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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성이 중국으로 시집가는 이유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탈북자의 성비는 어떻게 될까요? 많은 분들이 잘 알지 못하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입국한 탈북자 중 자그마치 75%가 여자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성비를 보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시장을 통한 경제 활동을 담당하는 사람은 주로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력이 있기에 탈북을 감행하기도 더 여유롭겠지요. 이런 경제적인 이유 말고도 그들이 탈북한 배경을 좀 더 잘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몇 년 정도 시간을 보낸 후에 입국하는 것이 가장 큰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요?

  • NK News
  • 입력 2015.03.30 09:49
  • 수정 2015.05.30 14:12
ⓒMatt Paish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탈북자의 성비는 어떻게 될까요? 많은 분들이 잘 알지 못하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입국한 탈북자 중 자그마치 75%가 여자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성비를 보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시장을 통한 경제 활동을 담당하는 사람은 주로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력이 있기에 탈북을 감행하기도 더 여유롭겠지요. 이런 경제적인 이유 말고도 그들이 탈북한 배경을 좀 더 잘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몇 년 정도 시간을 보낸 후에 입국하는 것이 가장 큰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요?

탈북을 감행한 사람 중 많은 이들은 남한으로 바로 오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국에 입국해 몇 달 또는 몇 년의 시간을 보내며 돈을 벌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돈을 모은 이후에는 남한으로 오거나 중국에 아예 눌러 사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탈북 루트입니다. 하지만 탈북자들 중에서도 남자보다는 여성이 중국에서 살 곳을 찾기가 훨씬 더 용이합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불법 입국을 하더라도 남성보다는 여성의 일손이 필요한 곳이 더 많습니다. 식당 종업원, 간호조무사, 어린아이 돌보기 그리고 가사 노동의 수요가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강제 송환시 탈북 남성에 비해 여성은 더 적은 형량을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중국의 조선족 남성과 결혼 관계를 유지함으로서 경제적, 신체적 안정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2013년 연구에 의하면 탈북 여성중 39.3 %는 이와 같은 결혼 관계를 경험해 본적이 있다고 합니다.

간간히 속임수 결혼에 넘어가 중국 남성에게 팔린 여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속임수 계약은 북한의 기근이 최고조에 달했던 90년대에 빈번히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에는 납치 또는 납치에 가까운 방식으로 속임수 결혼의 희생양이 양산되었다고 합니다.

90년대와는 달리 오늘날엔 중국 남성과의 결혼을 꿈꾸는 탈북 여성들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남성측에서는 가짜 광고와 속임수를 이용해 북한 여성의 판단을 방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남성과의 결혼을 꿈꾸는 여성은 많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합니다, 불합리한 결혼 생활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선 '중국 남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인 브로커들은 중국의 농부들에게 수천 위안씩을 받고서 탈북 여성과의 결혼을 중개합니다. 이와 같은 브로커들은 약 5천에서 1만 위안 정도 되는 돈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는 한화로 환전 시 약 100만원에서 230만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이와 같은 금액은 중국의 촌민에게는 절대로 작은 액수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북 여성을 '구매'하려는 측은 그 여성이 충분히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기를 바라게 됩니다. 몇몇 브로커들은 북한의 국경을 넘어가서 적합한 신부감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최근 국경 경비가 강화되면서 북한까지 넘어오는 브로커는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후보 신부를 데리고 함께 국경을 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방인과의 결혼 생활

중국인 남편과 사는 북한 여성이 정확히 몇 명이나 되는지는 도저히 알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운이 좋게 중국인 신분증을 얻은 이들은 중국 사회에 잘 스며들 수 있겠지만, 대다수는 중국인 남편을 떠나 남한으로 발길을 옮기거나 중국 공안에게 발각되어 다시 북한으로 강제 송환 당합니다. 그 숫자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난 약 20년간 최소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이르는 북한 여성들이 이와 같은 힘든 시기를 거쳐야 했습니다.

