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2월 07일 16시 49분 KST

빌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탄핵 무죄 선고 연설은 너무나도 달랐다

트럼프의 '승리 연설'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상원이 헌법적 책무를 수행해 이 절차의 결론을 내린 지금, 저는 제가 한 말과 행동으로 이와 같은 일들이 초래되고 의회와 미국인들에게 막중한 부담을 지우게 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미국인들에게 깊이 사죄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빌 클린턴, 1999년 2월12일

 20여년 전, 탄핵소추 후 상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129단어로 된 연설문을 1분19초 동안 읽어내려갔다. 그는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고, 이제 다시 한 번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모두 힘을 쏟자고 역설했다.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클린턴을 향해 한 기자가 외쳤다. ”무죄가 입증됐다고 생각하십니까?” 

클린턴은 답하지 않고 그대로 퇴장했다. 

David Hume Kennerly via Getty Images
WASHINGTON, UNITED STATES - FEBRUARY 12: President Bill Clinton talks to the media after learning that the US Senate voted to acquit him of the charges of perjury and obstruction of justice during his Impeachment Trial on February 12, 1999. The charges stemmed from his relationship with White House intern Monica Lewinsky. (Photo by David Hume Kennerly/Getty Images)

 

상원 탄핵재판에서 역시 무죄를 선고 받아 파면 위기에서 벗어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박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와우. (박수) 모두들 정말 고맙습니다. 와우. (중략) 지난 몇 개월 동안, 아니 몇 년 동안 굉장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마녀사냥이 있었습니다. (중략) 사악하고, 부패하고, 더러운 공직자들, 정보 유출자들과 거짓말쟁이들이 있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2020년 2월6일

 

1시간 가량 9400단어가 넘는 연설을 하는 동안 그는 ”끔찍한 사람”이라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을 비난했고, ”(취임) 첫 날부터” 자신을 끌어내리려 했다며 ”악랄한”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했다.

″우리는 불공평하게도 지옥을 견뎌냈습니다. (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죠.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살면서 잘못한 일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웃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었죠. (‘트럼프 무죄 선고’ 헤드라인이 적힌 워싱턴포스트 신문을 들어보이며) 하지만 최종 결과가 바로 이겁니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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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Donald Trump holds up a newspaper with a headline that reads "Trump acquitted" as he speaks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Thursday, Feb. 6, 2020, in Washington. (AP Photo/Evan V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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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Donald Trump holds up a newspaper tat reads "Trump acquitted" during during an event celebrating his impeachment acquittal,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Thursday, Feb. 6, 2020, in Washington. (AP Photo/Evan Vucci)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이끌었던 제임스 코미 전 FBI(연방수사국) 국장, 로버트 뮬러 특검 등을 언급하며 ”전부다 헛소리(bullshit)”였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다면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거라고 말했고, 공화당에서는 유일하게 탄핵 찬성표(의회방해죄)를 던진 밋 롬니 상원의원을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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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Donald Trump gestures as he speaks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Thursday, Feb. 6, 2020. (AP Photo/Evan V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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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Donald Trump departs alongside first lady Melania Trump after speaking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Thursday, Feb. 6, 2020. (AP Photo/Patrick Semansky)

 

″이건 기자회견이 아닙니다. 연설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녜요. 이건 그저... 축하행사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이 자리에 초청된 공화당 의원들과 정부 각료들, 지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과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자신을 변호한 법률팀의 ”엄청난 업적”을 칭찬했고, 가족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을 차례로 호명하며 일으켜 세워 박수를 유도했다.

″오늘은 이 위대한 전사들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맞습니까? 위대한 전사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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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Donald Trump gestures as he speaks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Thursday, Feb. 6, 2020, in Washington, as first lady Melania Trump looks on. (AP Photo/Evan V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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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Donald Trump and first lady Melania Trump leave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Thursday, Feb. 6, 2020, in Washington. (AP Photo/Evan Vucci)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 밴디 리는 ”이 연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병리학적 이상을 드러내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무죄 선고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보수성향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노먼 온스타인은 ”자기도취에 빠진 사이코패스는 변하지도, 교훈을 얻지도 않는다”며 ”트럼프를 지켜봐왔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예상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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