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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지하드' 인도 의대생, 무슬림 남편을 남편으로 부를 수 있을까

최근 수년간 인도 사회를 들끓게 한 ‘러브 지하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의대생 하디야(25)는 무슬림 남편과 결혼할 자유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러브 지하드란 무슬림 남성이 힌두 여성을 개종시키려는 목적으로 결혼하는 것을 뜻하는데, 최근 인도 대법원이 부모 집 가택연금 상태였던 하디야에게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제한적 자유를 허용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28일 하디야가 전날 대법원 판결에 따라 타밀 나두 서부 살렘에 있는 의대에 도착했으며, 앞으로 11개월간 인턴십 이어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디야는 부모 대신 의대 학장을 후견인으로 하고, 지역 경찰의 감시 하에 기숙사에 머물며 학업을 이어가게 된다. 학교 쪽은 “(하디야가) 힌두 이름인 아킬라 아소칸으로 공부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디야는 인도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힌두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지난 1월 무슬림인 사핀 자한과 결혼하면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무슬림은 인도 인구의 15%를 차지하는데, 인도에서 개종은 강제성이 있을 땐 무효화할 수 있다.

지난 5월 고등법원은 결혼을 무효화하고 하디야를 부모 집에 가택연금시키라고 판결했다. 하디야는 이때부터 반년간 남편과 격리되고 학업을 중단한 채 부모의 감시를 받는 사실상 인신 구속 상태였다. 이어 대법원은 지난 8월 반테러기구에 하디야의 결혼이 ‘러브 지하드’인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명령해 인권·여성단체의 비판을 받았으나, 27일 인턴십 이수 때까지 거주지를 부모 집에서 대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판결했다. 남편과 함께 지내게 해달라는 하디야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몇년간 힌두 민족주의 단체인 민족의용단(RSS) 등 극우 성향 힌두 단체들은 ‘러브 지하드’에 반대하는 캠페인에 박차를 가해왔다. 2014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뒤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들은 무슬림 남성이 힌두 여성을 유혹하고 돈을 주고 결혼해 이슬람으로 개종시킨다고 주장한다. 하디야의 아버지 역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가 딸을 시리아에 보내려 개종시켰다”며 결혼과 개종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무슬림들과 인권운동가,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극우 힌두 진영이 조작한 이슬람 혐오 선동이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하는 가부장적 퇴행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한계도 지적한다. 카비타 크리쉬난 ‘전 인도 진보 여성 연합’ 사무총장은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에 “대법원은 그녀의 헌법적인 자유를 보장할 책무를 저버렸다. 왜 법원이 ‘너는 여기서 공부해야 한다, 너는 기숙사에서 살아야 한다’고 명령하나? 그게 왜 법원이 상관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하디야는 대법원 법정에서 “나는 자유를 원한다. 좋은 시민이 되길 원한다. 좋은 의사가 되길 원한다. 무엇보다 내 신념(종교)에 진실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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