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을 수사와 재판으로 밝히려면 공소시효 문제, 메모의 증거능력 등 여러 난관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수사가 본격 시작될 경우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 주변 인사들의 '입'을 통해 의외로 쉽게 의문이 풀릴 수도 있다.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은 공여자 진술에 입증의 상당 부분을 의존한다. 대부분 현금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대부분 발뺌을 하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의 경우 공여자를 자처한 성 전 회장이 사망했고, 돈을 전달했다는 시기도 8∼9년 전이어서 물증이 남아있길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이 때문에 돈 전달에 관여했을 성 전 회장의 측근을 확보하는 게 검찰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줬지요. 거기까지 가는 사람은 심부름한 사람은 우리 직원들이고요"라고 말했다.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돈을 전달할 때 동행한 주변 인물이 있다는 얘기다.
금품 제공이 사실이고 '심부름꾼'도 실제로 존재할 경우 스스로 검찰 등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금품메모'와 언론 상대 인터뷰가 진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언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과 심부름꾼 주변의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해 의미있는 뭉칫돈의 흐름을 확보한다면 유품으로 발견된 메모 등과 함께 유력한 정황증거로 삼을 수 있다.
여러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자금관리를 측근에게 맡기는 성 전 회장의 특성상 심부름꾼이 존재할 경우 실체적 진실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품제공 내역을 따로 정리한 문건을 갖고 있거나 성 전 회장 인터뷰와 메모보다 더 구체적인 진술을 한다면 파괴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해 '강서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 때도 검찰은 살해당한 송모(사망 당시 67세)씨가 생전 남긴 '매일기록부'를 토대로 금품로비 의혹에 대해 적극 수사를 벌였다.
성 전 회장이 2002년 5∼6월 자유민주연합에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전달할 때도 측근이 관여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당시 대아건설 회장이자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특보로 재직하면서 2004년 17대 총선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지방선거 자금 3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김 전 총재의 부탁을 받고 대아건설 경리이사 전모(50)씨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전씨는 성 전 회장의 지시로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 16억원을 조성하고 자민련 중앙당 후원회에 기부했다. 돈은 대아건설 지하주차장에서 전씨가 자민련 사무부총장에게 직접 줬다.
성 전 회장과 전씨는 법인 후원금 한도를 넘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건네려고 하도급업체 8곳 명의로 후원하는 것처럼 꾸몄다가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성 전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심부름꾼 전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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