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8년 05월 05일 11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05일 14시 03분 KST

정말 삼성바이오는 회계를 조작했을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2) - 회계부정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 내었고 이에 대한 ‘조치 사전통지서‘를 삼성바이오 측에 발송했다. 이 통지 이후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 여파로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매우 복잡하다. 여러 갈래의 수많은 쟁점들이 있고 한두 개의 보도만 봐서는 사건 전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이 사건에 대한 설명을 사건의 개요, 회계부정,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 여부 세 부분으로 나눠 작성했다.

아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쟁점에 해당하는 두 번째 내용이며 이 사건의 개요에 대해서는 바로 아래의 링크를 확인하면 되고 이재용의 경영권과 관련된 부분은 기사 맨 아래쪽 링크를 확인하면 된다.

 

 

바이오젠은 정말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나?

삼성바이오가 회계를 조작했다는 근거는 삼성바이오가 종속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재무제표가 분리되면서 삼성바이오가 가지고 있던 에피스의 지분이 갑자기 이익으로 잡혔다는 점이다.

 

MF3d via Getty Images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가치는 5조 2,726억원이며 이 중 당사가 보유한 지분(91.2%)만큼의 가치인 4조 8,086억원에서 이미 반영되어 있는 장부금액을 제한 4조 5,436억 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공동투자사인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 전체 지분의 50%에서 한주를 뺀 만큼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그렇다면 지분의 ‘매입 가능성’, 그러니까 콜옵션 행사의 가능성만을 두고 회계처리를 변경하는 것은 가능할까? 삼성바이오는 여기서 기업회계기준서를 들고 나왔다. 한국 기업회계기준서(K-IFRS) 제1110호에서는 ‘피투자자의 잠재적 의결권(콜옵션도 여기에 포함된다)을 보유한 자는 그 의결권의 행사가격을 고려해야 한다’ 고 되어있다. 삼성이 보유한 지분 중 절반에 가까운 부분을 바이오젠이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이를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단순히 ‘콜옵션’을 보유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실제로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회계규정은 ‘권리를 갖는 당사자가 권리를 행사하여 효익을 얻을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시점부터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참여연대는 당시 삼성바이오가 ‘악재의 연속’이었다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근거가 부족했다고 설명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중 나스닥 상장을 시도하다가 중도에 철회하였다. 2015년에 우리나라에서 복제약에 대한 품목허가를 얻었으나, 2015년 말 시점까지도 주력시장인 유럽시장에서의 바이오시밀러 판매승인은 불발 중이었다. 더구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판매승인이 된다고 해서 매출실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2016년 1월과 5월 각각 판매승인받은 두 개의 바이오시밀러 중 플릭사비는 작년 말까지도 매출실적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당시 매출실적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근거가 없다고만 볼 수도 없다. 에피스는 2015년 당시 천억대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도 3000억 이상 나왔다. 2015년 10월 에피스의 시밀러 제품은 한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고 이듬해 1월 유럽 승인도 받았다.

최근 몇년 간 바이오주 주식 시장은 광풍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주의 버블을 계속 지적했지만 투자금은 계속 쏠렸다. 코스닥의 시가총액 상위는 셀트리온이나 신라젠 같은 바이오주가 채웠다. ‘성장 가능성’만 보이면 투자자들은 돈을 쏟아부었다.

에피스는 당시 성공 가능성 등을 감안해 5조 2726억원으로 평가됐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약 2조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엄청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그리 무리는 아니었다. 실제 바이오젠이 올 6월의 시한 내로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에피스에 대한 평가 금액은 적정했나?

