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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아니라도 생명 위험하면 인도적 체류 허가해야” 첫 판결

1년 동안 국내에 머물며 일할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하다.

ⓒZolnierek via Getty Images

외국인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한국에서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무부가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는 첫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7단독 이승원 판사는 외국인 ㄱ아무개씨가 서울출입국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2월 “내전으로 위험한 고국에 돌아가면 징집돼 전쟁에 참여하여 죽을 수 있다”며 법무부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으나 거부됐다.

이 판사는 ㄱ씨가 난민은 아니라고 봤다. 이 판사는 “원고가 정부로부터 종교,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지 않았고 징집거부는 진실한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그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판사는 ㄱ씨가 난민은 아니더라도 인도적 체류는 허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이 판사는 ㄱ씨처럼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에게 인도적 체류허가 신청권이 있고, 법무부의 거부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인도적 체류허가는 외국인의 출·입국 관리 및 체류관리와 관련된 법 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며 “난민법의 인도적 체류허가 근거인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은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한 당사국의 보호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내전 중인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원고는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이 판사는 ㄱ씨의 인도적 체류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 장관은 난민법에 따라, 난민은 아니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등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외국인에게 인도적 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으면 1년 동안 국내에 머물며 일할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하다.

법원 관계자는 “정부는 난민 신청자는 인도적 체류허가를 신청할 권리가 없고, 인도적 체류허가를 하지 않더라도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정부의 인도적 체류 불허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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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인도적 체류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