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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와 SBS가 부딪힌 '국방부 위수령 검토' 왜곡보도 논쟁의 두 가지 쟁점

양쪽의 해석은 크게 엇갈린다.

  • 허완
  • 입력 2018.03.25 16:32
  • 수정 2018.03.25 16:36
ⓒJTBC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당시에 국방부가 국회 동의없이도 특정 지역에 군 병력을 출동시키는 조치, 즉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국방부가 병력 출동 관련 문제를 검토했던 문건을 JTBC가 입수했습니다. (JTBC뉴스 3월20일)

JTBC의 ‘국방부 위수령 검토’ 보도가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SBS가 문제를 제기하자 JTBC가 재차 강하게 반박하면서 논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JTBC :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병력 출동 관련 검토를 한 문건” 

 

20일 JTBC는 두 종류의 ‘입수 문건‘을 보도했다. ‘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이었다.

JTBC는 ”국회 국방위 이철희 의원에 따르면 문건들은 한민구 전 장관 지시로 국방부가 작성해 보고했다”고 전했다.

JTBC는 ”주목할 것은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두 문건이 작성된 것은 지난해 2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릴 때였다”는 것.

관련기사 : 탄핵 촛불집회 ‘위수령 검토’ 사실로…국방부 문건 나와 (JTBC)

‘무기사용 범위’까지 검토…국방부, 문건 작성 배경 조사 (JTBC)

이어지는 리포트에서 JTBC는 ”그런데 놀라운 것은 문건을 보면 위수령은 물론, 계엄령 절차와 심지어는 무기 사용 범위까지 검토한 것으로 돼 있다”고 전했다.

JTBC는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의 두 번째 지시에 따라 만든 문건에는 제목부터 ‘병력 출동’이 등장한다”며 ”(국방부) 감사관실은 한 전 장관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배경과 실제 병력 출동과 관련한 움직임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TBC

 

다음날인 21일, JTBC는 ”국방부는 해당 문건이 위수령에 의한 실제 병력 동원을 검토한 것은 아니지만 법리검토를 한 사실은 인정했다”며 국방부의 해명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JTBC는 새로운 또 하나의 문건을 언급했다. ”(국방부는) 수방사가 촛불 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 ‘청와대 시위·집회 대비계획’이라는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

JTBC는 ”문건에는 단계별 총기사용수칙과 예비대 증원 계획 등이 담겨 있다”며 ”국방부는 이 문건이 질서유지 차원에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JTBC는 국방부가 오래 전에 ‘위수령 폐지’를 결론 내려놓고도 지난해 2월 한민구 당시 장관이 주재한 회의 이후에는 ”마치 폐지 의견이 없었던 것처럼 감쪽같이 문건이 수정”됐다고 보도했다.

 

SBS : ”이런 기사는 사실 왜곡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SBS는 JTBC가 기사의 핵심 전제를 누락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SBS 김태훈 국방 전문기자는 23일 ‘취재파일’에서 ”자발적으로 촛불을 진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철희 의원이 요구하니 제도 자체를 들여다본 것”이라고 보도했다. ”평소 위수령 폐지 소신을 가진 이철희 의원의 검토 요청이 있었다”는 것.

다시 말해, ”팩트는 ‘촛불집회 때, 이철희 의원의 요구로 국방부가 위수령이라는 제도 자체를 검토했다’”라는 얘기다.

하지만 기사에는 중요한 맥락이 빠졌습니다. 국방부가 위수령이라는 제도를 검토하기에 앞서 이철희 의원이 촛불집회 기간 두 차례나 국방부에 위수령의 제도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국방부는 이철희 의원의 요청에 따라 위수령이라는 제도를 들여다봤던 것입니다.

″촛불집회에 즈음해 이철희 의원의 검토 요청에 따라 국방부가 위수령이라는 제도를 검토했다” 와 ”촛불집회 기간에 국방부가 스스로 위수령을 검토했다”의 의미는 천양지차입니다. 전자가 팩트인데도 JTBC는 ‘이철희 의원의 검토 요청’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마치 군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진압하기 위해 위수령을 검토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SBS뉴스 ‘취재파일’ 3월23일)

SBS는 ”기사에는 국방부의 위수령 제도 검토가 이철희 의원의 요구에 따라 촉발됐다는 언급이 한 마디도 안 나왔다”며 ”그러니 시청자들은 ”군이 자발적으로 촛불집회 진압을 위해 위수령을 검토했구나”라고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BS는 JTBC 보도가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철희 의원이 먼저 요구해 검토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기사에 들어가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고 기사 가치는 거의 없어집니다. 이런 전제를 뺀 기사는 사실 왜곡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SBS는 이날 저녁 뉴스8에서 이 내용을 요약한 리포트를 내보냈다. JTBC가 언급한 병력 출동 관련 문건은 ”다양한 상황에서 병력 출동의 근거와 한계, 무기사용의 법적 근거 등을 종합 검토한 자료일 뿐”이라는 것.

또 SBS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과 2017년 2월, 이철희 의원은 국방부에 위수령 폐지 여부를 검토하라는 서면 요청을 했고, 해당 문건들은 그 검토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JTBC : ”사실 관계 왜곡한 건 누구인가” 

 

그러자 JTBC도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SBS 보도 다음날인 24일, JTBC는 ”맥락을 자르고 보도한 건 SBS였다”고 밝혔다.