그렇다면 에피스의 가치로 평가된 5조 2726억원은 적정했을까? 당시 에피스의 가치를 평가한 안진회계법인은 평가 방식으로 현금흐름할인방식(discounted cashflow:DCF)를 택했다. DFC는 미래 영업 활동을 통해 기대되는 순현금흐름을 할인하여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 평가방식은 회사의 영업이익률 전망치의 산정이 중요한데 당시 평가에서 삼성바이오의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 24.1 % 에서 57.4 %가 될 것이라 가정했고 영업수익 성장률은 최저 -1%, 최대 105.3%로 설정했다. 조선인베스트는 이 방식에 대해 “한푼도 못벌 수도 있고, 100%도 넘게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Wavebreakmedia via Getty Images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가이드북에서는 이 DCF 방식에 대해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의 검증 가능성이 낮아 국내 IPO(기업상장) 평가 방법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즉 에피스의 평가는 시장가치를 적절하고 보수적으로 반영하는 평가는 아니었고 말 그대로 ‘고무줄’로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가치였다.

문제는 기업가치 판단 방식에 특별한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법 전문 변호사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DCF 등을 통해 특정 주체가 에피스의 가치를 얼마로 볼 것인지, 투자를 결정할 것인지 등은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자유”이지만 “객관적으로 이익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참고용’ 자료를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은 신의성실을 위반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고무줄 평가’는 여러 차례 검증을 통과했다.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 그리고 삼일회계법인은 삼성에피스의 평가가 반영된 2015년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고 금융감독원의 2016년 조사에서도 ‘중요성의 관점에서 회계기준에 위배된다고 인정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삼성바이오 측도 ”회계법인 자문결과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받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에피스의 평가기준으로 삼은 DCF 모델은 분명 논란의 있는 방식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이 평가방식의 채택 자체를 곧바로 문제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50%+1의 지분을 가진 회사를 ‘관계사’로 볼 수 있나?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50%에서 한주 부족한 물량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것을 근거로 에피스에 대한 지배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이게 합당하려면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상실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있다. 첫 번째로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 해도 실제 과반지분은 삼성바이오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를 여전히 지배회사로 보아야 한다는 것. 두 번째로는 삼성바이오가 과반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사회는 동수로 구성될 것이며 실제 의결은 바이오젠과의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는 것.

여기에도 규정은 명확히 대답하지 않는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에 대한 기준은 기본적으로 지분율 등으로 파악하지만 핵심은 ‘지배력’을 가지고 있냐다. 지배력이 있다면 과반이 아니어도 지배회사고 지배력이 없다면 과반이어도 지배회사가 아니라는 식이다. 분명한 것은 ‘과반을 넘어서도 지배회사가 되지 않았던 사례’는 삼성바이오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의 상반된 태도를 지적한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결정했던 그해와 그 다음해 모두 바이오젠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여전히 삼성바이오에 있다고 연차보고서에 기술했다.

삼성은 여기에 대해 한국회계기준과 미국의 회계기준이 다르다는 주장을 한다. 바이오젠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회계기준(US-GAAP)을 따르는데 US-GAAP에서는 시장 매매가격 등의 객관적인 가치를 확인할 수 없는 옵션에 대해 자산 또는 부채로 회계 처리하지 않는다. 반면 삼성이 적용한 K-IFRS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잠재적 의결권과 관련한 지배력을 측정할 수 있을 경우 재무제표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4일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52% 주총 의결권’라는 비밀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오젠이 50%-1주의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 

 

확신할 수 없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쟁점 모두 판단의 기준이 되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필요에 따라 삼성의 이야기를 채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상황이다.

 

krisanapong detraphiphat via Getty Images

 

회계사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여러 회계사의 의견을 취합했는데 한 회계사는 “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데 대해 회계 처리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금감원이 이전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회계사는 “콜옵션을 감안해 관계 회사로 변경한 사례는 전혀 없었다”면서 “콜옵션 행사에 관한 정확한 약정 사항을 알아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당시에 일종의 회계적 ‘틈’이 있었던 것”이라면서 “과거에 그걸 인정해 주다가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지났다고 다시 문제를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회계사 커뮤니티에서도 이 주제는 논쟁적이다.

의견이 분분하다는 의미는 규정 적용의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삼성바이오는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 항변할 것이다. 이 항변을 금감원이 수용할지 않을지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명확한 잣대가 없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이 회계부정 사건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같이 보면 조금 더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