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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군부가 시위대 강제해산을 시도하면서 '실탄'을 쐈다. 대화가 72시간 중단됐다.

수단 군부와 야권이 3년 간의 과도체제 수립에 합의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 허완
  • 입력 2019.05.16 11:52
수단 시위대가 길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타이어 등을 불태우고 있다. 수단, 하르툼. 2019년 5월13일.
수단 시위대가 길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타이어 등을 불태우고 있다. 수단, 하르툼. 2019년 5월13일. ⓒMohamed Nureldin Abdallah / Reuters

수단 군부가 15일(현지시각) 수도 하르툼 중심부의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하면서 실탄을 사용해 최소 9명이 다쳤다고 시위대 측이 밝혔다. 민주 정부 이양을 위한 양측의 대화는 72시간 동안 중단됐다.

다음 대선이 실시되기 전까지 3년 간 군부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과도체제를 구성하자는 합의가 마무리되는 듯 했던 양측의 대화는 이번 물리적 충돌 사태로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됐다.

지난달 장기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의 축출을 이끌어 낸 시위를 주도해왔던 수단직업협회(SPA)의 대변인 암자드 파리드는 ”시민들을 공격한 책임은 군사위원회에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지난 정권이 반군들을 대할 때 썼던 똑같은 수단을 쓰고 있다.” 그가 로이터에 말했다.

반면 수단 과도군사위원회(TMC) 위원장 압델 팟타 알-부르한 장군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긴장 고조행위를 자제하자는 합의를 시위대가 깼으며, 시위대가 군부와 합의된 시위 구역을 벗어나 거리를 가로막으면서 도시의 일상을 방해해왔다고 책임을 돌렸다.

16일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부르한 위원장은 시위대 대표와 맺었던 합의 중 시위대가 위반했다는 행위들의 목록을 나열하면서 TMC는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한 적절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72시간 동안 대화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하고 구금했던 TMC는 시위대가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고 부르한 위원장은 설명했다. 시위대는 국방부 청사 바깥에서 4월6일부터 노숙 농성을 벌여왔다.

전날(15일) 군부는 13일 하르툼에서 시위대를 겨냥한 물리적 충돌로 최소 4명이 사망한 사건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수단 시위대가 길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타이어 등을 불태우고 있다. 수단, 하르툼. 2019년 5월13일.
수단 시위대가 길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타이어 등을 불태우고 있다. 수단, 하르툼. 2019년 5월13일. ⓒMohamed Nureldin Abdallah / Reuters

 

4월11일 바시르 대통령의 30년 독재 종식을 이끌어 낸 거리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시위대는 군부에 민간으로의 정권 이양을 요구해왔다.

로이터 및 수단의 목격자들은 신속대응군(RSF) 로고를 부착한 군 장비에 탄 군인들이 외무부 청사 인근 알-멕 니미르 거리의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광범위한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RSF는 이같은 증언을 부인했다고 국영 TV는 보도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한 익명의 시민(20세)은 여러개의 탄피들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바리케이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와중에 그들이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바리케이드는 길을 막기 위해 시위대가 차단한 것이다.

이 충돌은 TMC가 과도 체제 관련 합의를 마무리짓기 위해 야권 그룹 ‘자유와 변화의 힘을 위한 선언(DFCF)’ 대표자들과 만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벌어졌다.

한 고위 DFCF 관계자는 TMC가 대화 중단을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대화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수단 시위대가 하르툼 중심부에서 길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쌓는 모습. 2019년 5월15일.
수단 시위대가 하르툼 중심부에서 길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쌓는 모습. 2019년 5월15일. ⓒMohamed Nureldin Abdallah / Reuters

 

지난 몇 주 동안 대화를 이어왔던 양측은 앞서(15일) 의회 구성과 과도 체제 존속 기간 등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민간에 정부를 이양하고 시위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충족될 합의 성사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는 우리 계획을 고수한다.” 하르툼 중심부에서 시위를 벌여온 알타이 블라가 말했다. ”바리케이드는 그대로 있고, 우리 요구사항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날 발표됐던 합의안에 따르면, 양측은 과도 체제 기간을 3년으로 하기로 했다. 군부가 제시한 2년과 야권 측이 제시한 4년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TMC는 이 과도 체제에서 구성될 의회의 3분의 2 의석을 DFCF가 갖고 기타 정당들이 나머지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었다. 합의에 따르면 대선은 3년의 과도 체제가 끝날 때 실시된다.

지난 월요일(13일) 보안군들이 일부 시위 지역에서 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져 시위대 3명과 군경찰 1명을 비롯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이어진 시위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DFCF 측은 군부에 책임을 돌리는 한편, 군부에 대한 반감을 키워 정치적 합의 가능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바시르 전 대통령과 연계된 단체가 충돌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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