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7월 19일 14시 19분 KST

트럼프가 지지자들의 '돌려보내라' 구호에 대해 : '내가 한 말 아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외친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이를 멈추게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외친 인종주의 구호와 거리를 뒀다.

그는 전날(17일)  미국 시민이자 연방 하원의원인 일한 오마르(민주당, 미네소타)를 향해 지지자들이 외친 ‘돌려보내라!(Send her back)’는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님, 어젯밤에 지지자들이 ‘돌려보내라’ 구호를 외쳤는데 왜 막지 않으셨습니까? 왜 그런 말을 멈추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18일(현지시각) 한 백악관 기자가 물었다.

″글쎄요, 첫째. 저는 그렇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금방 (다시) 말하기 시작했거든요. 매우 시끄러웠죠. 어쨌거나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답했다.

전체 영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자 연설을 멈춘 채 13초 동안 ‘돌려보내라!’는 구호가 울려퍼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지지자들을 자제시키려는 듯한 말이나 제스처는 없었다.

다음은 미국 공영방송 PBS가 정리, 편집한 당시 영상이다.

 

″그렇다면 그런 말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지지자들에게 말하시겠습니까?” 질문이 이어졌고, 트럼프는 즉답을 피한 채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 말씀드리자면,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제가 한 말이 아니라 그들이 했죠. 어쨌거나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외친 구호가 자신의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 트윗을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들여다보시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아실 겁니다. 어쨌거나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아요.”

지지자들의 ‘돌려보내라’는 구호는 트럼프가 몇 분 동안이나 오마르 의원을 콕 집어 비난한 직후에 나왔다.  

Kevin Lamarque / Reuters

 

공화당 인사들은 이 사건에 대해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가디언은 다음날 아침까지 이 구호를 규탄하고 나선 공화당 하원의원은 전체 250명 중 단 두 명 뿐이었다고 전했다.

애덤 킨징어(공화당, 일리노이) 하원의원이 그 중 하나였다.

″나는 극단적 좌파들에 깊이 동의하지 않으며 그들의 톤에 혐오감을 느껴왔다. 오늘 일어나서는 똑같은 혐오감을 느꼈다. ‘돌려보내라’ 같은 구호는 추악하고, 틀렸고, 우리 건국의 아버지들을 공포에 질리게 할 것이다. 이 추악함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위대한 나라를 잃을 위험이 있다.”

마크 워커(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도 거들었다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오늘 밤 오마르 의원을 지칭한 ‘돌려보내라’는 구호 때문에 고심했다. 그의 전력이나 발언, 행동들은 그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대단히 업신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것에 초점을 맞춰야지 소수자 집단의 우리 친구들에게 상처가 되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의원도 뒤늦게 트럼프 지지자들이 외친 구호와 선을 그었다. ”그런 구호들은 우리 당이나 우리나라에서 설 자리가 없다.”

그밖에 현역 의원이 아닌 공화당 정치인들도 ‘돌아가라’는 구호를 비판했다.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렇게 적었다. ”그(오마르 의원)의 시각은 끔찍하다. 그는 미국 시민이다. 그에게는 그의 끔찍한 시각을 드러낼 권리가 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낸 공화당 대선 도전자 빌 웰드는 ”어젯밤 ‘돌려보내라’는 구호로 끝난 트럼프의 연설을 본 모든 공화당원들에게 묻고 싶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우리가 그걸 위해 링컨과 레이건의 정당에 가입한 것인가.”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연설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는 그의 재선 캠페인 슬로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미국. 2019년 7월17일.

 

다른 의원들은 즉각적인 답변을 회피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변호했다.

″사람들이 구호를 외쳤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구호를 외치라고 한 건 아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이 허프포스트US에 말했다. ”록 콘서트에서 청중들의 반응을 통제할 수 없는 것과 똑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번 논란이 오마르 의원의 인종과는 무관한 문제라며 트럼프의 편을 들었다. ”(미국을) 사랑하라, 그렇지 않다면 떠나라는 말이 인종주의적이었나?”

″트럼프의 의견을 수용하는 소말리아 출신 난민이었다면 ‘돌아가라’는 말을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종주의자라면 흑인이나 무슬림들이라는 이유 만으로 그들 모두가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았겠나.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케빈 크래머(공화당, 네브래스카) 상원의원도 ”그(오마르 의원)의 인종은 관련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한 가지는, 누군가 그를 때리면 그도 똑같이 때린다는 것이다. (...) 난 항상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그렇게 한다. 나는 단지 사람들이 (트럼프의 행동에) 매번 놀란다는 게 놀랍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은 역풍을 부를 것을 우려해 지지자들의 ‘돌려보내라’ 구호와 거리를 둘 것을 트럼프에게 조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