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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27일 10시 20분 KST

도쿄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아베의 '한국 무시'는 평화국가 일본의 종언"

서울대학교 일본연구 학술회의 기조 강연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주최 제1회 학술회의 '한일관계, 반일과 혐한을 넘어서'에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아베 제2차 내각의 대한·대북한 관계'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는 한일관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일본의 동향을 바로 전하고 한일관계를 새롭게 전망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ㅍ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 상대 안하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와다 교수는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26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관정일본연구 학술회의에서 기조 강연을 하면서, “최근 일본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 입에서는 ‘38선이 동해로 내려오고 있다’며 한국을 배제하고 한국과 관계를 끊을 것을 각오하자는 논의가 나온다”며 “동북아의 결합을 버리고 중국·러시아·남북한이라는 대륙 블록에 대항해 미국·일본·대만의 해양 블록으로 결속하겠다는 의미로, 이같은 아베 총리의 ‘한국 상대 안하기’ 정책은 평화국가 일본의 종언”이라고 우려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무역 보복을 비롯한 공격적 정책으로 나아가게 된 것과 관련해 와다 교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 속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한 데 대한 반감과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충격을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26일 두번째로 총리로 취임하면서, 고노 담화를 대체한 새로운 담화를 내겠다고 표명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고, 2014년 말부터 아베 정권은 한일간 위안부 문제 비밀 교섭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반감을 키웠을 것이라고 와다 교수는 지적했다.

2015년 일본 외교청서의 한국 관련 기술에서는 “자유와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한다”는 문장이 삭제됐다. 2015년 12월28일 서울에서 한일 외교장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지만, 아베 총리는 “이 조치에 많은 가시를 붙여 이를 삼킨 한국 정부가 출혈하게 만들었다”고 와다 교수는 말했다. 총리의 행위라는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서 “최종 해결”이라고 주장하고, 국제회의에 들고나오지 말라고 단단히 약속을 받으려 했고, 일체의 사과 메시지를 보내기를 거부했다.

와다 교수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진 북미 정상회담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이중의 충격을 주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중개했고, 트럼프는 아베와 상의 없이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즉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문 대통령의 행동은 납북 일본인 문제로 계속해서 북한에 압력을 가해온 아베 총리의 태도와 대립하는 것이었다”며 “북측이 납치 문제 교섭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미와는 계속 대화를 이어가자 아베 총리는 전례 없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아베 총리의 이런 변화에 대한 반감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와다 교수는 최근 일본 일각에서 나오는 한국과 관계를 끊거나, 한국은 중요하지 않으니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일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자는 주장을 일본 여론이 받아들이거나 성사될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와다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 등 78명과 함께 ‘한국이 적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주최 제1회 학술회의 '한일관계, 반일과 혐한을 넘어서'에서 김현철 소장(왼쪽)과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박수를 치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는 한일관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일본의 동향을 바로 전하고 한일관계를 새롭게 전망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한일관계:반일과 혐한을 넘어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서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은 “일본의 경제 보복은 경제산업성의 잘못된 선택”이라며 한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재·부품 기술개발과 신산업 육성, 신남방정책과 평화경제 추진 등을 통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일본의 보복조치가 겨냥한 삼성과 하이닉스는 세계적 대기업으로서 일본의 소재·부품 중견기업들에 비해 월등한 바잉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서 “일본 기업들도 한국 내 공장증설, 해외공장을 통한 우회수출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일본 정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기업·대학의 산학연 협력, 정부의 부품소재산업 육성 등 지금까지 논의되어 왔지만 실천하지 안아온 숙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연구개발(R&D) 정책도 기존의 연구비 투입을 넘어, 특정한 소재, 장비 품목을 정해 개발 때까지 끝까지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이를 다른 분야로 확장해가는 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은 한·중·일이 분업구조를 통해 이익을 얻는 ‘동북아의 번영 구조’를 뒤흔드는 우를 범했다면서, 한국은 앞으로 신남방정책과 남북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 이번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현재의 위기는 1965년에 체결된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65년 체제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불완전했던 65년 체제를 극복하고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한일기본조약의 해석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일본은 식민 지배가 합법이었다는 해석에 입각해 있고 그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할 수 없음에 합의’한 채 문제를 접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이미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2010년 간 나오토 담화에 이르러서는 식민 지배가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이른 만큼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문서화해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는 일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문서화해 65년 체제의 흔들리는 기초를 강화해 새로운 한일관계로 진입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한국도 일본이 노력해온 과거사에 대한 사과들을 인식하고 일본 국민과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의 배상은 요구하지 않는다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북일 국교 정상화와 남북일 식민지배의 최종적인 청산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효진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최근 일본 아이치현에서 개막한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데 대해 “일본의 소녀상에 대한 반발을 지적하기보다는 ‘표현의 자유’ 문제를 부각하는 것이 더 호소력 있는 전략”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소녀상을 강조하면 강조할 수록 오히려 평화의 소녀상을 핑계로 전시회를 공격하는 일본 내 혐한론자들에게 반대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시민사회는 여전히 검열에 대한 큰 반감을 가지고 있고, 이는 중요한 연대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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