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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19일 21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3월 20일 01시 58분 KST

"광물 속에 상당량 갇혀 있는 듯" 그 많던 화성의 물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연구 결과)

40억년 전 화성엔 대서양 만한 양의 물이 존재했다.

나사 제공
물이 사라진 지금의 화성. 화성 궤도선이 촬영한 약 100장의 사진을 합친 것이다.

 

화성에는 40억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호수와 강, 바다를 형성했을 만큼 물이 풍부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지금까지 확보한 지질학적 증거를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당시 물의 양은 대략 100~1500미터 깊이로 화성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정도다. 이는 지구의 대서양 바다물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 표면에서는 물을 찾아볼 수 없다. 극히 일부가 화성 지표면 아래에 얼음 형태로 있을 것으로 보이는 관측 자료가 있을 뿐이다. 그 많던 화성의 물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이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기존의 유력한 가설은 물이 우주로 날아가 버렸다는 대기 탈출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화성이 태양과 가까워지는 때 화성 지표면 온도 상승, 먼지 폭풍 등의 영향으로 물이 수증기가 돼 대기층으로 올라간 뒤, 지구처럼 자기장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우주로 유실돼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만으로는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이 사라진 것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화성 탐사로버 퍼시비런스의 본격 활동을 앞두고, 미국항공우주국(나사)과 캘리포니아공대 과학자들이 화성의 물이 땅 속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그 양을 추론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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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풍부했던 수십억년 전의 화성 상상도. 나사 제공


광물에 갇힌 양은 표면 물의 30~99%로 추정

연구진이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 가설은 화성 궤도선과, 탐사 로버, 운석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현재 화성 대기의 화학적 조성, 특히 중수소와 수소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이뤄져 있지만 모든 수소 원자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수소 원자는 원자핵 안에 양성자 1개로 이뤄져 있지만 극히 일부, 약 0.02%의 수소 원자는 핵 안에 양성자와 함께 중성자도 있다. 이를 중수소라고 한다. 중성자가 없는 수소(경수소)는 중수소보다 훨씬 쉽게 화성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성 대기엔 중수소가 더 많이 남게 된다. 연구진은 그러나 현재 화성 대기의 중수소 비율로는 대기 탈출에 의한 물 손실량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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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비런스가 탐사하게 될 예제로 충돌분지 삼각주 지대.


연구진이 주목한 또 다른 물 손실 메카니즘은 화성 지각에 분포돼 있는 광물 속에 물이 갇혀 버렸다는 것이다. 물과 암석이 만나면 화학적 풍화 작용이 일어나 점토와 함수 광물(hydrous minerals)을 형성한다. 함수 광물이란 광물의 결정 안에 물분자가 들어 있는 구조를 말한다. 지구의 각섬석, 제올라이트 등이 이런 화학 작용으로 생겨난 함수광물이다.

그런데 지각 활동이 활발한 지구에서는 오래된 지각이 지속적으로 맨틀에 녹아내리면서 지각판 경계에 새로운 지각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화산 활동을 통해 물을 비롯한 여러 물질 분자들이 다시 대기로 방출돼 나오는 순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화성엔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지각판이 없다. 따라서 표면이 한 번 마르면 그것으로 끝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초기 화성 물의 30~99%가 광물에 갇힌 형태로 지각에 묻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추정 범위가 이렇게 넓은 것은 현재 화성 지각의 수분 함량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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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착륙한 게일 충돌분지 주변.


30억년 전 오늘날과 같은 황량한 화성으로

나사 화성탐사프로그램 수석과학자 마이클 메이어 박사는 ”지구의 함수 물질은 지각판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순환한다”며 ”그러나 여러 우주선의 측정 데이터로 볼 때 화성의 함수 물질은 순환하지 않고 지각에 갇혀 있거나 우주로 날아가 버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대기 탈출과 지각 풍화 작용이 누적되면서 10억년이 지난 30억년 전에는 오늘날과 같은 황량한 행성으로 변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주저자인 캘리포니아공대 에바 셸러 박사(행성지질학)는 ”화성 지각의 함수 광물 역사는 30억년이 넘은 것이 확실하다”며 ”이는 그 이전의 화성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18일(미국 시각 기준)로 화성 도착 한 달을 맞은 탐사 로버 퍼시비런스가 생명체 흔적을 찾으려면 30억년 이전의 함수광물 암석들을 찾아 수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