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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25일 17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25일 17시 39분 KST

그 블로거는 왜 장미꽃이 핀 화단을 다시 지저분한 공터로 돌려놨을까?

그러고 보니 유럽을 여행하며 화분을 돌려달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본 기억이 없구나

 

식물에 관심이 많은 나는 가드너의 블로그를 자주 보는 편이다. 즐겨보는 블로그 중에 장미를 키우는데 장인이신 분이 계시는데, 이 분이 집 주변에 작은 공터를 개간해서 장미 화단을 만드셨다. 땅을 고르고 흙을 살린 후에 각종 화초들과 값비싼 장미를 심고 가꾸셨다. 그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그 동네의 주민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곳에 자리 잡은 식물들이 건강하게 커가길 바랐었다. 그러다 엊그제 화단의 장미가 얼마나 컸나 궁금하여 들어가 보았다.

 

 

Анатолий Тушенцов via Getty Images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예쁘게 핀 꽃은 뽑아가고 그 자리에 개똥을 던져놓고 가거나, 음식물쓰레기나 매실주 찌꺼기 따위를 한가득 부어 놓은 것이다. 장미가 잘 자라기는커녕, 곧 죽게 생겼다. 결국 그 블로거는 화단을 없애고 원래의 지저분한 공터로 돌려놓기로 하셨다.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어서 다시는 공유정원 같은 것은 하지 않겠노라, 덧붙이셨다. 그 과정을 보고 있자니 길을 지나며 본 풍경이 생각났다.

상가의 유리문마다 ‘화분 가져가지 마세요’ ‘6년을 정성으로 키웠습니다. 돌려주세요’ ‘화분에 담배꽁초 버리지 마세요’ ‘CCTV 가동 중입니다. 화분 가져가지 마세요’‘내 화분 가져간 XX, 심한 욕, 심한 욕, 저주, 저주’ 같은 글귀가 봄부터 가을까지 붙어있었다. 햇빛을 보고 튼튼하게 자라라는 마음으로 식물을 밖에 내놨다가 도둑맞아서 다친 마음들이 가득한 종이들이었다.

동네 공원의 아치에는 장미에 봉우리만 달리면 꺾이고 잘려나가서 만개한 꽃을 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활짝 핀 꽃들은 사람의 눈과 손이 닿지 않는 2미터 이상의 높이에서나 있다. 장미뿐인가. 화단의 꽃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른들은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직접 꽃을 꺾도록 가르치고, 커플들은 꽃을 꺾어 머리에 장식하거나 꽃잎을 뜯어 점을 보곤 한다.

뭐 상황에 따라 가지를 꺾고, 꽃을 따는 것이 식물에겐 필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식물의 생육을 돕기 위해 꽃을 따고 가지를 꺾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것들이라서, 나는 봄부터 공원에 나가면 마음이 안 좋다. 이런 공중도덕과 시민의식은 언제쯤 나아질까.

불현듯 영국에 거주하는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영국 사람들이 집에 정원을 꾸미고 창문에 꽃병을 두는 이유는 자신의 만족도 분명 있겠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배려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집 앞을 지나면서 예쁜 꽃들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그와 비슷한 마음으로 집 주변을 가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RomoloTavani via Getty Images

 

그러고 보니 유럽을 여행하며 화분을 돌려달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본 기억이 없구나. 혼자서 식물을 기르는 기쁨에 머물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기분까지 헤아리는 마음의 근간에는 시민의식이 있었다. 높은 담장 안에 대체로 가족들만 아는 정원을 가져야 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봄만 되면 그 나라의 길거리가 부럽다. 이른 봄이 되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구근 따위를 나누는 문화가 부럽고, 꽃이 만개할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며 지켜봐 주는 그들의 심성이 부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