 7300여명에 이르는 이 카페에선 회원들과 공동 제작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카페 회원인 조기철(50·전자업체 근무)씨는 “중국산 부품 ‘직구’로 지난 1년간 5~6개의 드론을 만들어봤다”며 “비용도 적게 들지만, 무엇보다 내 취향대로 만든 비행체를 내 맘대로 띄워 움직이는 쾌감이 크다”고 말했다.

아직은 남녀노소의 장난감 비행기이자 카메라인 드론. 즐거움을 증폭시키는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될 경우 ‘1가구 1드론’ 시대가 곧 닥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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