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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는 온기가 필요합니다" 학생회의 새로운 입장문이 나왔다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 박세회
  • 입력 2019.02.11 11:34
  • 수정 2019.02.11 12:04
ⓒ뉴스1

서울대학교 학생회가 기계·전기 담당 노동자조합(이하 ‘기전노조’)의 파업에 대한 공감의 입장문을 다시 올리며 자칫 학생과 노조의 갈등으로 흘러갈 뻔했던 대립이 연대를 모색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11일 서울대학교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대학교에는 온기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전노조 파업에 대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입장서를 공개했다. 

이 글을 보면 학생회는 ” 총학생회는 난방 중단 사실을 인지한 후 도서관 난방 재개 요청을 노조 측에 전달하는 한편, 대학본부 측 교섭위원에게는 협상의 전향적 타결을 통해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기전 노조의 파업은 존중하지만 도서관은 파업 대상 시설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며 지난 8일 밝힌 최초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대학본부 측 교섭위원에게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학생회는 “11번의 교섭과 2번의 조정을 거치며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이 마련되었으나 끝내 학교 측의 거부로 마지막 조정이 결렬되었고, 그 결과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종료 결정에 따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여 파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앞서 잠시 학생회와 노조 측이 갈등의 양상을 보인 바 있다. 기전노조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7일부터 대학 도서관 등 일부 건물의 난방을 중단했다. 일반적인 노사 갈등과는 달리 난방 문제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학생회가 대학교섭본부가 아니라 기전 노조 측에 ‘도서관 파업 제외’를 요청하며 문제가 공론화됐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8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총학생회장단은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존중합니다”라면서도 ”다만, 도서관과 같이 학생들의 학업과 연구에 직결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대총학생회의 입장에 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 하종강 교수가 댓글을 달았다. 하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모아서 시장 집 앞에 버리는 운동을 벌입니다. 서울대총학생회의 입장은 파업하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우리 집 쓰레기만 치워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이어 그는 도서관을 파업 대상 시설에서 제뢰해 달라는 학생회 측의 요구가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는 논지를 펼치며 ”파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따질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파업하게 만든 자본가들에게 따지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익하고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페이스북

그러나 일부 학생들의 생각과 달라 갈등이 빚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대 소속으로 밝힌 김모씨는 댓글에 ”파업의 내용이나 당위성을 떠나서 그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들을 인질로 삼아 목적을 쟁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는 ”중요 시험을 코앞에 둔 고시생들을 도서관에서 몰아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조가 생존권을 외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모든 학생들이 ‘난방권’ 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기전노조 파업 농성장을 찾은 사회학과 학생 이예인씨(22)는 “파업을 지지하고 함께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이 누려왔던 편안함이 악조건에서 만들어진 누군가의 노동의 결과물이라면 그런 편안함은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파업이 애초에 왜 시작되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전국 국공립, 사립대 대부분이 2018년도 정규직 임금을 적용받고 있음에도 유일하게 2017년도 정규직 전환 전 용역회사 시절 임금을 시설관리직에 지급하고 있는 학교가 서울대”라며 “시설관리직이 오죽하면 쟁의권 행사까지 검토했겠나.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활임금 돈 200만원도 못 되는 급여로 생활하는 노동자들이 서울대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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