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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22일 17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8월 22일 17시 28분 KST

봉침은 정말 안전할까?

봉침은 전통적으로 자주 사용되던 생약이었다

huffpost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망한 피해자분이 봉침 시술을 요구했는지,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xis)가 발생한 뒤에 해당 한의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저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봉침은 정말 효과가 있고, 안전한 것일까요?

봉침, 쉬운 말로 하면 벌침(honey bee sting)은 전통적으로 자주 사용되던 생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침술 등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통증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전에는 정말로 벌을 잡아서 그 상태로 침을 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벌독(honey bee venom)을 추출해서 분말형태로 만든 후 이를 다시 적절한 용액에 녹여서 환부에 놓는 방식이 나왔고, 최근에는 벌독에서 알러지를 유발하는 물질을 정제한 후에 투여하는 방식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벌에 쏘이는 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 정말 괜찮은 걸까요?

먼저 연구들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벌에 많이 쏘이는 편입니다. 분류 상 벌과 같은 목(order)에 속하는 곤충들(이를 hymenoptera라 합니다)에게 쏘여본 경험은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6%에서 95% 정도에 달합니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한 번 이상 벌에 쏘여본 경험이 있다는 말이죠. 문제는 한 번이라도 벌에 쏘이는 경우, 인체가 이를 유해한 물질로 인식하여 과민반응(hypersensitive reaction)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건 벌독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데, 대략 이런 식입니다.

예컨대 누군가 담배를 피우다가 연기로 인해 화재경보를 울렸다고 해봅시다. 몰래 담배를 피우는 행위 자체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지만, 화재대피 과정에서는 소소한 소동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샤워를 하다가 뛰쳐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급하게 나가려다 집기가 부딪힌다거나 넘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겠죠. 이게 보통 벌에 쏘여서 나타나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반응입니다. 쏘인 부위가 퉁퉁 붓고 통증이나 가려움을 느끼는 정도죠. 그런데 만약, 누군가 탈출 과정에서 가스불을 켜놓고 나갔다가 화재가 발생한다거나 비좁은 계단에 사람이 몰려서 압사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BrianAJackson via Getty Images

 

벌독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험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가짜 알람’이 울린 건데,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겁니다. 화재 경보가 한 번 울려서 만만의 준비를 하고, 소방훈련까지 정기적으로 실시하다가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리니 탈출용 리프트를 이용해 창문에서 신속히 나가려다 수십 명이 떨어져서 죽는 겁니다. 이번에 일어난 불행한 사태도 그런 경우입니다. 벌독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분이 봉침을 맞고,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xis)가 발생해서 사망하게 되는 거죠.

실제로 벌(및 그와 유사한 곤충들)에 쏘일 경우 과민반응을 보이는 인구는 9.3%에서 28.7%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아나필락시스를 비롯한 중대한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죠. 그렇기에 ‘벌침을 그대로 맞는 경우’는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벌독을 건조했다가 녹여서 쓰는 경우’도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알러지 성분을 제거한 벌침용액’이 그나마 가장 안전성이 높은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이런 위험성을 안고 봉침을 맞을 정도로 효과가 있을까요?

좀 의외이실지는 모르나 현대 의학에서도 봉침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의약품 형태로 출시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인 구주제약이 개발한 아피톡신주(의약품 끝에 붙은 ‘-주’는 보통 주사제를 뜻함)가 현재 미국 FDA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거든요. 대상은 난치성 중증 골관절염으로 인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봉독이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고 있습니다. 다만 임상시험이 Ⅱa 단계까지 진행되었음에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외부에서 임상시험이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현재 임상시험 Ⅲ단계가 승인이 난 만큼 어느 정도의 효과성은 보이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재밌는 건 이 아피톡신 개발자분이 최근에 인터뷰를 하셨다는 겁니다. 일부를 옮기면 이렇습니다.

 

 Q. 봉침치료와는 어떻게 다른가?

생벌을 가지고 치료하는 민간요법은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벌은 나이, 계절, 환경에 따라 양도 질도 다르기 때문에 독의 투여량을 가늠키도 어렵다. 침은 바이러스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또 앞서 면역반응 때문에 용액 비중을 조절한다고 했는데, 그만큼 치료 과정에서 용량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의사들이 시행하는 봉침치료는 엉터리다. 유명한 한방병원에 입원해 봉침치료를 여러 번 받았던 환자 사례를 보기도 했는데, 자체적으로 엄청 희석해서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은 하겠지만 제대로 된 치료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엄밀히 말해 (봉독 관련해) 합법적으로 허가된 것은 아피톡신 하나다.

 

 

<청년의사>, “아피톡신, 최초 국산 美 바이오의약품 될 것” [인터뷰]구주제약 골관절염 통증치료제 ‘아피톡신’ 개발자 김문호 박사 중 일부 발췌

 

즉, 특정한 생산 방식으로 특정 용량을 정확히 조절해서 개발하고 있는 의약품도 아직 명확한 효과 검증이 끝나지 않았는데 그러한 용량도 자의적으로 설정해서 사용하는 봉침의 경우는 치료 효과에 대한 검증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물론 실제로 봉침을 맞고 효과를 보셨다면 좋은 일이지만, 다른 대체적인 치료법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위험성을 안고 불확실한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더군다나 관절염 치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혁신적인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바로 바이오 의약품의 등장 때문입니다.

현재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상위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의약품 중에는 관절염 치료제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Remicade나 Enbrel 같은 제품들이죠. 이들 외에도 염증성 질환을 목표로 개발된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이 존재하고 있으며, 또 현재 개발 중에 있습니다. 초기에는 류머티스성 관절염에만 사용되었으나 다른 치료에 효과를 보이지 않은 일반적인 관절염에 이러한 바이오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그 효과도 점차 증명되어 가는 중입니다. 가격 문제나 국내 도입에 관한 문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것도 난치성 통증의 경우나 고려 대상이지, 일반적인 통증이라면 대부분 현재 존재하는 의약품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기에 구태여 봉침을 맞을 필요는 없는 것이죠.

 

Tharakorn via Getty Images

 

결론적으로 일반적인 근육 통증 때문에 봉침을 맞는 것은 그리 권장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만성통증이나 난치성 관절염 등의 경우도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다른 약들이 존재하므로 봉침을 맞을 필요성이 더더욱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본인께서 효과를 보셨다면 그 역시도 본인의 선택이니 자유롭게 하시면 되겠으나, 벌독에 대한 과민반응은 없다가도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정도는 유의하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만약그런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면, 차라리 국가가 바이오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