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마무리하던 바로 그 때, (올해도 어김없이) 흰 옷을 입고 의장석에 자리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에 놓여있던 종이 뭉치를 북북 찢었다. 몇 번에 걸쳐, 차례차례.
그것은 트럼프의 연설문 사본이었다.
이날 연설을 중계하던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물론, 그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펠로시 의장은 방청석을 향해 찢긴 연설문을 흔들어보이기도 했다.
연설이 모두 종료된 후, 기자들은 펠로시 의장에게 달려들었다. ‘연설문을 찢으신 이유가 뭡니까?’
펠로시 의장은 또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연설문 사본을) 갈기갈기 찢었습니다. 한 페이지에라도 진실이 담겨있는지 찾아보려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날 연설 시작부터 펠로시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단에 오르면서 펠로시 의장이 건넨 악수를 외면했다. 그가 고의적으로 악수를 피했는지, 아니면 펠로시 의장이 내민 손을 미처 보지 못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장면은 생생하게 카메라에 포착됐다.
As he walked to the podium for his address, President Trump did not shake Speaker Nancy Pelosi's hand, although it was unclear whether it was an intentional snub https://t.co/UOJyqNXas1pic.twitter.com/hxW5J0LKib
As President Trump took his place for his State of the Union address, House Speaker Nancy Pelosi extended her hand to greet the President, and he left her hanging. https://t.co/FyQMS5FAnC#sotupic.twitter.com/AhTTsznRVi
잠시 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등의 의례적인 표현들을 모두 뺀 체 그저 ”미국 대통령”이라고 했다.
Traditionally, the Speaker says: "Members of Congress, I have the high privilege and distinct honor of presenting to you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Speaker Pelosi said "Members of Congress,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