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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종말 : 에어버스가 세계 최대 여객기 A380 생산을 중단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이 A380 주문을 축소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 허완
  • 입력 2019.02.14 18:56
  • 수정 2019.02.14 18:59
에어버스가 2021년을 끝으로 '세계 최대 여객기' A380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에어버스가 2021년을 끝으로 '세계 최대 여객기' A380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에어버스가 현존하는 최대 여객기인 A380의 생산을 끝내 중단하기로 했다. 가장 큰 고객이자 사실상 최후의 보루였던 에미레이트항공이 주문을 대거 취소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에어버스는 14일 에미레이트항공 측이 기존에 주문했던 A380 중 39대(53대→14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항공사들로부터 수주한 물량이 없는 상황이어서 에미레이트항공의 마지막 주문 물량 14대를 소화한 이후인 2021년에 A380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게 에어버스의 설명이다.

에어버스 CEO 톰 엔더스는 수주 물량 부족에 따라 생산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A380은 뛰어난 기술적, 산업적 성취를 이뤘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승객들은 이 거대한 비행기를 타는 것을 즐겼다. 따라서 오늘의 발표는 우리와 전 세계 A380 커뮤니티들에 가슴 아픈 일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 주문을 대거 취소하는 대신 차세대 중장거리 여객기인 A330-900 40대와 A350-900 30대를 주문하기로 했다. 두 기종은 A380보다 훨씬 작지만 연료 효율과 엔진 성능이 뛰어나다. 

A380의 런치커스터머는 싱가포르항공이었다. 사진은 첫 비행에 나선 싱가포르항공의 A380이 시드니 킹스포드스미스공항에 착륙하는 모습. 2007년 10월25일.
A380의 런치커스터머는 싱가포르항공이었다. 사진은 첫 비행에 나선 싱가포르항공의 A380이 시드니 킹스포드스미스공항에 착륙하는 모습. 2007년 10월25일. ⓒHandout via Getty Images

 

2007년에 정식 데뷔한 A380은 수십년 동안 전설적인 점보제트여객기로 군림해왔던 보잉 747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여객기’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미국(보잉)과 유럽(에어버스) 항공 산업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야심작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그 때부터 A380이나 보잉 747 같은 초대형 여객기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더 강력한 엔진(항속거리 증가)과 높은 효율성(운항비용 감소)을 갖춘 중장거리 여객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탓이다. 

일례로 보잉 747이 처음 등장한 1960년대만 하더라도 엔진이 두 개(쌍발)인 여객기로는 장거리 노선을 짜는 데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보잉 777로 대표되는 신형 기종들이 등장하면서 보잉 747이나 A380 같은 엔진 네 개짜리 초대형 비행기의 고유한 장점은 사라졌다.    

이는 항공여행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거대한 여객기로 거대한 허브공항들을 잇고, 승객들을 최종 목적지로 환승시키는 방식(hub-and-spoke)에서 중·대형 여객기로 다양한 목적지를 직접 잇는 방식(point-to-point)으로 트렌드가 변한 것.

항공사들 입장에서도 굳이 보잉 747이나 A380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 많은 좌석을 다 채워야 하는 부담 없이 적당한 수요만 있으면 웬만한 거리는 직항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A380를 운용중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A380를 운용중이다.  ⓒaviation-images.com via Getty Images

 

보잉 747이 ‘하늘의 여왕’으로 불리며 50년 넘게 항공여행을 지배했던 것과는 달리, A380의 전성기는 짧았다. 현재 남아있는 주문물량을 다 소화해도 전체 생산대수는 270여대에 그칠 전망이다. 보잉 747이 1500대 넘게 생산됐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데뷔 초기에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도 항공사들의 대량 주문 취소로 이어졌다.  

두바이를 초대형 허브공항으로 키우려 했던 에미레이트항공이 사실상 A380의 유일한 고객이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애초 160대 넘는 A380을 주문했으며, 현재 100대 넘게 운용중이다. 두 번째로 많은 A380을 운용중인 싱가포르항공은 고작 24대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A380은 ‘프리미엄 여객기’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항공사들은 빽빽하게 800여석을 채우는 대신 좌석수를 줄여 시트 간격을 넓히고 퍼스트, 비즈니스 클래스를 넓고 화려하게 꾸몄다. 에미레이트항공의 A380은 호화롭기로 유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A380의 하락과 몰락에 기여한 것 또한 에미레이트항공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슈퍼점보여객기의 시대가 이렇게 저물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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