이와 같은 동거/혼인 관계가 존속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중국의 동북부 지방에는 조선족이 대거 살고 있고 조선족 사회는 현재 남녀 성비가 상당히 무너진 상태입니다. 젊은 여성은 마을을 떠나 빛과 기회가 넘치는 도시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밭을 돌보려는 경향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선족 남자들이 북한 신부감을 찾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남자는 북한 신부를 찾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건 지나치게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결혼 중매업자 사이에서 북한 신부감은 환영받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북한 신부는 주로 전처와 자식을 이미 가진 남자, 장애인, 술주정뱅이 그리고 상습 도박자와 같은 사람들이 찾는 신부감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배경이 있기에, 북한 신부와 중국인 남편의 결혼 중 대다수는 불행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파탄에 가까운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북한 여성의 경우 종종 물리적인 폭력, 언어적 폭력과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고 합니다.

북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탈북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사진: 에릭 라포르그

그렇다면 이렇게 불리한 결혼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높은 강도의 일을 강제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기에 충분한 의식주가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만일 신부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면 그녀의 아이들 또한 의식주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조국에서 도망쳐, 하루하루 연명하며 공안을 피하던 북한 신부에게 중국인 신랑의 든든한 지붕은 큰 위안이 됩니다.

또한 결혼한 신부의 경우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 송환 당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몇 년 전 중국 정부 직원이 중국인과 일정 기간 이상 결혼했고 아이를 가진 북한 신부들에게 중국 시민권을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중국의 공식 정책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이는 시골 변방의 동사무소에서 일개 직원의 판단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중국인들과 공안들 모두 한 곳에 오랫동안 거주한 북한 신부를 못 본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종종 북한 신부들이 공안을 매수해 중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북한 신부들도 중국인 사이에 상당히 동화될 것이며 그녀의 자식들 또한 어머니의 '진짜 정체성'을 모르고 자라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같은 가정에 속한 이들이 수천 이상일 것이란 것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음 목적지를 위한 징검다리

한 사적인 대화에서 북한 여성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북한 신부들은 줄행랑을 놓는 일에는 이골이 났다." 안타깝게도 중국 신랑과 북한 신부의 결혼 중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남성은 '평생의 동반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여성의 경우에는 중국 남편과의 결혼을 계약의 일종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북한 아내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사랑해주는 남편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부부가 여생을 함께 보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여성에게 중국 남편과의 결혼은 다음 목표를 위한 징검돌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벗어나 타국으로 가려는 그들에게, 몇 년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결혼은 상당히 편리한 '제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간 모은 돈을 가지고 남한에 정착하거나 북한으로 돌아가 개인 사업에 투자를 할 도약 준비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북한 여성들이 항상 차갑고 계산적이지는 않습니다. 남한으로 찾아온 이들 중 몇몇은 중국인 남편을 한국에 데려와 함께 살기도 합니다.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이들도 있고 결혼 생활에 책임감을 느껴서 그렇게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 북한 여성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를 사랑한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하지만 나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이 남자뿐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제 남편도 이제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남편에게도 이와 같은 혜택이 크나큰 이득이기 때문이죠."

물로 이와 같은 국제결혼은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동거, 결혼 생활 사이에서 낳는 아이들도 합법적인 증빙 서류를 갖추지 못하게 됩니다. 2013년 연구에 의하면 중국인 남성과 북한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중 겨우 56%만이 중국 정부에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도 큰 문제없이 공립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등록된 아이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합법적 서류의 부재는 점점 더 큰 문제점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와 같은 아이들 중 몇몇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중국인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종적을 알 수 없는 북한 어머니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북한 어머니가 남한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여러모로 편리해 집니다. 어머니는 남한에서 버는 돈의 일부를 양육비로 송금할 수 있으며 전 중국인 남편과의 연락을 이어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를 데리고 한국을 종종 방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반-고아 가정은 최소 만에서 만오천 사이라고 추정됩니다.

소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북한 여성의 중국 결혼 스토리는 불안정합니다. 여기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명확히 구분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특이한 현상은 분명 미래에 더 많은 굴곡을 낳을 듯합니다.

* 글쓴이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Nikolaevich Lankov)는 1980년대에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수학한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입니다. 안재혁이 번역하였으며 메인 사진은 Matt Paish가 찍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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