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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에 관한 죄책감은 왜 그토록 떨치기 어려운가

요즘 시대의 육아란 어떻게 하든 끝없이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수의 연발로 느껴진다

ⓒGOLFX via Getty Images

 

모유 수유를 위해 노력했지만, 우울증이 찾아왔다

 

스테파니 월튼은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수유를 할 수 없었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기에 처음 몇 시간 동안은 젖을 물릴 시도조차 하지 못 했다.

시간이 지나 아들에게 처음 젖을 물리자 젖꼭지를 너무 세게 물어서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났다. 수유를 제대로 하지 못 한 5일 동안 아들은 체중이 13% 줄었다. 월튼은 산모와 아기가 서로 옮기는 감염인 아구창(鵞口瘡)과 유선염에 걸렸다. 유두의 통증은 엄청났다.

그러나 의사, 간호사, 남편은 계속 수유를 시도할 것을 권했고, 월튼은 그 말에 따랐다.

아이가 배가 고파 울 때마다 월튼은 수유 기계를 찼다. 모유와 분유를 같이 먹이는 기계였다. 모유를 더 많이 나오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약품인 레글란(메토클로프라마이드)를 처방받았다. 수유 전후로 유축을 했으며, 아들을 깨우고 자신의 귀한 잠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의무적으로 2시간마다 젖을 먹였다.

수유 시도는 그녀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몇 달 동안 월튼은 한 번에 1시간 이상 자지 못했다.

그리고 우울증이 찾아왔다.

“수유 때문에 내 아이가 미워지는 기분이었다.”

이제 세 자녀를 둔 34세의 월튼은 당시를 회상하며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아들과 나만 집에 있는데 아들이 울면 나는 ‘맙소사, 제발 안돼. 쟤한테 젖을 물리고 싶지 않아.’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 떄면 엄마로서 너무나 끔찍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우울증은 메토클로프라마이드 복용의 부작용일 수 있다.)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수유의 기준은 실제 수유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공공 의료단체, 의료인, 소셜 미디어에서는 첫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모유가 최고라고 수없이 강조한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첫 6개월 동안은 모유만 먹이고, 이유식과 함께 1년 내지 그 이상은 계속 모유를 먹일 것을 권한다. 목표는 분명하다. 유아 감염 위험 감소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패하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라고 느끼는 여성들이 많지만, 미국의 경우 어머니의 대다수는 소아과 학회의 추천에 따르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80% 이상의 여성이 모유 수유를 시도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게 올라간 수치다. 하지만 6개월 뒤에도 계속하는 여성은 58%에 불과하다는게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조사 결과다. 그리고 소아과학회에서 권하듯 유동식이나 일반 음식이 아닌 모유만 먹이는 여성은 6개월이 된 시점에서는 25%에 불과하다.

추천 기간 동안 모유 수유를 하지 않거나 모유만 먹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통증이나 젖이 잘 나오지 않는 등의 의료적 문제, 이른 복직, 모유 수유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한 인간을 살려두는 데에 자신의 몸을 사용한다는 것에 육체적, 현실적, 감정적으로 큰 소모를 느끼는 여성들도 많다.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수유의 기준과 실제 여성들의 수유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삶에서 여러모로 가장 취약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여성들에게, 이런 기준은 죄책감과 수치가 기어들어올 공간이 잔뜩 생기게 된다.

처음으로 어머니가 된 경험을 하는 시기에 경험하는 이런 감정은 여성의 마음을 지배하고, 산후 정신 건강의 어려움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 모유 수유는 좋은 것이지만, 여성의 욕구와 정신 건강을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담론이 일고 있는 이유다.

“두 번째 임신했을 때 나는 상담을 받아야 했다. 첫 아이를 낳고 기른 경험이 나에게는 거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그렇게 살 순 없다’고 생각했다.” 월튼의 말이다.

ⓒVosparee via Getty Images

모유 수유를 못 할 때 갖는 죄책감이 위험한 이유

 

많은 여성들에게, 요즘 시대의 육아란 어떻게 하든 끝없이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수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타임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아이를 키우는 여성 응답자들의 70% 이상이 육아 방법에 대한 압박감을 갖고 있었다. 또 응답자들의 50%는 자신이 육아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매우 강한 수준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초산 후 엄마들은 처음 경험하는 종류의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엄마가 되어 겪는 수치심은 매우 특수하다. 갑자기 노골적인 방식으로 수치를 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가득해진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유 수유를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심리적 트라우마, 죄책감, 수치심의 정도는 다른 육아 문제들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비해 더 깊은 것 같다.”

