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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4년, 10분당 1명 사망.. 국민 절반이 난민

  • 강병진
  • 입력 2015.03.15 08:20
  • 수정 2015.03.15 08:21

10대의 반정부 구호 낙서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15일이면 꼭 4년째가 된다.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쓴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한 반정부 시위로 시작된 내전은 시리아를 죽음의 땅으로 바꾸고 있다.

내전 초기 '정부군과 반군 간 충돌' 구도는 지난해부터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 등 극단주의 집단의 발호가 더해져 피 흘리는 국민만 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지금까지 22만명이 사망하고 전체 인구의 절반인 1천1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내전 4년 동안 10분 마다 1명씩 목숨 잃어

"143명 사망 : 민간인 18명, 반군 11명, 외국인 이슬람 전사 12명, 정부군 13명, 정부 측 민병대 21명, 소속 불명 반군 17명, IS 13명, 쿠르드 민병대 17명, 정부 동맹국 전사 3명 등"

이는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지난 11일 웹사이트에 올린 시리아 전역의 내전에 따른 사망자 집계다.

하루에 140여명이 총과 폭탄에 목숨을 잃는 대참사는 시리아에서는 일상이 됐다.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을 쓰는 라미 압둘라흐만 SOHR 소장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성향의 활동가들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매일 사망자 집계와 각지에서 벌어진 내전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SOHR는 지난달 7일 내전 사망자는 21만60명이 사망했으며 민간인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망자 중 어린이는 1만664명, 여성은 6천783명이었다.

압둘라흐만 소장은 이 집계는 활동가들이 시신의 사진과 신분증 등으로 확인을 거쳐 보고한 것만 반영했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다고 밝혔다.

현재 시리아 내전 사망 통계는 SOHR의 집계가 가장 정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리아 정부는 물론 유엔 등 국제기구는 현장에 접근할 수 없어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SOHR가 확인한 사망자는 내전이 만 4년을 맞는 15일에는 22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1시간마다 6명 이상 숨진 셈이다.

내전은 정부군과 반군 간 싸움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부터는 IS를 필두로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해 복잡한 양상이다.

알아사드 정권과 같은 시아파인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정부군 편에 섰고 오랜 우방인 러시아는 물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수니파가 다수인 반군에는 중동의 왕정국과 터키 등 수니파 국가들이 지원하고 있으며 '온건 반군'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도움을 받고 있다.

'수니-시아', '서방-러시아'의 대리전 구도였던 내전은 지난해 IS가 칼리프가 통치하는 국가를 설립했다고 선포한 이후 피아 구분이 모호해졌다.

IS는 시리아 내 소수 종교와 민족을 무참하게 학살했고, 알누스라전선은 지난해 9월 미국의 공습을 받고서는 미국이 편든 온건 반군들에도 총구를 겨눴다.

소수 민족인 쿠르드와 아시리아 기독교도 등은 자체 민병대를 조직해 IS와 정부군 등의 공격에 맞서고 있다.

이처럼 내전 장기화로 극단주의 세력이 발호함에 따라 지난해 사망자는 내전 발발 이후 최대였다. SOHR의 연간 사망자 집계는 발발 첫해인 2011년 7천841명에서 2012년 4만9천294명, 2013년 7만3천447명, 2014년 7만6천21명 등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났다.

전국을 전쟁터로 방치한 알아사드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지난해 정부군의 통제에 놓인 40% 정도의 국토에서 대선을 강행해 독재기간을 늘렸다.

◇국민 절반 가까이 난민으로 전락…국제사회 도움 턱없이 부족

유엔난민기구(UNHCR) 등에 따르면 시리아 국민 2천300만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1천100만명 이상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난민 가운데 390만명은 인접 국가인 터키와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 등으로 떠났고 800만여명은 국내 난민이다.

난민들은 전쟁터는 벗어났지만 생명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인접국들이 유엔 기구 등과 함께 운영하는 공식 난민 캠프는 수용인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연간 수십만명은 폐선 직전의 화물선이나 작은 배에 짐짝처럼 실린 채 유럽행을 시도하고 있다. 전재산을 밀항업자에 주고 지중해를 건너려다 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난민들은 헤아릴 수도 없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는 시내 곳곳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행인들이 던져 주는 동전 몇 개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은 공터 등에서 노숙하며 연명하고 있다.

시리아와 접경한 터키 남부에서는 10대 소녀들도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나선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UNHCR는 전날 '구걸, 성매매, 아동노동…최후의 수단 찾는 난민 늘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390만 난민들이 피란 생활 중 삶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도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의 절반 이상이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노출돼 안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처지의 난민은 지난해에는 전체 난민의 3분의 1로 올해보다 적었다.

또 요르단 도심에 거주한 난민 4만명을 조사한 결과 3분의 2가 절대빈곤선 이하 수준의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UNHCR 최고대표는 "난민들이 테러와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돼 희생양이 되고 있지만 주요 위협은 난민으로부터가 아니라 난민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UNCHR의 보호를 받는 시리아인은 다른 어느 국적의 국민보다 많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54%만 모금됐다.

시리아 국내 난민의 상황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UNHCR는 1천200만여명이 생존을 위한 원조를 필요로 하며, 내전으로 포위당한 지역에 갇힌 21만2천여명을 포함해 480만명이 외부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학교의 4분의 1이 파괴됐거나 교육이 아닌 피신처 등으로 사용돼 240만여명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의료 물품과 검증된 의료 인력의 부족, 의료 시설을 겨냥한 공격 등에 따라 의료 체계가 완전히 파괴돼 기본적 의료 처치도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인권의사회(PHR)는 내전 4년 동안 의료진 610명이 사망했으며 97%는 정부군에 사살됐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내 비정부기구의 활동은 IS의 납치 등에 따라 거의 중단됐으며 심각한 자금 부족도 겪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지난해 12월 기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국가들 탓에 기금이 부족해 시리아 국외 난민에게 식량구매권을 제공하는 계획을 중단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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