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굽히지 못하도록 한 명이 꽉 잡고 신장을 측정한다. 키가 작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환호한다. 한국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신장 측정에서 펼쳐진 기이한 광경이다.
지난 3월부터 한국프로농구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키의 상한을 장신 200㎝, 단신 186㎝로 규정하고 이를 넘으면 국내 코트에서 뛸 수 없도록 했다. 국내 선수 보호를 목적으로 한 팀당 외국인 보유 가능 선수를 2명으로 제한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 2명을 장단신으로 나눠 신장제한을 둔 것이다.
이 때문에 나온 말이 ”르브론 제임스는 한국에서 뛸 수 없다”는 농담이다. 르브론 제임스의 키가 203㎝라 신장 제한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전주 KCC의 빅카드인 찰스 로드의 등록 신장은 200.1㎝. 한국에서 계속 뛰려면 로드는 키를 줄여야 했다.
당시 상황을 전한 연합뉴스를 보면 직원은 로드의 자세가 구부정하다며 여러 차례 교정을 요구했고 로드는 ”최대한 쫙 편 것”이라고 항변했고, 결국 로드가 한 차례 측정기 아래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 직원이 직접 몸을 붙잡아 고정시킨 후에야 측정이 이뤄졌다.
199.2㎝로 키 검사를 통과한 로드는 ”선수 생활 전체에서 가장 떨리는 키재기였다”고 밝혀 쓴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11일 열린 한국프로농구 이사회는 2019∼2020시즌부터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에 적용됐던 장신 선수 200㎝, 단신 선수는 186㎝의 신장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이제 르브론 제임스는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뛸 수 있다. 물론 물어보지는 않았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