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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내면 참가 가능한 가짜 학술대회에는 한국 학자들이 가득했다

"명백한 사기입니다. 처벌받아야 마땅해요"

  • 백승호
  • 입력 2018.07.20 11:14
  • 수정 2018.07.20 13:22

와셋이라는 학술단체가 있다. 와셋은 풀어서 쓰면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로 이름은 거창하지만 막상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수상해 보인다. 관광지를 연상케하는 컨퍼런스 개최 장소 사진도, 2031년까지 빼곡히 계획되어있는 일정도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학문 분야에서 참가도 가능하다.

 

ⓒWASET
참가 가능한 전공 목록
참가 가능한 전공 목록 ⓒWASET

 

MBC 탐사기획팀과 뉴스타파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와셋은 ‘해적 국제학술지‘의 온상이자 ‘가짜 국제학술대회’다. 이름만 넣으면 1초 만에 논문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만든 가짜 논문을 제출해도 채택되고 심지어는 컨퍼런스에 초청되어 발표까지 한다.

 

 

 

취재진이 직접 가짜 논문을 제출하고 현장을 찾아가 보았는데 한국에서 온 학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전남대학교 해양경찰학과 박달현 교수는 ”저는 형법 전공인데요. 여러분은 모두 전공이 모두 다르시니까…” 라고 운을 띄운 뒤 아무 자료도 없이 2분 만에 발표를 끝냈다. 전남대 연구팀 3팀은 등록만 해놓고 아예 학술대회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취재진은 전했다. 이 학술대회는 1박 2일의 일정이었지만 반나절 만에 끝났다.

 

ⓒMBC

 

와셋 학술대회 참가비는 1인당 5백 유로, 우리 돈으로 약 70만원 가량 된다. 유럽 주요지역에서 학술대회가 열린단 점을 고려할 때 왕복 항공기와 현지 체류비 등을 합하면 상당한 돈이 지출된다. 뉴스타파 취재진의 확인 결과 여기에 참가한 이화여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비용을 지원해주었다고 이야기했으며 박달현 교수는 이미 한국연구재단 연구비로 출장 경비 신청을 했다. 심지어 전남대 한승훈 교수 등 6명은 1인당 3백만 원이 넘는 돈을 출장비로 제출해 승인받았는데 참가도 하지 않았다.

와셋에 참가하는 한국 학자 수는 2014년부터 크게 늘어 현재는 와셋을 이용한 학자를 나라별로 따지면 다섯번째로 많다. 국내 대학교의 경우 서울대가 100건으로 소속 교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와셋에 이름을 올렸고, 이른바 명문대가 대부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마찬가지로 와셋을 취재하는 다른 나라의 취재진은 와셋 학술대회에 특히 한국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독일 NDR 탐사보도 기자 피터 하눙은 ”다른 나라에서는 2, 3명이 참석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0명 또는 그 이상이 참석했었다”며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고 언급했다.

한편 198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후버는 와셋에 대해 ”명백한 사기”라며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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