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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25일 19시 48분 KST

연세대에서도 은하선 페미니즘 강연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었다

반대 대자보, 반대 시위,

연세춘추 제공
24일 연세대에서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의 강연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4일 연세대 인권축제의 일환으로 이뤄진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의 강연을 두고 일부 연세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은하선의 강연이 이뤄지기 전부터 약 8백여명의 학생들이 강연을 반대하는 서명을 했고, 강연 당시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실 밖에서 반대 농성을 펼쳤다. 지난 10일에는 서강대 총학생회가 은하선의 인권 강연을 준비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취소한 바 있다.

은하선의 이번 강연은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주관해 ‘대학 내 인권활동 그리고 백래시’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에 반대한 학생들은 은하선이 ‘십자가 딜도(자위도구)’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는 점과 그가 ‘남성 혐오’ 발언을 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24일 연세대 곳곳에 붙은 강연 반대 대자보에는 “은하선씨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물론 종교에 대한 비하를 드러내는 언행으로 많은 사회적 논란의 시발점이 되어왔다”며 “이는 연세대학교 재학생을 무시하고 해당 강연을 반대하였던 타 대학교 학생들에 대한 조롱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쓰여 있다.

연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반대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22일 한 연세대 학생은 이 페이지에 “기독교 학교를 표방하는 우리 연세대에서 예수 십자가 자위기구를 판매했던 사람을 초청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 사람이 페미니스트이자 인권 운동가라는 사실도 인정하기 힘들다. 페미니스트는 남성 혐오 발언을 마음껏 쏟아내도 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24일 열린 강연장 앞에서는 4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혐오는 취소되어야 한다. 은하선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세대 학내 신문인 <연세춘추>를 보면, 농성 학생들은 ‘해당 강연은 학교본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세대 학생복지처 학생지원팀 이상두 팀장은 “비어있는 공간을 학생들의 요청으로 대관하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농성 학생들이 인권축제 기획단원을 벽으로 밀치는 등 강연장 밖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은하선 강연 반대 학생들은 “많은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여학생회가 소통하려는 노력 없이 강연을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강연이 끝난 25일에는 교내에서 ‘총여학생 폐지’ 서명을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25일 안으로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겨레

이와 관련해 은하선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들은 스스로 페미니즘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와 보면 반페미니즘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일부 기독교 내부에서 얘기해온 성 질서와 가족·사회 질서가 깨지는 것에 대한 실체 없는 공포라는 양상을 띄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와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이는 연세대 내 기독교 동아리인 연세기독학생연합회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권축제 관계자는 “은하선씨 강연 반대가 연세기독학생연합회(연기연)의 공식 의견은 아니”라며 “연기연은 이번 강연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해왔다”고 밝혔다.

연세대 학생들의 인권 의식을 높이고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계기로 마련된 이번 인권축제가 반대 시위와 온라인 댓글싸움 등으로 변질된 상황과 관련해 대학 내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제대로 된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쪽엔 극단적인 기독교 근본주의가 다른 한쪽엔 여성혐오 남성들이 있는데, 이들이 일시적 연대를 하면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다”며 “여자든 남자든 상관 없이 써먹을 수 있는 사람만 써먹고 나머지는 버려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버려질 위험에 처한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혐오, 백래시가 심하게 나오고 있다. 논쟁의 초점이 신자유주의 개혁에 맞춰져야 하는데 적을 잘못 설정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고 싶다면 시민들이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대학 내에서부터 이러한 공론장이 마련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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