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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1일 17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1월 11일 17시 49분 KST

우편배달부, 로봇이 대신한다

한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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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의 마음 속에 우편배달원은 어린 시절 하루에 한 번씩 고대하던, 또는 뜻밖의 편지를 전해주는 정겨운 ‘집배원 아저씨’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우편배달 업무야말로 장시간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3D 직군 중의 하나다. 사고나 스트레스 등으로 해마다 목숨을 잃는 일들이 잇따른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의 집계에 따르면 그 숫자는 한 해 평균 17명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힘든 배달 업무를 맡을 일손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 또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로 인해 우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고, 전문 택배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수익성도 나빠졌다.

로봇을 이용한 우편배달은 이런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대안이 될까? 아니면 다른 산업현장의 자동화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만을 초래할까?

노르웨이의 우편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는 포스텐노르게(Posten-Norge)가 이목이 쏠린 가운데 곧 로봇 우편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포스텐노르게는 오슬로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자동화기술 신생기업 버디 모빌리티와 제휴를 맺고 우편 배달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집배원 따라다니며 운반하는 로봇도

이 로봇은 다수의 우편함을 갖춘 대형 상자 모양의 이동로봇으로, 시간당 약 6km의 속도로 움직인다. 하루에 100명에게 우편 및 소포를 배달 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우편배달원처럼 우편물을 각 가정에 직접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앱을 통해 배달 일정을 알리면 고객이 정해진 장소로 나와 편지나 소포가 들어 있는 서랍을 열어 수령하는 방식이다. 우편 배달을 마치면 로봇은 가까운 우편물 센터로 돌아가서 다음 배달 임무를 준비한다. 또 이 시간을 이용해 충전도 한다. 로봇은 정식 데뷔에 앞서 콩스베르그 지역의 주택가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버디 모빌리티는 우편배달 로봇이 비용을 크게 줄여 우편물량 급감에 따른 수익 감소를 상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이 시스템을 이용한 새로운 수익원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집배원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집배원을 보조해주는 로봇도 나왔다. 독일 우편 서비스를 맡고 있는 도이체 포스트가 지난해 가을 선보인 포스트봇(PostBot)이다. 국제 화물운송업체 DHL이 전문업체에 개발을 맡겨 제작한 이 로봇은 무거운 우편물을 싣고 우편배달원을 따라다닌다. 키 150cm 가량으로 6개의 우편함에 최대 150kg의 우편물을 운반할 수 있다. 현재 독일 몇몇 곳에서 시험 서비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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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심 운용 등 한계

영국 잉글랜드 버킹엄셔주에 있는 계획도시 밀턴킨스에서는 이와는 좀 다른 소규모 지역형 맞춤 택배 서비스가 시작됐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스카이프 창업자들이 설립한 스타십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로봇이 배달 임무를 맡는다. 이 로봇 역시 네 바퀴가 달린 소형 이동로봇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여러 곳에서 시험 서비스를 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야 한다. 배달이 시작되는 곳은 이 지역에 있는 택배 사무소다. 소포가 이곳에 도착하면 앱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면 고객은 원하는 시간을 정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배달해줄 것을 요청한다. 물론 이것도 앱으로 진행한다. 배달이 시작되면 소포가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바퀴 네 개가 달린 상자 모양의 이 배달로봇은 초음파 센서와 9대의 카메라, 레이더, GPS 장치를 이용해 사람과 동물을 피해가며 정확한 경로를 따라 주소지에 도착한다. 로봇이 도착하면 고객들은 앱을 통해 전송받은 개인코드로 로봇 상자를 열어 소포를 받아든다.

일단 현재 배달이 가능한 지역은 반경 2마일 이내지만 점차 배달 지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한 달 이용요금은 10달러이며, 이용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올해 말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4년 전 이 로봇을 개발한 이후 그동안 20개국에서 12만5천마일(20만km)을 이동하며 다양한 테스트를 거쳤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같다. 위치추적 장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도중에 분실되거나 자칫 로봇이 파손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인도를 따라 이동하지만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는 등 상황에 따라 배달 시간이 지연될 수도 있다.

배달 로봇들은 발상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배달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계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복잡한 도심에서는 운용하기 어렵다. 한적한 소도시나 읍내, 그것도 넓지 않은 지역에서만 서비스 운용이 가능하다. 집까지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장소로 직접 나가야 하므로 오히려 기존 배달 시스템보다 불편한 측면도 있다. 배달 로봇이 이런 약점들을 뚫고 과연 틈새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