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지 폰의 모양을 바꾼 게 아닙니다. 우리는 미래의 모습을 바꿨습니다.”
삼성전자가 20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반으로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Galaxy Fold)’를 공개하며 내건 문구다.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자.
″갤럭시 폴드는 그저 기존의 카테고리를 깼기 때문에 신기원을 이룬 것이 아닙니다. ‘할 만한 건 다 했다, 스마트폰 혁신의 시대는 끝났다, 스마트폰 기술은 성숙될 만큼 됐고 시장은 포화상태다’라고 말하는 회의론자들의 의문에 답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업체들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정체되어 있는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모두가 ‘접히는 스마트폰’ 개발에 매달려왔던 이유다. 이름도 생소한 한 중국 업체가 지난 11월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완성도 높은, 주류 시장을 겨냥한 진정한 의미의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로부터 나왔다.
″구부려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접힌다”
먼저 하드웨어를 살펴보자. 갤럭시 폴드는 ”세계 최초”로 7.3인치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Infinity Flex Display)를 탑재했다. 안으로 접는 이른바 ‘인폴딩’ 방식이다. 접었을 때는 기기 외부에 장착된 4.6인치 디스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를 접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유리가 아닌 복합 폴리머(Polymer) 소재를 새로 개발했다. 일종의 특수 플라스틱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그 덕분에 기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 얇아졌다. 뿐만 아니라 여러 번 접었다 펴도 디스플레이가 변형되지 않고, ”구부려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접힌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접히는 부분의 내구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힌지 기술도 새로 개발되어야 했다. 부드럽게 접혀야 하고, 폈을 때 디스플레이가 평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를 자임했던 중국 업체가 달성하지 못한 과제다.
삼성은 기기를 폈을 때 균형을 이루도록 배터리와 부품들을 양쪽에 균형있게 배치했다고 설명한다. 양쪽에 각각 하나씩 배치되어 운영체제로 통합 구동되는 배터리는 모두 합해 4380mAh의 용량을 확보한다.
지문인식 센서는 오른쪽 측면으로 옮겨졌다.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 엄지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닿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왼손을 주로 쓴다면 아마도 검지 손가락이 될 것이다.
그밖에도 갤럭시 폴드는 위상에 걸맞은 고사양도 갖췄다. 7나노미터 64비트 옥타코어 프로세서, 12GB 램과 512GB 내장 메모리 등이다.
후면에는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됐다. 16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F2.2), 듀얼 조리개(F1.5/F2.4)를 지원하는 12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1200만 화소 망원 카메라(F2.4)의 조합이다. 기기를 접거나 펼쳤을 때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기기를 펼쳤을 때는 1000만 화소 카메라(F2.2)와 800만 화소 심도 카메라(F1.9)가 조합된 듀얼 카메라로, 기기를 접었을 때는 1000만 화소의 카메라로 셀피를 찍을 수 있다. 모두 합하면 카메라 렌즈는 총 여섯 개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접히는 디스플레이가 단순히 ‘넓어진’ 화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방식의 디스플레이에는 새로운 방식의 사용자 경험이 뒤따라야 한다.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삼성은 넓어진 화면을 2분할, 3분할로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최대 3개의 앱을 한 화면에 동시에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각각의 앱은 멈추지 않고 동시에 동작한다. 이른바 ‘멀티 액티브 윈도우(Multi-Active Window)’다.
삼성은 분할 화면에서 각각의 앱이 최적화된 형태로 구동될 수 있도록 구글과 긴밀히 협업해왔다. 덕분에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9 파이는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를 완벽히 지원한다.
기기를 접은 채로 사용하다가 폈을 때 화면이 어떻게 연결되느냐도 중요하다. 삼성이 이날 시연해보인 모습을 보면, 바깥 화면(접은 상태)에서 구글맵을 쓰다가 기기를 펼치면 보고 있던 구글맵이 끊김 없이 자연스럽게 큰 화면으로 이어진다. 삼성은 이걸 ‘앱 연결 사용성(App Continuity)’라고 부른다.
″여러분들은 이제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걸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상무 저스틴 데니슨의 설명이다.
갤럭시 폴드는 사실상 처음으로 등장한 ‘쓸 만한’ 폴더블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개발자들이 얼만큼 호응할 것인지, 또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선 폴더블 스마트폰이 새로운 흐름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LG전자를 비롯해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이 모두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런데 만약 접히는 방식이나 사용자 경험이 제각각이라면 개발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구글이 ‘폴더블 폰 가이드라인’을 지난 11월 발표한 이유다. 삼성으로서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새로운 흐름을 넘어 시장의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인지는 또다른 문제다.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접히는 굳이 스마트폰을 접어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가격이 하나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갤럭시 폴드는 1980달러(약 223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나온다. 이날 새로 발표된 갤럭시S10플러스(999달러)의 두 배에 육박한다. 기술적 성취를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선뜻 지갑을 열기에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갤럭시 폴드는 4월26일부터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LTE와 5G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는 시점은 2분기로 예상된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