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9년 02월 08일 15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08일 15시 28분 KST

21세기 창작자에게 왜 공예의 중요성은 커져만 갈까?

크리에이티브 업계가 직면한 영감의 갈증을 해소시킬 우물이다.

LOEWE Foundation
Laurenz Stockner 'Bowl made of copper / elastic shape – Ø 200 mm'
huffpost

이제 사람의 힘과 간단한 공구의 조합이 이끄는 ‘만듦’은 매우 특별한 일이 되어 버렸다. 공예(craft), 수공예(handicraft), 수제품(handmade) 등 이를 지칭하는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련의 행위가 추구하는 가치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근대화와 산업화가 구현한 대량 생산체제의 풍요로운 풍경을 잠시 걷어낸 후, 질식 직전의 위기에 봉착한 ‘손’의 진가를 재발견하고, 북돋고, 나아가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LOEWE Foundation
Hae Cho Chung 'Five color vessels 0831'

우리는 첨단 기술과 디자인의 협업 아래 기능과 아름다움이 효율적으로 교차하는 다양한 문명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불확실성과 불완전함이 주는 휴머니티 고유의 매력에 둔감해졌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부흥한 로컬리티에 대한 관심 덕분에 지역에 온전히 뿌리를 둔 공예가 재조명 받기 시작하면서 이제 날이 갈수록 손맛 넘치는 순전한 노동의 개념이 디자인과 아트 신을 강렬하게 휩쓸고 있다.

LOEWE Foundation
Steffen Dam 'New Medicine'

이런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럭셔리 업계만 하더라도 로고 플레이·첨단 소재를 이용한 파격적인 디자인·현대 예술과의 접점을 통한 가치 상승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시간과 정성을 쏟는 노동의 정직함·휴머니티의 발현·모든 개체의 온리 원(only one) 전략을 통해 공예적 미덕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LOEWE Foundation
Aneta Regel, Reino Unido 'Raining Stones'

이런 흐름을 영리하게 잡아낸 스페인의 로에베(Loewe)는 ‘로에베 공예상(Loewe Craft Prize)’을 제정하면서 에르메스, 루이비통, 까르띠에 등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가 현대 미술에 올인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잊힌 ‘공예’라는 이슈를 선점하며 요즘 가장 주목받는 럭셔리 브랜드 리스트에 단단히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공예의 지위가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지난 몇 년간 공예가와 장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런 관심은 장인들 각자가 기존의 지식과 기술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적인 언어와 독특한 손맛을 반영한 작업을 선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에베 공예상을 주관하는 로에베 재단의 수장, 쉴라 로에베(Sheila Loewe) 회장이 올해 초 내게 들려준 말이다. 또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많은 창작자들은 시대를 초월해 기억할만한 영감을 발굴하고, 서두르지 않으며 제 손으로 아름다움을 천천히 창조하는 야망을 갖게 됩니다. 지금 시대를 맞아 공예에 대한 관심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이유이지요. 공예적인 결과물이 적절한 장소에 놓일 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문화는 더욱 더 풍요로워집니다.”

Alfredo Arias
Sheila Loewe

공예는 기후와 대지의 제약을 감내하며 현지 재료를 활용해 기능성과 심미성을 직조하는 활동으로, 특정 지역의 문화가 독특하게 농축된 정수나 다름없다. 산업화가 오기 전까지 적어도 수백 년 간 축적한 노하우로 자연에서 구한 소재를 정성스레 가공하는 태도는 빠르게 물건을 소비하며 감각을 휘발시키는 데 진력이 난 현대인의 허망한 마음을 채워주고 있다.

LOEWE Foundation
Chen Min 'Hangzhou Stool'

공예가 지닌 낯선 조형 언어는 신선하고 선명한 미적 감흥을 일으키고, 친환경에 입각한 제작 프로세스는 이 시대에 필요한 미덕으로 간주된다. 즉 공예는 지금 크리에이티브 업계가 직면한 영감의 갈증을 해소시킬 샘 깊은 우물인 셈이다. 앞으로 꾸준하고 강력하게 작용할 사회적 필요성을 기반으로 21세기 사회, 문화의 핵심부에 진입하며 그 입지가 계속 강화될 수밖에 없다.

* 《ARENA HOMME+》와 PUBLY에 발행한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PRESENTED BY 네스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