산후 웰니스 센터를 만든 임상 사회복지사 케이트 크립키의 말이다.

모유 수유를 못 할 때 갖는 죄책감이 특히 위험할 수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호르몬이다.

임신 기간과 출산 직후, 여성은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등의 호르몬이 변화를 일으키며 모유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런 호르몬 변화는 단지 모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우울증과 불안에 취약해지게 하는 뇌 화학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우울과 불안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경우에도 호르몬 변화는 여전히 여러 출산한 여성의 평소 느낌과 반응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아이가 젖을 잘 물지 못 하는 게 심각한 문제로 느껴지는 현상 등이 있다. 이런 불안감은 모유가 잘 나오지 않게 만드는 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첫 아이를 낳은 여성에겐 우울, 불안, 모유 수유가 아주 복잡하게 뒤얽히게 된다.

크립키는 여성들이 겪는 다른 죄책감과 수유 관련 죄책감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모유 수유가 처음부터 아주 잘 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수유의 어려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죄책감은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다. 아주 보편적인 상황이다.”

모유 수유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흔하지만, 많이 이야기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현재 대중적으로 권장되는 수유 기준에 맞추지 못 하지만, 첫 아이를 낳은 여성들은 자신의 수유 문제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고립감이 더 커진다. 모유 수유가 옳은 것, 자연스러운 것으로 묘사되는 가운데, 이러한 기본적인 일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걸 수치스럽게 느끼는 여성들이 있다.

 

수유 중단을 ‘허락’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수유가 잘 되지 않거나 계획보다 일찍 끝나면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여성들을 본다.” 산후조리 컨설턴트 캐리 브루노의 말이다.

“출산 3~4개월이 지난 여성들의 집에 찾아가보면 그들은 수유 때문에 녹초가 되어 있다. 이런 상태는 아기와의 유대감을 쌓는 데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문제다. ‘좋은 엄마=모유 수유’인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내 생각에 그건 절대 공정하지 않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6살 제나 로빈슨은 출산 직후부터 수유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자세를 시도했고 수유 전문가들도 많이 만나보았지만, 로빈슨의 아들은 제대로 젖을 물지 못했다.

수유가 실패할 때마다 아들은 울었고, 며칠이 지나자 로빈슨은 감정적, 육체적으로 지칠 대로 지쳤다. 분유를 먹이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퇴원할 때 의사는 “꼭 모유 수유를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로빈슨은 계속 모유 수유를 시도해가며 몰래 분유를 먹이다 결국 아들의 소아과의에게 털어놓았다. 의사는 다른 수유 방법을 강요하지 않고 ”잘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들이 무엇이든 먹는 것이다”라고 말해줬다. 그 대화 후 로빈슨은 수유 죄책감 없는 모성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느꼈다. 분유를 먹이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분유를 사러 갈 때 마다 부끄러웠고, 수치심을 느꼈다.

36살 쇼나 베크너는 딸이 8개월이 되었을 때 젖이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돌이 될 때까지는 계속 모유를 먹여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유축을 했지만 한번에 약 30ml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유축을 해야 딸이 사흘마다 모유 한 병을 먹을 수 있는 꼴이었다.

“난 왜 그 짓을 계속했을까? 죄책감 때문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베크너의 말이다.

여성들은 수유보다는 수유 중단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2017년, 브루노는 클라이언트에게 수유를 중단하고 분유를 줘도 괜찮다고 말했던 경험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나는 이 여성이 간호사이자 수유 전문가인 나로부터 정확하게 원하는 게 뭔지 깨달았다. 그녀는 허락을 받고 싶어했다. 나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기가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며, 그녀에겐 엄마로서 아기에게 영양과 돌봄을 줄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모유 수유가 너무나 중요시되다 보니, 이런 부드럽고 친절한 발언조차 논란을 일으킨다. 브루노는 저 글을 쓴지 2년이 지난 지금에도 거의 매주 모유 수유 관련 단체들로부터 어떻게 그런 내용을 쓰고 믿을 수 있느냐는 분노의 편지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수유 죄책감 극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의도와 근거로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압박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성들이 각자의 수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성의 정신 건강도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내게 좋은 것 vs. 내 아기에게 좋은 것’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이며, 해답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크립키의 말이다.

“나는 여성들에게 모유 수유를 당연시하기보다 희망 사항으로 생각하라고 권한다. 자신을 돌볼 여지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Why Breastfeeding Guilt Is So Hard To Shake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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