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마리를 족히 넘는 것처럼 보이는 메뚜기들이 떼지어 날아다닌다. 퍼덕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거리 곳곳을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에 아이들이 놀라서 울음을 터뜨린다. 최근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촬영된 영상이다.
동아프리카 지역과 일부 중동 지역에 메뚜기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급기야 소말리아 정부는 2일(현지시각) ”사막 메뚜기가 소말리아의 취약한 식량 안보 상황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냐 동부의 한 농부는 ”메뚜기떼가 수확물을 휩쓸고 가 10월까지 굶주리게 될 것 같다”이라고 걱정했다. 소말리아 정부는 올해 4월 추수기 전까지 메뚜기떼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소말리아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케냐,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 각지에서 메뚜기 떼가 작물과 사료를 먹어치우고 있다. 홍해까지 건너가 이란과 파키스탄까지 강타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도 지난달 3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항공기로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등 메뚜기 박멸에 필사적인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FAO)는 ”이번 메뚜기 떼 출현은 최근 25년 사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는 1㎢ 넓이에 최대 8000만 마리가 뭉쳐서 날아다니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 정도 규모의 메뚜기떼는 하루에 3만5000명분의 식량을 먹을 수 있는데, 잡식성이라서 곡식류나 식물과 과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메뚜기가 휩쓸고 간 들판이 순식간에 황폐해지는 이유다.
25년 만의 최악의 발생. 그런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겨울 동아프리카의 날씨가 예년보다 훨씬 고온다습해지면서 메뚜기 떼 번식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대로 방치한다면 6월까지 메뚜기의 수가 500배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막 메뚜기의 번식속도는 그만큼 무시무시하다. 사막 메뚜기의 평균수명은 3~6개월 가량인데, 한 해 동안 많으면 4세대에 걸친 번식이 이뤄지며, 한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개체 수가 10~16배 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