JTBC가 내놓은 반박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① 국방부가 작성한 ‘병력 출동’ 문건은 이철희 의원의 요청과 관련 없는, 자체 작성 문건이며, ② JTBC가 보도한 문건은 이 의원의 요청에 따른 답변자료가 아니라 최근에 국방부 감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문건이라는 것.

즉, 이철희 의원의 ‘위수령 제도 검토’ 요청과는 상관 없이 국방부가 ‘묻지도 않은’ 병력출동 등을 검토했다는 게 JTBC의 설명이다.

JTBC는 ”국방부에 요청한 건 위수령의 폐지에 대한 국방부 입장이었다. 요청하지도 않았던 내용, 질서유지를 위한 군병력 출동에 대한 검토를 당시 장관이 지시했고 문건이 작성됐다”는 이철희 의원의 발언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JTBC는 SBS 취재진이 이철희 의원과 ”보도 전에 직접 통화한 적은 없다”는 점, SBS 기자가 ”이 의원의 설명을 들은 뒤에” 22일에 올라갔던 또다른 SBS 취재파일을 내렸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두 가지 쟁점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어느 쪽의 설명이 합당한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팩트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왜곡보도 논쟁의 발단이 된 팩트는 크게 두 가지다.

팩트 ① : 이철희 의원실이 두 차례에 걸쳐 (2016년 11월과 2017년 2월에) 국방부에 ‘위수령 폐지 검토’를 요청했다.

팩트 ② : JTBC 최초 보도에는 이철희 의원이 ‘위수령 폐지 검토’를 먼저 요청했다는 내용(팩트 1)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 다음은 해석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양쪽의 해석은 다음과 같이 엇갈린다. 

쟁점 ① : 국방부가 작성한 ‘위수령 검토‘와 ‘병력 출동’ 문건은 이철희 의원의 ‘위수령 폐지 검토’ 요청 때문인가?

SBS는 두 개의 문건이 이철희 의원의 요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첫 번째 문건은 ”답변자료”이고, 두 번째 문건은 국방부가 추가 검토한 ”내부자료”라는 것.

따라서 국방부가 두 문건을 작성한 건 촛불집회 당시 위수령 발동 절차 및 병력 투입을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검토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게 SBS의 지적이다. 즉, ‘촛불 무력 진압 검토’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반면 JTBC는 이 의원이 요청한 건 위수령 폐지 여부일 뿐, 병력 출동에 대해서는 검토를 따로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즉, 병력 출동 문건은 순전히 국방부가 자발적으로 검토한 내용이라는 것.

JTBC는 또 국방부의 이 문건은 이 의원 측에 전달 된 ‘답변자료‘가 아니라, 국방부 감사관실 자료가 뒤늦게 확보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이 의원의 요청과는 직접 관련 없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는 취지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SBS가 삭제한 22일자 ‘취재파일’에는 이 부분에 대한 잘못된 내용이 포함됐다.)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ges

 

쟁점 ② : JTBC는 ‘이철희 의원이 요청했다’를 왜 누락했나

첫 번째 쟁점에 대한 양쪽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두 번째 쟁점에 대한 서로의 해석도 다르게 나타난다.

SBS는 JTBC가 첫 보도에서 이철희 의원의 요청 사실을 누락한 게 왜곡보도 논란의 핵심이라고 본다. ”제도에 대한 내부 검토 문건을 앞뒤 자르고 병력과 무기 관련 언급만 뽑아낸 뒤, 군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에 올라타 촛불 위수령 증거라고 보도한 셈”이라는 것.

이에 대해 JTBC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2월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국방부가 폐지 의견이었던 위수령이 개선 필요로 바뀌고, 다시 나흘 뒤 병력출동 검토 문건까지 만들어진 것은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JTBC는 또 “JTBC가 보도한 문건은 지난해 이철희 의원의 요청과는 관련 없는 병력 출동에 관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굳이 이 의원의 요청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편 셈이다. 

그러나 JTBC가 병력 출동 문건과 나란히 보도한 위수령 문건이 이 의원의 검토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애초 논란의 발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만약 JTBC가 두 문건 중 적어도 위수령 문건 만큼은 이 의원의 검토 요청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봤다면, 최초 보도에서 이를 누락한 부분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중요한 배경 설명을 빠뜨린 것이기 때문.  

ⓒPool via Getty Images

 

한편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군 병력 투입을 검토했다는 주장이 처음 나온 건 지난 8일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이었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에 대비해 군 병력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방부 내에 분분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2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군병력 투입이나 무력진압 관련 논의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나 진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특이사항’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특이사항으로 수도방위사령부 컴퓨터 파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촛불집회와 관련된「○○○ 시위․집회 대비계획(군사대외비, ’16.11.9 생산)」문건을 발견하고 그 작성경위와 목적, 내용을 확인한 결과,

기본적으로 시위대가 ○○○ 핵심지역이나 군사시설 안으로 진입하는 우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수도방위사령부 차원의 질서유지 관점의 대비계획 성격의 문서임을 확인하였음.

다만, 동 문건에는 대비개념으로 예비대 증원 및 총기사용수칙을 포함하고 있어 당시 군이 촛불 집회 참가 시민을 작전의 대상으로 하였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고 판단됨.

동 문건의 내용 중 병력증원 및 총기사용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그 내용에 위법․부당한 측면은 없는지를 추가적으로 면밀히 재확인하고,「군인지위복무기본법」,「부대관리훈령」,「합참교전규칙」등 관련 법령·지침 등을 수정하도록 조치할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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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국방부 #SBS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