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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모두가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면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 매달 일정 금액이 지급된다면 나는, 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각자 어떤 욕망과 임무들을 발견하게 될까? 지금 기본소득을 빌려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다. 사고, 질병, 분쟁, 불황 등 만성적인 위기감과 반복되는 절망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력이 요구되는 시대상황 앞에 우리 대부분이 문제를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에 사는 80년대생 이후 청년들은 그렇다. 기본소득을 통해 우리가 허튼 꿈이나마 꿔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로소 당면한 리스크들을 바라 볼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다.

ⓒShutterstock / jannoon028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에서 [시대정신 기본소득]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소득의 핵심 원칙은 '모두에게' '조건없이' 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당사자로서 기본소득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칼럼 시리즈에서는 각자가 가진 고민들을 통해 동시대의 문제를 짚어보고, 이로써 기본소득 논의를 재구성해보려고 합니다. - BIYN 사무국

여기 지금 우리가 마주한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소득의 이야기가 있다. 한 번 들어보자.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매달 충분한 생활비가 지급된다면, 우선 가난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해고가 곧 사형선고라는 공식은 무효해질 것입니다. 직장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으니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노동조건을 억지로 견디지 않아도 됩니다. 이는 일자리의 합당한 개선을 이끌어올 것입니다. 소득증가는 소비를 촉진시키므로 시장 경기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또한 보편적 복지로서 기본소득은 부의 재분배 효과를 불러오며 조세 정의의 실현과 사회 통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삶의 여유를 되찾은 사람들이 소비문화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성과들을 내어놓고, 생태적인 삶의 실험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서부터 불황, 생태문제까지 해결한다니, 아무래도 사기 아닐까? 솔직히 그렇다, 반쯤은. 위의 예를 돌아보자면, 시장을 살리기 위해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기본소득은, 생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문화에서 벗어나 자급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상충한다. 더 작은 단위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충돌은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틀림없이 기본소득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도 반만 사기인 까닭은 기본소득이 모든 문제 각각에 결합하여 강력한 힘을 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에게', '조건없이'라는 기본소득의 성격이 결국 문제를 해결할 주체인 모든 '개인'들, 가장 기본적인 단위의 행위자들에게 자원을 지급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모든 주체들에게 자원이 지급된다면, 문제는 '어떤 욕망을 따라 그 자원들이 흘러가고, 또 어떤 문제를 구심점 삼아 재편될 것인가'이다. 일단 모르는 사람들은 차치하고,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 매달 일정 금액이 지급된다면 나는, 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각자 어떤 욕망과 임무들을 발견하게 될까? 지금 기본소득을 빌려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사고, 질병, 분쟁, 불황 등 만성적인 위기감과 반복되는 절망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력이 요구되는 시대상황 앞에 우리 대부분이 문제를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에 사는 80년대생 이후 청년들은 그렇다. 이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통계 지표들을 인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이를 가정해보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향하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무력감의 덫에서 빠져나올 용기를 준다. 기본소득을 통해 우리가 허튼 꿈이나마 꿔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로소 당면한 리스크들을 바라 볼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다.

이 지면은 앞으로 다양한 주체들,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대표하며 자신이 속해있는 영역들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소득 이야기를 수집함으로써, 여러 문제들을 이 '기본소득 뷰'를 통해 검토해 볼 예정이다. 이 시도는 기본소득의 문제 해결력을 입증해 당위를 주장하기 보다는 차라리 기본소득을 통해 미션들을 발굴해내고 이들의 관계가 드러나는 지도를 그리기 위한 사전작업에 가까울 것이다. 제각기 다른 소규모의 이야기들이 모여 다양성의 미학을 성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합적인 사회적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그 실마리 정도는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우선은 가볍게 이야기들을 늘어놓아 보기로 한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 매달 일정 금액이 지급된다면, 나는, 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글 | 백희원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heewon.baek@biy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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