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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30일 17시 54분 KST

비무장지대는 사실 '비무장'지대가 아니다

그러나 곧 '비무장지대'가 될 수도 있다

비무장지대(DMZ : Demilitarized Zone)는 전쟁을 막기 위한 일종의 완충지대다. 정전협정 당시 전쟁 당사자인 북한과 유엔사령부는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확정된 군사분계선으로부터 각 2km씩 떨어진 곳까지 비무장지대로 지정하였다. 이곳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며 군인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Sergei Bobylev via Getty Images

 

비무장지대는 한국군이 아니라 유엔사령부가 관할한다.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유엔사령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엔 사령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말단 병사부터 사단장까지 동일하다.

″지피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와 과정도 엄격하다. 국군 기무사의 신원조회를 거친 후 유엔사의 출입증이 발급돼야 들어갈 수 있다. 이등병부터 사단장까지 동일하다.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이 방문해도 유엔사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전시와 대형 총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출입증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비무장지대의 출입 허가권은 유엔군 사령부에게 있다. 한국 정부는 의견은 제시하지만 결정권은 없다. 비무장지대의 물리적 현장 관리는 국군이 하지만 출입하는 모든 인원과 병력에 대한 통제권은 유엔사 소관이다.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유엔사이기 때문이다. 지피가 유엔사의 시설이라는 의미다. 실제 지피는 유엔사 관할구역이며 주변 구역, 즉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 대한 배타적 결정권도 유엔사가 지니고 있다.
지피가 대한민국의 주권 지역이 아닌 이유는 정전협정을 체결할 때 남한이 빠졌기 때문이다. 1953년 이승만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정전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북한은 중국과 함께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중국은 1958년 한반도에서 철군하면서 정전협정에 관한 사항을 북한에게 위임했다. 그래서 평화협정의 체결의 당사자도 북한과 미국이 되는 것이다.”

-비무장지대 220개의 화약고 ‘GP 철수’가 평화 첫걸음, 4월29일 한겨레-

 

 


비무장지대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은 GP(전방초소 : Guard Post)뿐이다. GP는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적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에 있는 GP는 남측 60개, 북측 160개 정도다. 병력은 국군은 2000명 이하, 인민군은 4000명 내외로 추정된다. 북한군 GP(소초)와 우리 군 GP와의 거리가 580여m인 곳도 있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큰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곳이다. 이 때문에 정전협정 당사자들은 비무장지대의 출입을 ‘민사행정 및 구제 사업을 위한 목적’으로만 한정했으며 무장도 반자동소총으로 제한했다. 군사 충돌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비무장지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무장지대’가 된다. 한겨레에 따르면 북은 1950년 후반부터 병사들에게 자동소총을 지급했고 한국군도 1960년대 말부터 M-16 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 1970년 남북의 갈등이 심해졌을 때부터는 수류탄과 클레이모어(격발식수류탄), 기관포와 박격포 등의 중화기가 배치됐다. 사실상 정전협정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GP에 배치된 병사들이 정전협정을 따르지 않고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도 크게 보도되었다. 2005년 6월, GP에서 근무하던 김모 일병이 생활관에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진 사건이 일어나면서였다. 일각에서는 정전협정 미준수를 지적했지만 불신을 기반으로 쌓아 올린 무장은 쉽게 해체할 수 없었다. 결국 유엔사령부는 2014년 9월부터 비무장지대에 중화기를 반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구상은 정상회담 하루 전에 이미 관측된 내용이다.

서부전선 전방사단장을 역임한 한 예비역 장성은 “지피 철거는 간단하다. 각 지피마다 일주일이면 비무장지대 밖으로 철수 가능하다. 인민군도 비슷할 것이다. 문제는 상호 간에 지속적인 검증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군사적으로 우리 쪽이 손해날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관측과 탐지에 있어서 장비와 기술이 월등하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는 남과 북의 신뢰만 있다면 금세 ‘비무장 지대’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