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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21일 16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21일 17시 15분 KST

인간의 폭력성을 극대화 시키는 의외의 게임들

인성파괴 甲

검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진정성을 판별하겠다며 스타크래프트와 배틀그라운드 등 8개 게임의 접속사실을 요청했다. 검찰이 해당 게임을 꼽은 이유는 마법을 쏴 악마를 없애거나 총으로 적을 쏘는 등 폭력적인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검찰이 언급한 게임보다 훨씬 더 잔인하며 인간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임이 있다.

먼저 소개할 게임은 연소자도 플레이가 가능한 ‘심즈’다. 심즈는 게임 속 마을에서 심이라는 캐릭터의 일상을 플레이한다. 원래대로라면 꽃에 물도 주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며 아이도 키우고 노년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플레이하는 사람은 소수인 것 같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의하면 이 게임 내에서 하루에 죽는 캐릭터는 2만 8천명인데 그중 70%는 굶어 죽거나 불타 죽거나 물에 빠져 죽는 등 대부분 끔찍한 사고로 사망한다. 어떤 캐릭터는 자신의 분뇨 위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심즈 온라인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심즈를 죽이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올라와 있다. 여기에는 수영장에 빠뜨린 뒤 사다리를 제거하는 방법,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틀어줘 웃다 죽게 하는 방법, 과식으로 죽게 하는 방법, 결혼을 거부당해 놀라 죽게 하는 방법, 복어를 먹고 죽게 하는 방법, 난방을 극한으로 올려 더워 죽게 하는 방법 등이 소개돼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기본’에 불과하다. 한 여성 SF작가는 우리에게 자신이 작가적 상상력으로 플레이한 심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래 사례를 읽다 보면 다음부턴 아침 막장드라마를 볼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너무 시시해서.

사례 1.

동네 남자들이랑 한 번씩 섹스한 다음에 우리집 뒷마당에서 못 나가게 평생 감금함. 굶어죽지는 않게 냉장고 설치해 줌.

평생 다들 피로도 만땅 되면 쓰러지고, 배고파도 먹을 수 있는 건 아이스크림 뿐이었고, 아무데나 실례해서 온몸에서 악취 풍기는 채로 살아가다 죽음.

한 번씩 섹스하고 버렸기 때문에 내 심은 우리집 뒷마당에 갇힌 남자들의 애를 임신 함. 임신하고 나서 안 키웠더니 복지관에서 데려감.

그 남자들이랑 나랑 섹스한 결과로 나온 애들이 마을 여기저기에 입양가서 퍼짐. 내 심은 계속 남자꼬시고 있는데, 어느 순간 다른 남자 꼬시려고 하면 다 내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됨. 모성신화 완성^^

사례 2.

남자 등처먹으려고 꼬시고 임신을 했거든요. 낳아보니까 쌍둥이더라고요. 쌍둥이 키우는 거 너무 육아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래서 하나를 굶겨서 복지관에서 신고들어와서 보내버림.

돈 때문에 결혼한 거니까 그 남자는 죽여버렸거든요. 애만 열심히 키울려고. 근데 또 돈벌기가 귀찮아서 딴 남자를 또 꼬셨어요. 그 다음에 그 남자도 죽였는데, 그 남자가 키우던 애가 있는 거에요. 그 남자 애는 아니고 그 남자 형 앤데.. 뭐 형도 죽였으니까..

핏줄이 안 섞였다보니까 그 남자의 형 애랑 제 딸이랑 서로 조아하게 되더라구요. 그냥 그런갑다 조아해라 그러고 계속 키웠는데, 고등학교 때 키우는 쌍둥이 딸이 입양보낸 쌍둥이를 만난 거에요. 걔는 입양가서 잘 살았더라구요.

절친이 되어서 우리집에 데려왔길래 오 잃어버린 내 딸아 이러구 반가와했는데, 보니까 딸이 개부잣집으로 입양갔더라구요? 대박적이다 싶어서 죽여버린 남자의 조카를 데리구 옛 딸에게 작업을 쳤어요. 그러면서 같이 살자고 졸라서 그 집을 일단 먹었어요. 그 집 먹고 나서 걔 입양한 걔네 부모님은 바로 쫓아내고 걔네 부모님 집 팔아서 현금화 했는데.

근데 그러면 우리집에서 나-나의 쌍둥이 두딸-옛남자의 조카 넷이 살아야 되잖아요. 심지어 나의 쌍둥이 두 딸은 옛남자의 조카를 둘다 조아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집 옆에다가 건물을 하나 더 지어서 별장처럼 신방을 하나 더 꾸려줬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심즈 죽이기’를 검색하면 온갖 방법으로 심즈를 죽이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전문미디어 디스이즈게임은 심즈를 플레이하는 방법 중 가장 어려운 난이도로 ‘일상을 플레이하기’를 꼽았다. 누구를 죽이지도 괴롭히지도 나쁜 짓도 하지 않는 플레이는 내면의 악마를 억눌러야 하기 때문에 가장 어렵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방식의 플레이가 흥하는 게임이 있다. 바로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다.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의 목적을 ‘놀이공원 운영’ 대신 ‘입장객 학살‘에 두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검색하면 ‘입장객 학살’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이 게임은 심즈와 다른 방식의 학살을 즐길 수 있다. 놀이기구를 부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주 얌전한 플레이에 속한다.

 

 

대기 줄에 서 있는 사람을 굴려 인간 도미노를 만든다든지, 한 번에 2만 명이 넘는 손님들을 마치 영화 ‘데스티네이션’과 같은 상황으로 학살한다든지, 탈출하는데 263년이 걸리는 미로를 만든다든지, 한번 탑승하면 내리는데 3000년이 걸리는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식이다. 가끔씩 대기권을 돌파하는 롤러코스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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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은 내재된 폭력성을 참지 못해 게임 속 플레이어를 죽이는 걸까? 심즈의 제작자 그랜트 로디크는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행동 목적은 ‘죽이는데’ 있는 게 아니라 ‘게임의 틀을 깨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즉, 게임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독창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며 여기서 창의성을 느낀다는 게 로디크의 설명이다. 반대로 살인과 범죄가 난무하는 게임에서 아무도 죽이지 않고 최대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도 ‘게임의 룰을 벗어나는 방식의 플레이‘가 될 수 있다. 즉 심즈를 죽이고 관람객들을 괴롭히는 게이머들은 ‘죽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했다’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점이다.

검찰이 병역거부자의 ‘진정성’ 검증하기 위해 몇몇 게임의 접속기록을 들춰내는 것이 빈축을 사는 이유도 비슷하다. FPS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상대를 죽이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게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고 승리를 따내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수많은 적들을 한번에 몰살시키는 게임 디아블로의 목적은 몬스터를 죽이는 데에도, 미션을 깨는 데에도 있지 않다. 몬스터가 떨어트리는 아이템을 모아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드는 게 핵심인 게임이다.

이창화 변호사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전 세계 국가들 중 가상게임을 하는지 여부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임을 판단하는 데 고려요소로 삼는 곳은 하나도 없다”며 “게임을 하는 것과 실제 살상을 전제로 한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이를 실제 재판에서 양심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대체복무가 이제 막 도입되는 시점이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병역거부자의 거부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려는 시도 자체가 곧바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검증을 위해 게임 접속기록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그 실효성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카트라이더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참을 수 없는 난폭운전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접속하는 게 아니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