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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5일 17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5일 18시 25분 KST

식약처가 일본 '아이코스' 실험과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유

완전 반대의 결과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전자담배 분석결과가 일본과 정반대이며, 이를 살펴본 결과 그 방법 자체에 비과학적인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식약처가 이에 대한 질문을 수 주간 수십차례 받아오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커졌다. 

7일 식약처의 발표 자료에는 몇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일단 해외 연구기관의 분석결과를 보면 일본, 중국, 독일의 타르 수치가 크게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헬스 캐나다(HC) 방식을 사용한 궐련형 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본은 9.8~13.4㎎인데 반해 독일은 19.8~21.6㎎, 중국은 16.60(+-0.42)㎎에 달한다.

이렇게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일본이 전자 담배의 타르를 측정하는 데 있어 더 정확한 ‘개량형 헬스 캐나다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NIPH)/Kanae Bekki

식약처가 해외 사례로 참고한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의 2017년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 아이코스는 타르 함량이 개비당 9.8㎎, 멘톨은 13.4㎎이다. 일반 담배의 타르 함량은 일반형이 25.2㎎, 슬림형이 19.2㎎이다. 궐련형 담배가 아이코스 일반형의 257%, 멘톨의 188%로 나타났다.

일본의 연구 결과는 우리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 담배의 타르 함량은 17.1~20.2㎎, 일반 담배는 11.1~18.1㎎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입증”…‘타르’ 1.5배 더 많다”라고 주장한 것과 정반대되는 결과다.

어째서 이렇게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는지를 분석하려면 타르의 측정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담배의 ‘타르(TAR)’는 ‘Total Aerosol Residue’의 약자로 흔히 생각하는 역청이 아니라 연무 잔여물의 총량을 말한다. 측정 방법은 소거법을 사용한다. 담배를 태운 후 니코틴·수분을 제외하고 남은 물질의 총량이 곧 타르의 함량이 된다. 일반적으로 케임브리지 필터 패드에 담배의 연기를 통과시킨 후 증가한 전체 무게에서 니코틴과 수분의 무게를 빼 측정한다.

아래는 식약처의 첨단검사팀이 전자 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기계로 전자 담배의 연기를 빨아들여 플라스틱 형틀 안에 있는 케임브리지 필터에 통과시킨다.

distributed video/captured

이후 필터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형틀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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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필터를 꺼내 용매에 녹여 시료를 만들고 이를 분석하는데, 필터를 꺼내는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한다. 수분이 증발하면 타르의 총량은 증가한다. 간략화 한 수식을 보면 이해가 쉽다.  

정상 : 필터로 걸러낸 총량 - 니코틴 - 수분 = 타르(TAR) 

오류 : 필터로 걸러낸 총량 - 니코틴 - 수분(증발로 감소) = 타르(증가한 것으로 측정)

distributed video/captured

수분의 함량이 높을수록 증발하는 양이 많은데, 필립모리스 사가 2017년 발표한 성분 분석 결과를 보면 궐련의 연기에서 수분은 11.0%, 아이코스의 연기에서는 수분이 81.5%를 차지한다. 이를 바로잡아주지 않을 경우 타르의 함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

타르의 총량은 1그램의 1000분의 1인 밀리그램 이하 단위로 측정되어 아주 짧은 증발만 일어나도 편차가 상당하다. 이번 식약처 연구에 관여한 한 익명의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에 ”수분 증발에 의한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아이코스의 개발사인 필립모리스 측은 ”이런 수분 증발을 보정하기 위해 유해 성분을 거르는 필터의 틀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이 뚜껑을 열지 않고 솔벤트에 용해시키는 방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필터 형틀을 열지 않고 용해시키는 필립모리스의 장비다. 전자신문은 이와 같은 실험 장비가 없는 식약처가 한국필립모리스 측에 실험장비 제공을 의뢰한 바가 있으며, 필립모리스 쪽이 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음에도 ISO방식과 HC실험법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PMI

일본은 수분 증발에 의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나름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의 연구진이 발표한 2016년 논문 “2단계 용리법을 통한 2세대 전자 담배 연무 화학 성분 측정”을 보면 일본은 케임브리지 필터 패드 아래쪽에 기체 포집을 위한 별도의 카트리지(‘CX-572’)를 사용하고 있다. (아래 사진 참고)

semanticscholar.org

식약처는 또한 일본의 이러한 보정 방식을 인지하고도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방식을 체택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독성평가연구부 첨단분석팀이 지난 2017년 8월 21일 2박 3일간 일본으로 다녀온 출장 보고서에 이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필립모리스 쪽은 ”전자담배의 유해성분 측정을 위해 cx572를 사용하는 방식이 수분 증발에 있어서는 (한국의 방식보다) 더 정확한 측정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자세한 기전을 묻는 일본 필립모리스 쪽의 질문에 아직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이 답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번 시험의 시험분석평가위원장으로 참여한 신호상 공주대 교수는 지난 7일 식약처가 주최한 기자들과의 질문과 답변 시간에 ”니코틴의 함량과 수분의 함량을 빼준 것을 타르라고 정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수분을 빼줄 때 수분 측정 과정에서 상당한 로스가 생긴다. 필립모리스는 분해하기 전 수분을 측정하는 장치를 개발했다”라면서도 “회사의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은 있을지라도 국제적으로 아직 공인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공인 시험법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며, 더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면 이를 검토해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캐나다 헬스케어와 ISO 방식의 차이는 연무 횟수와 연무 방식에 대한 것일 뿐 다른 필터를 통해 더 정확하게 유해 물질을 측정하는 포집 방식 자체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 연구소와 필립모리스의 방식 역시 국제 표준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 쪽은 “포집 방식을 개량하긴 했지만, 우리의 방식이 국제 표준을 따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허프포스트가 약 20여 일에 걸쳐 수십번의 연락을 취했으나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을 위해 일반 담배 공인 분석법인 ISO 및 HC 법을 궐련형 전자담배에 맞게 적용하여 각각 분석”했다는 공식 입장만을 고수하며 ”독일 연방 위해평가원,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 중국 국립담배품질감독시험센터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맞게 적용하여 분석함”이라는 이상한 답을 내놨다. 국민 보건을 증진한다는 핑계에 숨어 예측이 가능한 방법을 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고 : 헬스 캐나다(HC)와 국제표준기구(ISO) 차이

- 주된 차이는 천공을 폐쇄하느냐 개방하느냐, 포집 시간과 포집 빈도를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