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9년 08월 27일 10시 06분 KST

MBN이 차명 자본금으로 종편 승인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나왔다

일부 간부들의 명의로 회사 주식을 사기 위해 차명대출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한겨레/공동취재단
2011년 12월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종합편성채널 4사의 개국축하쇼 중 윤승진 당시 MBN 대표이사와 배우 박해미씨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MBN이 지난 2011년 종편 승인에 필요한 납입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 20여명에게 600여억원의 대출을 받게 해준 뒤 그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게 하고 이를 은폐하려 회계조작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차명주식을 이용해 지금까지 종편 승인 또는 재승인을 받은 것이어서 승인 과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최근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진상조사 및 제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한겨레가 확인한 MBN 개인주주 명단을 보면, 최소 11명 이상의 MBN 전·현직 임원이 10억원 이상의 회사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MBN 개인주주는 지금껏 외부에 알려진 적이 없다. 최근 한겨레와 만난 전직 임원들은 “종편 승인을 앞둔 2011년 초 회사 쪽에서 일부 간부들에게 신분증과 통장·도장 등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뒤 개인 계좌로 수십억원의 돈을 입금했고, 이 돈으로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MBN 임직원 20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MBN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예금을 담보로 제공한 뒤 임직원들 명의를 빌려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실제 MBN이 공시한 2017년도 재무제표(2018년 공개)를 보면, MBN은 2011년부터 ‘주주 대출’에 대해 회사가 600여억원을 지급보증한 것으로 돼 있다. ‘주주 대출’이 바로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사기 위해 받은 차명대출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이런 사실은 그동안 누락돼 있다가 2017년도 재무제표부터 기재됐다. 차명대출을 감추기 위한 의도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회계조사국은 지난해 이를 파악하고 MBN과 우리은행 간부 수십명을 조사했다. 금감원은 오는 29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 MBN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안건을 보고하고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제재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MBN이 임직원 명의로 차명대출을 받아 이들을 ‘투자자’로 내세운 일은 종편 인가를 받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종편 승인 심사가 한창이던 2010년, 방통위는 평가 항목에 ‘납입 자본금’ 규모를 중요한 기준으로 세웠다. 3천억원을 최소 납입액으로 정한 뒤 5천억원까지 추가 납입액 규모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했다. 1~2점 차이로 종편 승인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시기여서, 납입 자본금의 규모가 클수록 선정에 유리했다. 이 때문에 MBN을 비롯한 종편들은 납입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 열을 올리던 상황이었다.

MBN은 2010년 말 승인 시점에는 3950억원의 납입 자본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 2011년 4월 종편 승인 직전 2800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차명대출을 이용해 임직원들이 거액의 주식대금을 납입한 때는 이 시기로 추정된다. 유상증자 직후인 2011년 5월, 방통위에선 MBN에 대한 종편 승인이 이뤄졌다. MBN은 이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 재승인을 받았다.

방통위는 올해 초 이 사안을 인지하고 진상 조사에 나섰다. 올해 1월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가 작성한 문서를 보면 “(MBN이) 차명대출을 통해 자본금을 납입한 것이 사실일 경우, 방송법에 따라 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관련 자료를 제공받아 본격 검토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명대출을 통한 자본금 납입은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고 허가 취소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방송법 18조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변경허가·재허가를 받거나 승인·변경승인·재승인을 얻거나 등록·변경등록을 한 때’ 방송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강혁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는 “방통위 승인과 재승인 때 재무적 문제와 분식회계가 간과됐고, 이를 반영해 심사했을 경우 승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재승인 시 승인 취소 등의 조처가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MBN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본금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내용을 보도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