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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할머니 범고래 지혜로 가족 이끈다

범고래 장기 관찰 결과 '할머니 가설' 입증…여성 장수의 진화적 설명

암컷, 폐경 이후 40여년 생존…오랜 생태 지식이 기근 때 무리 살려

무리지어 이동하는 북아메리카 연안의 범고래 무리. 먹이가 부족할 때 앞장서는 것은 늘 할머니다.

유전자를 후손에게 가장 많이 퍼뜨리는 것이 진화의 냉혹한 논리라면, 이것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동물이 있다. 사람, 범고래, 들쇠고래의 ‘할머니’가 그들로서 생식능력이 없어진 뒤에도 수십년을 산다.

 

대부분의 동물은 죽기 전까지 새끼를 낳는다. 바꿔 말하면, 번식을 하지 못하면 죽는 것이 진화적 숙명이다. 그런데 범고래 암컷은 12살부터 40살까지 새끼를 낳지만 90살 너머까지 산다. 수컷은 대개 50살을 넘기지 못한다.

일어서서 물밖을 살펴보는 행동을 하는 범고래 무리. 장기 관찰을 통해 연구자들은 고래의 개체별 특징과 친척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북아메리카 태평양 해안에 서식하는 범고래를 1976년부터 관찰하고 연구해 온 미국 고래연구센터의 해양생물학자들은 갓 태어난 개체부터 91살 할머니까지 다양한 범고래의 개체별 특징과 계보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로렌 브렌트 영국 엑시터 대 생물학자 등은 2001~2009년 사이 촬영한 751시간 분량의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할머니 범고래가 집단에서 특별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논문은 ‘할머니 가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류학자들이 제안한 이 가설은 수렵채취 사회에서 할머니가 식량 확보, 아이 돌보기, 홍수나 기근을 극복한 경험 등을 통해 자손을 번창하게 만들고, 이것이 폐경 이후의 수명연장을 재촉했다고 설명한다.

범고래가 왕연어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 언제 어디서나 충분한 연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와 워싱턴 연안에 사는 범고래의 주식은 왕연어이다. 그런데 사람의 어획과 엘니뇨에 따라 왕연어 무리의 크기는 해마다 들쭉날쭉하다. 범고래의 번식률과 사망률은 왕연어가 얼마나 풍부한가에 달려있는데, 특히 연어가 부족할 때 연어를 어디 가서 잡을 수 있나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연구자들은 할머니 범고래가 무리를 이끄는 리더 구실을 하며, 특히 연어가 적을 때일수록 할머니의 지도력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암컷보다 덩치가 커 많이 먹어야 하는 수컷은 늘 엄마 곁을 따라다니며 굶주림을 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덩치 큰 아들은 딸과 달리 늘 어미의 곁을 따라다닌다. 더 많은 먹이를 먹기 위해서다.

교신저자인 다렌 크로프트 엑시터 대 행동생태학자는 “이 연구는 폐경 이후의 암컷이 생태적 지식을 축적함으로써 무리에 핵심적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사이언스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사람도 폐경 이후 오래 사는 것이 단지 의료와 생활여건의 향상 덕뿐 아니라 진화적 적응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수렵채취인 가운데 60살 이상 사는 사람이 알려진 것보다 많고 연장자의 자손이 더 많은 자손을 얻는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ent et al., Ecological Knowledge, Leadership, and the Evolution of Menopause in Killer Whales, Current Biolog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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