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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개정협상, 자동차 양보하고 철강·농축산물 지켰다

'민감 분야에서 우리 입장을 관철시켰다'

  • 허완
  • 입력 2018.03.26 12:34
ⓒBloomberg via Getty Images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타결됐다.

양국은 미국산 수입자동차에 대해 미국의 자체 안전기준을 충족한 경우 한국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자동차를 업체당 현행 2만5천대에서 5만대로 늘려주고 한국 건강보험의 글로벌 신약 약값제도를 향후 개선하기로 했다. 우리는 미국수출 철강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에 최근 연평균 수출물량의 70%로 쿼터를 확보하고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개선과 무역구제의 절차적 투명성을 협정문에 반영하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양국간 결산 손익계산서를 따진다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우리가 선방한 것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와 반대로 미국은 실리를 얻고 한국은 명분을 챙긴 협상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연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결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협상 타결에)필요한 수준에서 (상대방 미국 쪽에)명분을 제공하되 우리 쪽 실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협상에서 미국이 주요 관심사항으로 제기해온 자동차분야를 보면, 미국은 한국산 화물자동차의 관세(현행 25%) 철폐기간을 현행 협정문의 ‘발효 이후 10년차 철폐’(2021년 철폐)에서 20년(2041년 철폐)로 연장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미국에 수출하는 화물자동차(픽업) 물량은 거의 없는 상태이지만, 국내 업체는 미국 현지 화물자동차 생산공장 건설 등 향후 자동차 대미 화물차 생산·수출 계획을 다시 짜야하게 됐다. 미국산 수입자동차의 한국시장 수입과 관련해 안전·환경 기준도 유연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미국의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 안전기준의 경우 미국 자동차 제작사별로 연간 5만대(현행 2만5천)까지 미국내 자체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에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미국 기준에 따라 한국에 수입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 미국기준을 인정해준 것이다. 환경기준에서는, 연비·온실가스 관련 현행기준은 2020년까지 현행 기준을 유지하고, 대신에 2021~2025년 기간에는 미국 기준 등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해 개편하고 현행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규모 제작사 제도는 미국의 완성차 업체가 연간 4500대에서 1만대 가량까지 소규모 물량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의 배출가스 환경기준만 충족하면 한국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반면 우리 쪽이 관심사항으로 제기해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분야는 무엇보다 ‘철강’이다. 양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 관세부과 조처에서 한국을 ‘국가 면제’하는데 합의했다. 대신에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에 대해 2015~17년간 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268만톤)에 해당하는 쿼터(2017년 대비 74% 수준)를 설정하는데 합의했다. 철강의 경우 ‘관세’는 면제 받은 대신에 미국시장 수입물량을 줄이도록 ‘쿼터’를 설정하는 쪽으로 타협에 이른 셈이다. 통상교섭본부는 “철강 관세 국가 면제를 조기에 확정해 25% 추가 관세 없이 작년 대미 철강수출(362만톤)의 74% 상당하는 규모의 수출 물량을 확보해 우리 철강기업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부여받은 쿼터를 철강 품목별로 보면, 주력 수출품목중 하나인 판재류(열연·냉연·압연 강판)의 경우 2017년 대비 111% 쿼터를 확보했다. 그러나 유정용·송유관 강관 등 강관류 쿼터는 2017년 수출량 대비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강관의 대미 수출액은 2017년 203만톤인데 이번에 받은 쿼터물량은 연간 104만톤이다. 정부는 “우리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체 철강수출(3170만톤)의 11% 수준으로, 미국의 쿼터로 인한 대세계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 쪽이 얻어낸 또다른 분야로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제도 개선이 꼽힌다. 한국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자본이 이 제도를 남용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차단하고 이 제도로 인해 한국 정부의 정당한 정책·주권 권한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협정문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각종 파상적 수입규제 공세와 관련해 미국이 무역구제(수입규제) 조처를 발동할 경우 사전에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협정문에 담기로 했다. 또 대미 수출 섬유분야에서는 일부 원료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섬유분야는 2012년 3월 한-미 에프티에이 발효 당시 미국이 민감품목으로 분류해 관세철폐 기간을 장기로 둬 한국산 수입을 최대한 막고 있는데 이번 협정개정으로 대미 섬유 수출애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1

 

김현종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개방을 막아내고, 미국산 자동차부품의 의무사용 등 우리가 핵심 민감분야로 설정한 분야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 시켰다”며 “기존 한-미 에프티에이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협상범위를 최소화하고 신속히 협상을 타결해 개정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미국 쪽 요구를 받아들여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과 관련해 한-미 에프티에이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때문에 자칫 건강보험공단이 약값을 산정해 일정 부분을 보존해주는 의료보험 체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미국의 다국적 제약업계는 한국의 건강보험 약값이 지나치게 싸게 책정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미국산 각종 수입공산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에서도 양국은 한-미 에프티에이에 합치되는 방식으로의 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품목은 설명하지 않았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브리핑 내용을 보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양국은 빠른 시일 안에 협상결과에 대한 분야별 세부 문안작업을 완료하고, 이어 양국 정식 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하는 등 향후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협상은 지난 1월 5일 첫 협상이 개시된 이래 지난 15일~16일에 열린 3차 협상까지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3차례 공식 협상을 벌인 끝에 최종 타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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