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8월 16일 11시 54분 KST

이스라엘이 '반(反) 이스라엘 운동가'라며 미국 무슬림 국회의원 2명 입국을 금지했다

트럼프에게 인종차별 공격을 받아온 의원들이다

MENAHEM KAHANA via Getty Images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판적인 미국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하원의원과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하원의원에 대해 입국을 불허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두 의원이 반(反)이스라엘 운동을 벌일 의도가 있다’며 입국 불허 배경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결정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단 하나의 예외만 제외하고는 모든 비판에 열려 있다”며 ”이스라엘 법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같이 반이스라엘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수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두 의원의 방문을 허용한다면 큰 약점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두 의원은 이스라엘과 모든 유대인을 싫어하고 그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썼다.

 

지난주 민주당은 두 의원을 포함, 하원의원 41명이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 산하 미국 이스라엘 교육재단의 지원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의원들은 대부분 오는 22일 출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틀라입 의원은 최근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지구(웨스트뱅크)에 거주하는 자신의 할머니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난 아슈라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집행위원은 오마르 의원과 틀라입 의원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도시들인 헤브론, 라말라, 베들레헴, 동예루살렘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합병을 지지하며 친네타냐후·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에 대해 입국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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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오마르(왼쪽), 라시타 틀라입(오른쪽)

오마르 의원은 이 결정에 대해 ”충격적이며 민주적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며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잔인하게 점령한 현실을 제대로 대중에 알리지 않으며,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이슬람 혐오주의자에 동조해 온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을 고려할 때 놀랄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틀라입 의원도 자신의 조모의 사진을 공유하며 ”그는 인간 존엄을 지키며 평화롭게 살 자격이 있다”며 ”미국 국회의원인 이 여성의 손녀를 입국금지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유악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의원 입국 거부는 강함이 아니라 약함의 신호”라며 ”민주주의 사회는 공개적 토론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이스라엘 단체인 미 유대교 위원회 역시 두 의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네타냐후 총리 결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해리스 미 유대교 위원회 최고집행위원(CEO)은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두 하원의원의 입국 불허에 대한 비용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클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친이스라엘 단체 제이스트리트의 제러미 벤아미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를 모두 비판하며 ”자국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을 불허하는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공동의 민주적 가치에 기반했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두 의원을 포함, 이민자 혈통의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 4인방에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