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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1987 소유권' 주장..."박종철 고문치사 진실 보수정권이 밝혀"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정말 절망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보고 울었다는 기사만 나온다. 그걸 누가 밝혔나?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 대통령이 왜 우느냐.”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된 서울대생 박종철, 연세대생 이한열의 죽음을 다룬 영화 '1987'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소유권’ 주장이 거듭되고 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전두환 정권이 밝혀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온다.

8일 대구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이 지역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1987>을 보고 눈물을 보였다는 언론 보도를 전하며 ‘보수정권이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혔는데 왜 문 대통령이 우느냐’는 억지 주장을 폈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물고문에 의한 죽음을 심장마비로 은폐하고 고문 경찰관의 수를 5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려 했지만, 직업적 양심을 지킨 검사·의사·기자·교도관, 민주화세력의 노력으로 뒤늦게 진실이 드러나자 어쩔 수 없이 관련자 처벌과 함께 국민들의 대통령직선제 요구를 받아들였다. 곽 의원은 이를 뒤집어 가해자인 전두환 정권이 고문치사의 진실을 밝혔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1987년을 독점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감상했다. 1987은 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결절지점이자 역사적 자산이다. 영화를 관림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포장을 꼭 해야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어떻게 문 대통령이 영화 관람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은 그렇게 또렷하게 수행 사진기자가 잘 찍을 수 있는지, 그런 쇼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1987년의 아픔은 대한민국 온 국민이 겪고 있던 아픔이었다. 그 아픔을 마치 자신의 것인 것 마냥 포장하는 모습은 결코 일국의 대통령 모습으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배하고 있는 건 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이 과연 국민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한 길인지 되돌아봐야 할 영화인 것만은 틀림없다”는 아전인수식 영화평을 내놓았다.

1987년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공유하려는 자유한국당이지만 정작 아직까지 영화 '1987' 단체관람 계획은 없다. 이미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은 단체관람을 했고, 더불어민주당도 9일 단체관람이 예정돼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8일 국회에서 일부 의원 주최로 한반도 핵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 '강철비' 시사회를 가졌다.

1987년 1월14일 서울대생 박종철씨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구타와 물고문으로 숨지자, 그해 2월7일 전국에서 ‘고 박종철군 범국민추도회’가 열렸다. 당시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날 전국 8개 도시에서 798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부산에서 연행된 사람은 181명이었다. 여기에는 노무현·문재인 변호사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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