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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공동책임' 美 '셔먼 발언' 파장

  • 김병철
  • 입력 2015.03.02 13:08
  • 수정 2015.03.02 13:15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과거사에 관련해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의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한 그의 최근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오는 등 벌써 한미 외교 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미간 인식차가 조기에 봉합되지 않을 경우 외교적 파열음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 속에 워싱턴의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한 기조가 변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거 교훈을 거울삼아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으로 셔먼 차관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이 일본에 이른바 '아베 담화'에 과거 무라야마 담화의 표현을 계승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우리 정부가 평가하는 한 이유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2일 국회에서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가볍지 않게 보고 있다. 엄중함을 갖고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다"면서도 "미측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과거에 밝혀온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을 1차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셔먼 차관의 발언이 특정 국가를 겨냥했다면 그 나라는 중국으로 봐야한다는 말이 많다.

한미일 3각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외교 구상을 감안할 때 한중 양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한중이 과거사를 토대로 대(對)일본 공조를 하는 것이 미국이 우려하는 시나리오인데 한중을 동급으로 놓고 말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셔먼 차관의 발언만 놓고 보면 이전보다 더 나간 측면이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도 지난해 2월 방한시 "한일이 역사를 극복하고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등 미국은 그동안 한일관계와 관련해 '미래'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에 대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요구하는 것을 사실상 '도발'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발언의 강도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발언은 한일관계 개선을 올해 우선순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입장에 대해 동북아 지역에서 과거사 문제가 갖는 중요성을 너무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셔먼 발언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한중 간 공조 조짐에 분명한 선을 긋기 위해 한국에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그동안 미국에 과거사 문제의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으며 이번 상황도 안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간 일본 문제에 대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국의 양자 외교를 실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인사가 공개적으로 일본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셔먼 차관의 발언은 한일관계 개선에도 악재라는 평가다. 도쿄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에서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앞으로 보이는 태도에 따라 과거사 핵심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협의의 논의 동력도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미국도 역사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일관계가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역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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