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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09일 14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5월 09일 15시 16분 KST

무지개색 옷 입고 사진 찍었다고 징계? 학생 징계 불복 소송 탐방기

모든 것은 사진 한장으로 시작됐다.

4월 25일. 서울동부지법에서 무지개 학생 징계 불복 소송 첫 공판이 열렸다 ⓒ 법률신문

1. 사진 1장으로 시작된 징계 사건의 경위

”어느 사진을 보면 그 당시 상황이 제일 잘 나올까요?”

재판부 판사의 질문으로 공판이 시작되었다.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장로회신학대학교의 학생 징계, 학칙 개정, 19년 신입생 반동성애 서약서 작성 실시, 4월 25일 열린 징계 무효 소송 첫 공판까지. 이 모든 것이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일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에는 각자의 색깔로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평범하게 서있는 학생들의 사진이 떠올랐다. 긴장감도, 불온한 기색도 없는 밝은 사진. 학교 채플이 끝난 후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찍은 학생들의 사진엔 법정의 엄숙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맑은 표정까지 묻어 있었다.

지난해 5월 17일,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우리 안에 있을지도 모를 성소수자를 위해서, ‘함께 살자’는 의미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해당 학생 4명을 징계(1명 정학, 3명 근신)했고, 정학을 당한 학생 1명은 6개월의 유기정학 기간이 끝났음에도 아직도 복학하지 못하고 있다.

장신대는 개인 sns에 올린 사진을 이유로 학생 4명을 징계했다 ⓒ 페이스북 캡처

2. 장신대 학생 징계, 어떤 점이 부당한가?

그렇다면 어쩌다가 학교는 학생들에게 소송까지 당하게 된 것일까? 학생징계는 어떤 점에서 부당하다는 것일까?

- 징계 당시, 장신대에는 동성애 관련 표현을 규제하는 학칙이 없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는 무지개색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신학대학원생 4명을 징계했다.

무지개 색깔이 ‘동성애’를 표현하는 색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사진을 찍었던 2018년 5월 17일 장신대에는 학생의 동성애 관련 표현을 규제하거나 징계 대상으로 삼는다는 학칙이 없었다. 있지도 않은 규정으로 학생을 징계하게 된 것이다.

이후 학교는 학칙을 개정해서 동성애 관련 표현을 한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잠깐. 그렇다면 학칙이 바뀌었으니 징계해도 되는 걸까?

우리나라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형법 1조 1항에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쓰여 있다. 어떤 사람이 맘에 안 드는 짓을 했어도, 그 당시의 법에 그것이 불법이라고 쓰여 있지 않으면 아무리 미워도 처벌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아무리 이 학생들을 벌주고 싶어서 학칙까지 개정했다고 해도, 바꾼 학칙을 지나간 시간을 거슬러 소급적용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칙을 바꾼 후, 마음대로 학생을 징계했다.

- 다른 사유로 징계하는 것은 타당한가?

개정한 학칙(동성애 관련 표현 징계)으로 지나간 사건에 대해 학생을 징계할 수는 없으니, 학교 측은 ‘교육상의 지도를 따르지 않은 학생‘, ‘수업을 방해한 학생‘, ‘학교 구성원 및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학생’에 대한 징계 규정을 사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위의 징계사유는 너무 쉽게 반박이 가능하다. 무지개색의 옷을 입는 건 지도교수가 하지 말라고 지도한 일이 없기 때문에 지도를 따르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학생들의 행위는 조용히 예배드린 후 끝나고 사진 찍은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수업을 방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학생이 학교의 명예를 훼손을 했다고 보기엔 오히려 학교 측이 징계 사실을 적시한 자료집을 만들어서 노회에 배포하는 등 학교가 앞장서서 학교 구성원(학생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학교가 밀어붙여서 학생을 징계한 것은,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재량권을 넘어선 징계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이 SNS에 사진 한 장 찍어 올린 것에 교육지도, 수업방해, 명예훼손까지 운운한다면 누가 이 학교의 징계를 피할 수 있을까?

- 징계기간이 끝났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징계

정학을 당한 학생 서총명씨는 유기정학 6개월 징계를 받았다. 6개월이 지난 19년 3월에는 정학이 종료되어야 했지만, 학교 측은 휴학처리를 해주고 통보 없이 정학을 6개월 연장했다. 현재 서총명씨는 여전히 정학 상태다.

3.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 혐오도 반대한다”는 학교 측 입장?

재판부는 양측에 자료를 더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6월 27일에 오후 2시 40분에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을 갖기로 했다.

판사는 학교 측 변호사에게 (지도교수의 지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유에 대해서)지도교수의 지도 범위와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 (무지개색 옷을 입은 것이 수업방해에 해당한다는 사유에 대해서) 장신대에서 채플 수업은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학교 측에게 다시 질문했다.

″학교와 교단은 ‘동성애를 반대하면서 동성애자 혐오도 반대한다’고 했는데, 두 가지는 서로 모순되는 것 아닌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두 가지가 매치가 안 되네요. 지금 말로 대답하지 말고, 이해가 되게끔 다시 작성해서 제출하세요.”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 혐오는 반대한다는 모순,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내 눈 앞에 띄지는 말았으면 한다는 모순, 죄인은 환영하지만 죄는 미워하자면서 태어난 것을 선택의 문제로 간단히 치부해버리는 모순, 가해자의 무지와 폭력이 너무 잘 드러나는 질문이었다.

다음 공판 때 학교는 어떤 대답을 준비할까?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소심한 용기를 냈을 뿐인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협하는 피고의 신분으로 학교는 피해학생 앞에서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학교는 왜 무지개색 옷 입고 사진 찍은 게 전부인 학생들을 이렇게까지 징계하려고 한걸까?

4. 공판 후 신학대학원장 인터뷰에 대한 생각

법정 안에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방청객들이 참여했던 재판. 공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가며 공개방청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다. ”학교가 학생 상대로 너무 심했더라”, ”너무 억지로 (징계)해서 학교가 질 게 뻔해 보이던데”

동성애에 대한 의견은 뒤로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징계 학생 편에서 목소리를 냈다. 엘리베이터에서. 법원을 나가며.

신학대학원장이 학교 측으로 방청에 참여했던데, 그가 돌아가는 길은 외로웠을까. 아니면 학생들을 징계로 몰아넣은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되었을까.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켰는데 신대원장의 인터뷰가 실린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서로 충분히 얘기해서 풀 수 있었고, 학교는 그럴 의향도 있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학교를 적대적으로 생각해서 이런 소송까지 진행하는 게 선생으로서 참담하다”고 전했다는 기사였다.

글쎄. 학생들이 충분히 얘기하자고 학교에 징계 재심을 청구했을 때 재심을 거부한건 학교다. 신학대학교의 징계가 학생의 진로와 사역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뻔히 알면서도, 힘없는 개인이기 때문에 간단히 묵살하며, 1년 가까이의 시간을 돌아오지 못하게 막아두었다가. 이제 와서야 대화하고 싶었다는 말은 얼마나 기만적인가.

공판에 참석한 징계 피해 학생 서총명씨는 고함20과의 인터뷰에서 ″선생님들은 우리를 예배당 밖으로, 학교 밖으로 몰아냈지만. 우리는 굳게 닫힌 예배당을, 학교를 바라보지 않고 등을 돌려 세상을 바라보며 그곳에서 성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예수를 따르는 삶이며, 선생님들께서 가르치신 것들을 행하며 사는 삶이다”라고 말했다.

* 이 글은 고함20에도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