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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죄, 기준 없는 불법촬영 판결

'노출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또 무죄로 판결했다

지난해 4월, 경남 창원의 한 시내버스에 탑승한 대학생 송모씨는 같은 버스에 탄 여성을 동의 없이 촬영했다.

 

ⓒdimarik via Getty Images

 

검거된 송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촬영된 여성의 의상을 ‘노출이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사진 속 여성들은 무릎 위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며 노출이 심한 치마로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피고인이 육안으로 통상적인 방법을 통해 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촬영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이 사안을 ‘무죄’로 판단한 근거에는 법조문이 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촬영한 사람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바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여야 하는 것.

따라서 현행 법조문과 이에대한 법원의 해석에 의하면 아무리 의사에 반해서 촬영한다 해도 법원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다.

여기에 대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양현아 교수는 한국젠더법학회 창립 10주년 기념 축사에서 ”현행 규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로 한정함으로써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범죄가)‘성적자기결정권 및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임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북부지검 전윤경 검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구성요건 해석 및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기준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촬영된 부분이 성적인 부위인지, 노출이 얼마나 되었는지 여부가 아니라‘가해자의 촬영 의도가 성적 욕망 충족을 위한 것인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며 이 법의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전윤경 검사는 이어 ”가해자가 촬영하게 된 경위 및 의도, 촬영행위를 한 기간, 촬영행위의 횟수 및 사진의 양, 촬영 대상이 된 피해자의 수, 촬영 부분의 반복성,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촬영 이후 촬영된 사진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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